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족과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언론보도/보도자료
[언론보도] "유인물 불에 탄 자국... 추워서 그랬나 싶어 목 놓아 울었다"
언론 속 4·16재단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3-12-11 15:07
조회
1024
------------
언론보도 기사 내용
지난 10월 둘째 주 토요일, 단원고4.16기억교실(아래 '기억교실')에 갔다. 1층 로비에서 기다리니 이은화씨가 마중 나왔다. 그와 2층의 기억교실 중 한 교실로 함께 갔다. 교실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는 책상 위에 적힌 낙서를 가리켰다.
이유를 묻자 "저희가 기억교실을 공간기록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고 하는데..."라고 말했다. 교실을 전시한다고 하면 흔히 박물류만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 박물류에 남겨진 메모나 낙서 같은 글씨도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기억교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을 검토하고 분석하고 있단다.
기억교실은 지난 2016년 8월 20일, 첫 임시이전 이후, 한 번의 임시이전을 더 거쳐 지금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2020년, 교육청은 약속대로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을 완공하고 그 안에 기억교실을 복원했다. 2020년 12월 14일, 기억교실은 세 번째 이전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로 기억교실은 4.16기억저장소와 4.16민주시민교육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다.
4.16기억저장소(아래 '기억저장소')는 세월호참사 기록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민간기록기관이다. 기억저장소는 기억교실의 첫 임시이전 이후부터 기억교실을 관리하고 있다. 이은화씨는 지난 2017년 1월 2일부터 기억저장소에 기록팀장으로 입사해 2021년 3월 초에 퇴사했다.
곧이어 그는 경기도교육청 직속기관 4.16민주시민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1년 3월 15일부터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운영실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소속이 달라졌지만, 기억저장소에 입사한 후로 지금도 기억교실의 운영과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기억저장소에 입사한 2017년 이후로 이은화씨는 한 번 이직했고, 기억교실은 두 번 이전했다.
이은화씨와 기억교실은 지난 6년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소시민'이었던 기록전문가
이은화씨는 지난 1992년부터 총무처 정부기록보존소에서 기록 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그가 다룬 영구보존문서들은 전산화가 되지 않은 종이 문서였다. 그 뒤 대학교 박물관, 기업 등을 두루 섭렵하며 20여 년 이상 기록 관리 경력을 쌓았다.
세월호참사 직후, 기록전문가들은 참사 현장 기록을 위해 '추모기록 보존 자원봉사단'을 꾸렸다. 이은화씨 역시 기록 봉사활동을 함께하자는 단체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함께 하지 못했다.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학부생, 대학원생들이 많이 갈 거라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회피한 셈이죠. 저는 진짜 소시민이었거든요."
그는 입사 전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 용지에 서명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대학생일 때 잠깐 학생운동을 경험한 것이 전부였다. 기억저장소에서 일하면서 그런 것들이 아킬레스건처럼 느껴졌다.
지난 2016년, 이은화씨는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기억저장소의 운영위원으로 있던 대학원 교수였다. 그는 기억저장소에 와서 기록팀장으로 일해달라고 했다. 이은화씨는 2017년 1월부터 별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기에 처음엔 고사했지만,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은화씨가 입사하기 전, 기억저장소 기록팀장 자리는 열 달 정도 비어있었다. 전임자가 없으니 인수인계도 없었다. 기록물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곳곳에 흩어진 서고에 꽉꽉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입사 후 열 달 정도는 주말에도 나와서 기록물을 정리했다. 정리를 도왔던 봉사자들이 주말밖에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작업을 하기 위해 기록물 정리 방법을 연구했다.
"그 전의 분류번호 체계로는 컨테이너(서고) 하나를 끝내야 그다음 컨테이너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럴 바에 각각 다른 번호를 줘서 각자 따로 일하게 나름대로 체계를 만들었어요. 기록물을 다 한곳에 넣더라도 조금이라도 공간을 확보하려고 유형별로 구분하고요."
지난 2019년, 기억교실 복원을 위해 단원고에서 문틀, 창틀 같은 고정기록물을 철거했다. 이은화씨는 현장에서 모든 철거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지휘했다. 방학 중에 빨리 마쳐야 했기에, 공사는 주말에도 이뤄졌다. 책임자였던 그는 주말이라도 공사가 있으면 매번 나갔다.
"단원고에서 철거할 때는 뜯어내는 게 아니라 오려냈어요. 벽을 절단하고 그랬죠."
기록자들은 안전모를 쓰고 사진을 찍고, 캠코더로 촬영하며 작업 현장을 지켰다. 촬영자이면서 감시자였다. 기록의 관리는 기록의 생산과 활용이 끝난 다음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맡은 일은 기록을 생산하는 일이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업무였다.
지난 2021년 12월 27일, 국가기록원은 기억교실을 '국가지정기록물 14'호로 지정했다.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을 위해 분류목록을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국가기록원은 관리·감독을 위해 매년 국가지정기록물을 현장 실사한다. 기록물의 분류체계가 복잡하면 조사가 어렵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기록물 철', '기록물 건'이라는 포맷이 있어요. 가령 이 책이 '철'이에요. 그럼 책 안의 챕터가 '건'인 거예요. 그럼 교실에서 철을 뭘로 잡을지 맞춰줘야죠. 고민하다가 '1반'을 '철'로 삼았어요. 그 안에 큰 덩어리들, 일테면 칠판, 게시판, 천장, 책상, 의자 등 종류별로 하나라도 있으면 '건'으로 만들었어요." (후략)
오마이뉴스 / 용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