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공감과 연대로 반환점을 돌며 - 김민환 한신대학교 교수

언론 속 4·16재단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5-03-28 00:30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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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사 내용

 

며칠 전 우연히 딸과 '허전하다', '허탈하다', '허무하다', '공허하다'는 비슷하지만 결이 다른 단어의 미묘한 뜻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결핍'과 연관된 이 단어들의 뜻 차이를 딸은 중학생답게 시험을 치고 나서 느끼는 감정으로 표현하려 애를 썼다. 시험을 치고 나서 목표로 했던 점수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를 얻었을 때가 허전한 경우이며, 아주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시험문제가 너무 쉬워서 '그렇게까지 공부를 안 해도 됐을텐데'라는 감정이 들면 허탈한 것이라고 했다. 허무한 것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감정'과 유사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시험을 못봐서 정작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이고, 이 허무한 과정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 시험 자체에 아무런 의미를 둘 수 없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 공허한 것이라고 했다. '결핍'의 강도를 표현하는 데 있어 나름대로 꽤 기발한 생각을 한 녀석이 기특해서 '아빠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어휘들과 관련해서 딸과 나의 의견이 갈린 곳은 현재의 성취와 미래의 성취 사이의 관계 속에 이 어휘들을 배치하는 문제에서였다. 딸은 허탈>허전>허무>공허의 순으로 현재의 성취를 평가하였다. 투입한 노력 대비 얻은 결과라는 기준으로 만족도가 높은 순서가 위의 순서라는 것이다. 시험점수에 관해서라면 딸의 이 순서에 동의할 수 있었겠지만, 시험이 아닌 현실의 어떤 일을 대입했더니 나는 딸보다 '허탈'에서 기인한 분노를 더 크게 느꼈으며, 공허에 빠지지 않은 '허무'의 위대함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어졌다. 얼마 전 있었던 생명안전공원 착공식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후략)

오마이뉴스 / 4·16재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