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클리핑]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사고’라 부르던 이들에게

언론 속 4.16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4-08-16 14:13
조회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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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사 내용

 

세월호 참사를 애써 ‘교통사고’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사고’의 사전적 정의다. ‘사고였다’는 말에는 단지 실수이고 불운했다는 암시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얼마 전 일어난 ‘아리셀 화재’는 어떨까?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했다. 이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이고 17명이 여성이다. 3개월 전 실시한 소방 점검에 따르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 지역으로 화재 장소가 지목되었다. 화재가 난 2층에는 비상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방치된’ 위험이었다.

비슷한 사건이 1991년 미국에서도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햄릿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5명이 죽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흑인 여성이었다. 안전 수칙 150건을 위반하고 비상구마저 잠겨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닭고기를 자주 훔쳐가 소유주가 문을 잠가뒀다는 루머가 돌았다. 피해자들이 부도덕해서 벌어진 일처럼 여론이 조성되었다. ‘인적 과실’을 탓하는 서사가 만들어지는 동안 시스템의 실패는 면죄부를 얻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안전 문제 전문가·활동가인 제시 싱어는 ‘사고는 없다’고 주장한다. 대형 참사뿐만 아니라 단신으로 처리되는 교통사고, 익사, 낙상도 마찬가지다. 2006년 자전거 교통사고로 친구를 잃은 그는 당시의 일을 계기로 ‘사고’라는 용어가 어떻게 그걸 일으키는 시스템에 면죄부를 주는지, 어떻게 권력자의 이윤을 보호하고 취약한 사람을 더 큰 피해로 내모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후략)

시사IN / 임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