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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태원에 왜 갔는지 말고, 왜 못 돌아왔는지 기억하기
언론 속 4·16재단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3-11-17 11:04
조회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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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사 내용
2022년 10월 29일. 애들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들었다. 새벽 2시가 넘어 깨어 양치를 하러 가기 전 습관처럼 SNS와 인터넷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소식들에 너무나 놀라 잠이 깼다. 이게 꿈은 아닌가 잠시 생각했다. 차라리 꿈이어야 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실이었고, 내가 잠이 들었던 사이 이태원에서는 숱한 목숨들이 아스라지고 있었다.
상상이나 했을까. 서울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압사로 죽을 줄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들과 사진들이 거짓 아니면 할로윈 단체 코스프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은 비현실적이었다. 믿고 싶지 않아 현실과 비현실을 혼자 왔다 갔다 할 때 즈음 사진을 보고 말았다.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서서 몸과 몸이 꽉 끼어버린 채 멈춰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만으로도 생과 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더는 SNS에 돌아다니는 이태원 소식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아직 이 슬픔이 마음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소식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듣고 내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에는 둘째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이었고, 큰 아이는 아주 어릴 때였다. 8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는 대형참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러길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8년 전과 후가 변한 것이 없다니. 이 또한 절망적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 아기였던 아이들이 커서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데, 질문을 받는 나야말로 "왜?" 하고 묻고 싶었다. 도대체 "왜?"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기록은 기억을 위한 첫 단계
책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를 펼치게 된 것은 이 "왜?"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책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는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이태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주민 등 14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정리한 구술기록이다.
기록은 '기억'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쓰인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가,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지에 따라 한 사건을 대하는 시선이 먼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러 사실관계에 근거한 역사마저 왜곡하기 위해 이런저런 애를 쓰는 현재의 행태들을 살펴본다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참사들마저도 위정자들의 손아귀에서 머지 않은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생존자, 주변인들에 대한 구술기록은 제대로 된 기억을 위한 중요한 초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후략)
오마이뉴스 / 배여진 시민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