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 엄마는 재난안전전문가 중급과정 수료 후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담담하게 참사 이전과 이후의 자신 이야기를 정리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궁극적인 삶의 계획을 말했던 은정 엄마는 이제 또 어떤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안전을 지키지 않아 난 참사가 아니에요. 사회 안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거였어요.”
우리가 안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에요. 무조건 개개인이 안전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 이런 시선이 아니에요.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입니다. 그래서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을 통해 전문가로서 사회 안전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구축과 정상적 작동에 일조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에 참여하게 됐어요.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았어요.”
꽃을 잘 피워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일조량과 거름, 그리고 물이 필요해요.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피기 위해서도 그런 것들이 필요했단 말이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 사회(어른)는 어땠나요? 방관하고 방조했어요. 저도 이 사회의 어른이죠. 처음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마주할 때는 굉장히 회의적이었어요. 이런 거 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뭐가 얼마나 바뀌겠나 싶었죠.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바뀌면 다른 사람들도 바뀌고 그렇게 사람들이 바뀌면 사회가 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엄마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힘들죠. 그런데 추후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면 느낄 죄책감이 무서워요.”
아파봤잖아요. 참사로 우리 엄마·아빠들 정말 고통스러워 봤잖아요.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진상규명 활동에 매일 밤 최소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가고 체험하러 다닌다는 게 안 힘들 수가 없죠. 그런데 사회적 재난참사가 또 안 생긴다는 확신이 없잖아요. 만약 그런 참사가 발생하면 들을 원망이 무서워요. ‘그때 잘 좀 해놓지. 왜 그때 하다 말아서 또 이렇게 내가 내 사랑을 잃어야 하나.’ 그런 원망이 안 들 수가 없어요. 사람이니까요. 그런 상황들이 불현듯 머릿속을 지나치면 포기할 수 없어요. 우린 그 고통의 무게와 크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까먹죠, 그런데 이렇게 반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어요.”
지금도 안전누리교육원에서 하는 교육을 수강 중이에요. 안전에 대한 교육들이 겹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소화기 사용기한 10년이라던지, 심폐소생술 방법이라던지. 그런 것들이 처음 배우면 금방 잊어버려요. 그런데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에서 배우고 또 배우니까 이제는 머리에 남는 거예요. 배우고 또 배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렇게 다시 또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얼굴부터 빨개지던 제가 이제는 말이 하고 싶어요.”
은정 엄마이자, 박정화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참사 이후 제 삶은 은정 엄마로서 써 내려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면서 난 은정엄마이자, 박정화였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고 있어요. 전 내 아픔은 나만 갖고 있으면 된다. 말해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사람들 눈도 잘 못 보고 얼굴부터 빨개지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정리해가는 과정, 그걸 글로 풀어내는 과정,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과정을 통해 이제는 마음을 말로 꺼내 보일 수 있겠더라고요. 말을 하고, 나를 표현하고. 그런 과정을 지나오면서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라더라고요.
“정말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별이 되고 안전의 날이 제정됐잖아요. 정말 미약하지만,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 다음 세대부터는 정말 마음껏 꿈꾸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정말 잘 다듬어져 자리 잡고 정상적으로 구동하는 사회여야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면서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게 안전인 거 같아요.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부족하지만, 어른으로서 보탬이 되고자 우리 엄마·아빠들이 재난안전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우리 ‘내 아이만! 말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요.”
사실 아이들은 잘 교육하면 돼요. 빨간불엔 건너지 말자, 도로에선 갑자기 뛰어나가지 말자. 정도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어요. 요즘도 뉴스를 보면 일하다 세상을 떠나는 우리 아이들 세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와요. 그게 그 아이들이 안전을 안 지켜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어른들이 ‘내 아이만!’이라는 생각 때문 아닐까요? 사회를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다른 아이의 목숨을 등한시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 어른들이 조금만 더 너른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4·16재단은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가는 걸음에 언제나 함께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