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부. 반복적으로 망각을 한 겁니다.” 416재단 창립1주년 안전사회포럼(1)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씨랜드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제천 화재 참사의 유가족들과

32년간 참사를 취재해온 PD, 오랜 시간 피해자 곁을 지켜온 연구자,

당시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잠수사와 시민들이 모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난과 참사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반복됐다. 막을 수 있었을 사고를 또 막지 못했고, 사고 수습 역시 잘못을 반복했다. 이러한 아픔들을 그저 안타까워하고 흘려보내기에는 생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4.16재단은 이 아픔을 결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세월호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설립된 단체다. 재단 창립 1주년을 맞이해 재난참사의 유가족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가족, 연구자와 시민들을 모시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견을 모았다.

 

그래야만,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들이 웃으며

다음 해에는 봄나들이를 올 것입니다.

 

4.16재단 김정헌 이사장의 짧은 인사
4.16재단 김정헌 이사장의 짧은 인사

 

4.16재단 창립 1주년이었지만, 김정헌 이사장의 인사는 짧았다.

“우리는 눈물을 흘려 슬퍼하면서도 국가가 저지른 범죄를 기억하고, 그 범행자를 처벌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된 참사의 원인을 국가는 책임지고 수사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들이 웃으며 다음 해에는 봄나들이를 올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2학년 8반 장준형 아빠 장훈 위원장
2학년 8반 장준형 아빠 장훈 위원장

 

“재단이 맨 처음에 만들어질 때. 그 당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1기 특조위가 강제로 종료 당할 순간이었고, 재단을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는 절박함으로 재단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든 가장 큰 의문은 다른게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가, 우리 아이들 죽음에 대해서 진실을 알지 못할까. 그걸 알고 싶은데 왜 저렇게 가로막을까.

재단이란, 추모와 기억, 치유. 이런 여러 가지 할 일들이 있겠지만. 재단이라도 남아있어야 진상규명하는 마지막 힘이라도 내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지막 절박함에 박래군 운영위원장님과 같이 재단을 만들어보자 했던 게 맨 처음 시작된 동기였습니다. 원래 특별법에 재단을 만들라는 법이 있습니다.

지금 발제하실 분들도 훌륭한 발제를 해주시겠지만,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게 아닙니다. 우리 1주년을 맞고 있는 4.16재단에도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고, 전 사회에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좀 높게 평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습니다. 가슴 아픈 얘기지만, 현행법으로 보면 사람의 가치는 호프만 법으로 계산됩니다. 저희 아이들 같은 경우는 남자아이 목숨 값은 3억 원이고 여자아이 목숨 값은 3억 2천입니다. 60세가 넘으신 노인 분들은 목숨 값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더 빠릅니다.

안전하게 만드는 비용은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다면, 기업이나 정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사람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할까요, 돈으로 해결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할까요. 돈으로 해결하는 게 더 빠릅니다. 안전하게 만드는 사회. 안전하게 만드는 기업. 안전한 현장. 이런 것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사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잘못했으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들이 죽었으면 책임자가 나와야 되고, 외국 땅에서 사고를 당했으면, 그 사고의 책임자라도 나와야 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인사 말씀을 너무 무겁게 드린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재단의 성격이나 추구하는 방향. 앞으로 어떤 걸 이룩해야 할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오늘 다소 무거운 주제일지라도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재단에 힘을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발제는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의 이규연 PD가 준비했다. 그는 스스로를 능력이 부족해 32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는 기자라며 겸손을 표했다. 오랜 시간 동안 취재를 하며 수많은 참사들을 목격했던 그는 재단의 발제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이날 그가 준비해온 주제는 <그 많은 사회적 참사는 왜 밝혀지지 않았을까?> 였다.

 

JTBC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PD
JTBC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PD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참사의 현장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을 그는 2014년 4월 16일에 칼럼을 쓰면서 느꼈고, 이날 이 포럼 현장에서 다시 느꼈을 터였다. 아픔도 안타까움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여기 씨랜드 참사 유가족도 오셨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준비한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요. 제가 경험했던 재난들. 제가 32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대부분 다 경험했던 사건들이었습니다. 그중 20개 정도를 뽑아봤습니다. 그리고, 백서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추적해보았습니다”

 

32년 차 기자가 경험했던 재난 참사 중

백서가 제대로 갖춰진 경우는 없어

“대책을 세워야 되는 것이 백서의 상식일 텐데…”

“무언가 제약하고, 장애했던 것들이 존재”

 

 

“백서가 있었던 것들 내용을 갖다가 뒤져봤습니다. 그랬더니 뭐. 엉망이예요. 원인규명이나 대책 이게 아니고요. ‘우리가 얼마나 잘 구조했는지 알아?’ ‘우리 도가, 우리 공무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 줄 알아?’ 그걸 적어놓은 거예요”

그가 조사한 20개의 사고들 중 백서가 존재하는 것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백서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은 고작 2개의 사고였다. 두 개 역시 ‘그나마’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수준이었음을 지적했다.

“전문가분들하고 백서를 다 봤죠. 사실상 백서의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는 것은 삼풍 사고였습니다. 비교적. 비교적 잘 되어 있었어요. 그다음이 성수대교 붕괴 사고.”

