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학술연구지원사업 인터뷰 시리즈
엄영호 연구팀 편
1. 먼저, 연구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본 연구모임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재난관리 전문가 교수와 재난을 심층적으로 연구·분석하고자 하는 석사과정생 3명으로 구성된 총 4인의 연구모임입니다. 동일 대학을 중심으로 실질적 대면 모임을 통해 재난 및 안전에 대한 이해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소통과 대면 학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기 모임을 통하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재난으로부터 사각지대를 도출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재난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생명안전학술연구 지원사업에서 지원받으셨던 연구주제 및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혹시 영화 Jaws를 보셨거나 혹은 Jaws Effect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을까요? 1975년 개봉한 영화 Jaws에서 파생된 개념인데, 내러티브를 통한 이미지가 실제 사건과 연결되어 감정적 트리거를 만들어 내는 등의 내용을 의미합니다. 즉, 사회적 표상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더 쉽게 말하면, 영화 Jaws를 본 성인들은 상어에 대해 두려움 혹은 난폭함을 먼저 떠올리는 것에 비하여, 아기상어 노래와 영상을 접한 어린아이들은 상어에 대해 매우 귀엽고 즐거운 생각을 먼저 하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는 이렇게 영화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표상이 사람들의 주관적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주관적 인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연구는 재난 영화가 사람들의 주관적 인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실시하고자 합니다. 특히, 재난 영화는 상업적 측면에서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세월호참사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 영화의 관점 변화 및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는 점 등에 주목하였습니다. 영화적 허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게 될 지를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재난 영화에 대한 내러티브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재난의 복합적 특성으로 재난 영화 분석도 주의를 요구하게 되어 특정 재난 주제가 아닌 재난 영화 전반을 이해 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재난 영화의 사회적 표상과 주관적 인식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세월호참사 발생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재난에 대한 사회적 표상 형성과 이로 인한 주관적 인지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시선과 갈등, 관점의 변화, 그리고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3. 위의 연구를 통해 어떤 연구성과를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영화를 연구하니까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했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매우 어려운 고민과 다른 사람들이 안하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저희는 2000년대 이후 개봉한 한국 재난영화 중 전쟁과 사극을 제외한 전체 재난영화를 분석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행연구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영화 분석틀을 도출하였으며, 피해자에 대한 관점을 기본적 전제로 영화정보, 인물, 영화배경의 세 가지 큰 틀에서 각각 세부적인 분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모임마다 영화를 2-3편씩 보면서 토론을 하며 분석 틀에 대한 보완과 영화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체 97편의 영화 중 현재 20여편의 영화 분석이 끝난 상태입니다. 연구 초기 분석틀 도출에 시간과 공을 많을 들였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확정된 분석틀을 기반으로 지금부터 영화를 분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입하고 있습니다.
연구결과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세월호 이후 영화에 대한 변화들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가장 오래된 영화와 가장 최근 영화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예측 결과입니다. 영화 속 분위기와 주인공의 역할, 태도 등에 있어서 과거 재난영화가 단순한 재미에 집중되었다면, 세월호 이후 슬픔과 비극적 상황에 대해서도 전달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난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되었으며, 매년 개봉하는 재난영화의 수가 2014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재난 영화가 단순히 재미를 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재난이라는 주제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나아가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재난에 대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나 연구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무엇보다 남은 70여편의 영화를 분석해야 됩니다. 8월말까지 방학이라는 시간을 활용하여 최대한 많은 영화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내용 분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희끼리 농담으로 생명안전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우리의 PTSD를 책임져달라고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만큼 집중해서 재난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영화는 상업적 흥행 이면에 숨어 있는 다양한 슬픔과 비극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저희의 연구가 사람들에게 재난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단 1명이라도 줄 수 있다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무능력 혹은 잘못된 정책 대응의 심각성 등에 대해서도 분석틀에 포함되어 있어, 재난을 관리하는 측면에서의 정책적 시사점까지 끌어내고자 합니다.
흥미롭고 흥행이 많이 되는 재난 영화가 많아지기를 바라면서도 그 속에 담긴 영화적 장치와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 연구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