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4기] 셰익스피어 소네트 2024

4·16재단 청년 기자단 4기 진영인님과 진해인님의 글을 동시 기재하였음을 알립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2018년에 만들어진 연극이다. 이 연극은 “세월호참사 이후 삶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에서 기획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나무>라는 시를 갖고 공연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2024>는 이전처럼 <나무>라는 시를 소재로 사용하며 2018년에 한 질문을 연극에 담아보려 노력한다.

이 연극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제작했고, 416재단이 후원했다.

이 연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연극과는 사뭇 다르다. 이 연극의 특별한 점은 1명의 배우와 1명의 관객이 함께 길을 걸으며 연극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나는 동행하는 배우와 함께 2026년에 완공될 4.16생명안전공원에서 안산 올림픽기념 체육관으로 걸어갔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연극을 바라보는 관객이, 연극에 함께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독특한 연극의 형식은 연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어 보인다. 연극은 노란 파라솔 밑에서 시작해 흙길과 풀숲을 걸으며 시작된다.


나와 함께 길을 동행한 배우는 자신을 세월호참사의 생존자 그리고 시민이라고 소개한다. 연극이 시작할 때, 그는 세월호참사에서 희생된 304명이 바다에서 돌아올 수 있다면 사람들이 반대할지 물어본다. 이어서 4.16생명안전공원과 그 공원의 핵심적인 장소 중 하나인 봉안당에 대해 왜 안산시민이 반대하는지 물어본다. 그는 죽음과 삶이 함께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또다시 길을 걷는다.


배우는 304명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과 4.16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는 것이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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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메아리처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 스피커에서 여러 명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리고, 애타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리고 있다. 다양한 감정과 톤으로 이름을 부르는 걸 들으니,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꼈다. 이름이 불리고 있다는 것. 그건 그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이 공원이 이들을 존재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304명의 이름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이러한 질문들이 계속 들었다.


풀밭 속에서 걷다가,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가족들이 함께 산책하러 나오기도, 애인과 운동하러 나오기도, 반려견과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호등도 지나고, 학교도 지나고, 아파트도 지나 체육관에 도착했다. 일상이 무대인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텅 빈 체육관에는 책상과 의자뿐이다. 책상에는 시와 간단한 안내가 붙여져 있고, 시가 스피커로 낭송된다. 낭송이 끝난 다음에는 연극을 관람하는 우리가 읽어야 했다. 그다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 시를 읽는 게 스피커로 틀어졌다. 도돌이표 노래하듯, 계속 반복되고 마지막에는 낭송하는 우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람자는 연극에서 배제되어 있기 마련인데, 관람자 또한 연극에 포함이 되는 게 색달랐다. 시의 내용은 배우자가 처음에 생명안전공원을 설명했었을 때 쓴 표현이 들어간다. 시의 제목은 나무이고, 내용은 모두의 보금자리이던 나무가 베이게 되는 것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다. 시는 모두에게 이로웠던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과 그러한 나무꾼을 말리지 않는 우리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한다. 마지막에는 추억을 지키기 위해서는 밑동만 남았을지언정, 끌어안으라고 한다.

 

나에게 이 시에서 가리키는 나무는 304명의 희생자 같았다. 누군가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웃고 웃었을 사람들이었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지만, 그들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끌어안고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이 생명안전공원이라고 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사, 죽음, 어둠, 그림자를 멀리하고 불미스럽다고 여긴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일부라는 것. 결국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연극은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연극치고는 짧았지만, 큰 여운이 남는 연극이다. 색다른 장소와 장치의 역할과 의미가 궁금해지고, 시가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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