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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아이들의 방'에는 봄이 왔는가 - 김태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언론 속 4·16재단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5-04-26 01:28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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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사 내용
벌써 11년이 지났다. 그해 봄날은 하루하루가 유난히 추웠다. 실제로 기온이 낮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검고 차가운 바다 물의 한기가 아직까지 우리 몸에 각인되어 남아 있다. 거리에선 봄바람에 벚꽃 잎이 휘날리고 있었지만 우리 마음속엔 작은 온기조차 찾아올 여유가 없었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 어떠한 언어적 표현도 허락하지 않았다. 참사의 순간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도,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언어도,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그 어떤 말도 무의미할 뿐이었다. 얼마가 지나야 이 참담한 사건을 인간의 언어로 재현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해 4월의 봄을 유난스레 잔인하게 만들었던 것은 못난 사람들 때문이었다. 이 불행한 사건에 더 큰 상처를 내려는 불온한 집단의 도발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놓고 기억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이야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한판 싸움이다. 관념적 기억을 소통 가능한 언어로 재현해야 집단기억에 기반한 투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어떻게든 재현의 언어를 사용해야 했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불완전한 언어의 힘으로 4.16세월호참사를 설명하거나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후략)
오마이뉴스 / 4·16재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