“나머지는 아예. 내용이 없거나, 백서가 아닌 내용이었습니다. 이건 뭘 의미할까? 백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만든다고 해도 그 백서가 뭔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들이 백서의 상식일 텐데 그게 작동이 안 됐다는 거죠.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참사에 대해 얘기를 했지만, 사실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전부. 반복적으로 망각을 한 겁니다. 반복적으로.”

그는 삼풍 참사의 백서 크기와 과거 콜롬비아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의 백서를 비교해주는 화면을 띄웠다. 삼풍 참사에 비해 10배가 넘는 분량의 보고서는 오히려 국내보다 짧은 조사 기간을 가졌다는 점을 짚었다.

 

단순 비교로도 10배 차이가 나는 백서 사진
단순 비교로도 10배 차이가                   나는 백서 사진

 

“우리는 왜 안될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게 단순 기간의 문제가 아닌 거죠. 그 안에 무언가 장애. 제약하고, 장애했던 것들이 존재했던 거죠. 기간이 짧더라도 권한을 주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했다면. 이런 꼴이 안 났겠죠.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제거해낼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규연 PD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취재하며 관련된 기관들을 조사했다. 정부, 기업, 대학 연구기관, 국회, 법조계 등을 조사하며 이 기관들이 모두 참사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진상규명을 원하지 않는 네트워크들이 아주 촘촘히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조차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독성 테스트나 이런 과정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다 관여가 되어 있었죠. 그리고 (정부)부처도 많이”

“근데 부처들이 전부. 환경부는 복지부, 복지부는 산업부, 전부 그냥. 핑퐁 하는 거예요. 우리 일이 아니래요(헛웃음). 우리 일이 아니래. 그럼 누구의 일이냐? 쟤네들 일이래. 가보면 우리 일이 아니래요.”

“담당도 없었습니다. 이게 언제 담당이 생겼냐면요. 2017년쯤에 이 문제에 대해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고 쎄게 나오고 그러니까”

 

 

피해자들이 그걸 연구하고,

실험하고 통계 작업해서 발표해야 될 내용입니까?

 

가해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 때문에 죽거나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제품과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가 없다는 논리로 과실을 인정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기업체들은 많이 얘기를 합니다. 이거(제품)하고 이거(사망 혹은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 그럼 누가 밝혀야 되는 거죠? 누가 밝혀야 되는 겁니까. 그럼 피해자들이 그걸 연구하고, 실험하고, 통계 작업해서 발표해야 될 내용입니까?”

“너무 어렵죠. 사람들은 죽어나간다고 하는데 대책은 뭐. 로스트 타임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분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잊혀졌던 겁니다. 이게 공론화되기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수년 동안”

 

이규연 PD는 취재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이규연 PD는 취재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초기 검찰에서 만들어놓은 발표 내용.

그것이 다 맞다고 얘기하면,

왜 돈 쓰고 시간 써서 진상규명합니까?

 

“음모에 대한 얘기도 해야 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어요. 저도. 그동안 세월호 조사와 관련해서 조금만 다른 얘기, 가능성을 얘기하면 전부 음모론이라면서 저희를 비난했어요”

“이런 가능성도 있고, 저런 가능성이 있으니 조사를 해야 되겠다고 하면 바로 등장하는 게 음모론이었습니다. 이미 일부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정부에서 내고 있는 답이 맞는데, 그 답대로 안 가는 건 전부 음모다’. 이러니까 무슨 진상규명이 되겠습니까. 그런 프레임 가지고는 도저히 될 수가 없는 거죠. 그렇게 몇 년을 흘러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해인 2014년도 당시는 조타수의 조타 미숙과 과적. 이 외에는 전부 음모론이 되는 상황이었다며, 2017년 연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큐 ‘세월X’를 인용한 방송 후 겪었던 공격들을 지적했다. 다큐 ‘세월X’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합리적인 추론들을 검증하고 내보낼 만한 것들을 방송했고, 이후 심하게 공격을 당했다고 했다.

 

“입에 맞는 대로 할 거면 진상규명을 왜 합니까? 조사를 왜 해요? 초기에 검찰에서 만들어놓은 발표 내용 그것이 다 맞는다고 얘기할 거면 왜 돈을 쓰고 왜 시간을 써서 합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해당 보도 이후, 해군과 청와대까지 공격을 해왔다고 한다
해당 보도 이후, 해군과 청와대까지 공격을 해왔다고 한다

 

“누군가 세상의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

방해하려는 이들이 들이대는 논리가 음모론이다”

 

 

발제를 이어갈수록 이규연 PD의 목소리는 격양되었다. 그는 발제의 끝으로 참사를 지나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주문했다. 수십 년 동안 참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망각해버렸다는 그의 말에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발제는 오랜 기간 동안 재난 참사의 피해자들을 만나 기록하고 연구해왔고, 세월호 참사에서는 4.16작가기록단으로 활동해온 유해정 연구원이 진행했다.

 

클릭하면 4.16재단 안전사회 포럼 2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클릭하면 4.16재단 안전사회 포럼 2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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