대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벽화 그리기 봉사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두운 골목길에 벽화를 그림으로써 골목이 더 환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벽화를 그림으로써 누군가를 추억하거나, 추모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도 강릉에서는 벽화 그리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바로, 세월호 추모벽화 프로젝트(2025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과 약속 공모사업)였습니다. 12일과 13일 양일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서부시장 입구 가게와 ‘당신의 강릉’이라는 카페&서점 외벽을 활용해 시민들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누구나’가 함께 했습니다. 현장에서 이은수 선생님을 만나, 벽화에 담긴 의미에 대해 나눠보았습니다.
Q. 세월호 추모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2014년도부터 세월호를 추모하는 활동으로 벽화 그리기를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그리지는 못했고요. 올해가 다섯 번째 작업입니다. 한 3~4년 동안 중단되었는데, 이번에 4‧16재단의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벽화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서부시장도 보니까 기존에 있는 벽화를 다시 도색하는 작업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셨나요?
A. 올해 벽화의 콘셉트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기억의 고래’, ‘무지개’, ‘노란 리본’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전에는 희생자들의 인물을 직접 그리는 방식을 택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유가족을 그렸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학생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에 출연했던 유가족들을 참고했습니다. 이번 벽화는 희생자뿐만 아니라, 살아남아 세월호 운동을 이어가고 계신 부모님들, 생존자들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희생자 어머님들과 직접 그림을 함께 보신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2023년 강릉 산불이 났을 때, 유가족 어머님들께서 봉사활동 차 강릉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예전에 저희가 그렸던 벽화 장소들을 함께 둘러보며, 그림에 담긴 의미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Q. 이번 벽화 그리기를 통해 시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A. 저희는 시민들이 자주 오가는 지역을 중심으로 장소를 선정했습니다. 우리 삶 속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이 하나쯤은 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유가족분들과 희생자 아이들을 기억하자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벽화가 완성된 골목 앞에 서서 그림을 바라보았습니다. 노란 리본과 무지개를 보면서 시선을 옮기면, 문득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추모의 그림이지만, 이 벽화는 애도가 아닌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기억,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세월호라는 단어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지만, 이처럼 골목 한 켠에 남겨진 그림을 통해 우리는 다시 마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도 무심코 지나치다가,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벽화는 조용히 말합니다.
“여기,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누군가를 위한 그리움도, 지금도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강릉의 한 골목에서 다시 피어난 노란 리본은, 그저 과거를 되새기는 그림이 아니라 오늘도 누군가를 응원하고, 함께 손을 잡는 그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