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윤미희 님
새마을회 장흥지부 사무국장 윤미희라고 합니다. 장흥자원봉사센터에서 저를 <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로 추천을 해주셨는데 조금 부끄럽네요. 이 자리에 소개되어야 할 분들은 직원인 제가 아니라 우리 새마을회 회원분들이거든요. 그분들 대신해 추천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새마을회는 일상적으로 지역에서 필요한 일들을 주로 하기에 재난 현장에서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인근 지역민분들이 재난 겪으셨을 때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 애썼답니다. 2020년 구례에서 수해가 났었는데요. 당시 우리 지부에서 버스 한 대를 채워 복구 지원에 나섰어요. 복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피해 이재민 가족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피해가 심해서 쓸 수 있는 살림이 거의 남지 않으셨거든요. 회원분들도 그분께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이 있을지 문의하셨어요. 이후에 회비를 모아 저희가 복구 지원했던 가정의 싱크대를 바꿔드리고 농기계도 수리해드렸어요. 그때 우리 회장님께서 이재민 어르신의 두 손을 잡으면서 그러셨어요. “우리 장흥에 꼭 놀러 오셔요. 봉사 같은 거 말고 놀러 와요.” 두 어르신이 밥상에서 두 손 맞잡고 우시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따뜻한 분들과 함께 봉사하고 있답니다.
새마을회는 지역이 요구하는 봉사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대개 지역 주민을 살피는 활동, 지역을 돌보는 활동이에요. 회원들은 새마을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활동이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셔요. 이분들에게 봉사활동은 일상이신데요. 농사짓다가 “봉사합시다.” 하면 다들 나오세요. 작은 일이라도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다들 거들어주세요.
장흥군은 산과 바다로 이루어진 동네예요. 경제적으로 발전한 곳이거나 관광특구도 아니다 보니 인구는 자꾸 줄어들고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곳이에요. 면이나 읍, 군에서 새마을회로 자원봉사자 요청을 많이 하세요. 저희가 하는 활동은 대개 오래된 집을 수리하거나, 청소해드리거나, 밑반찬, 김장김치를 지원해드리거나 어르신 목욕 봉사 같은 일상봉사입니다. 마을의 폐농약병을 수거하거나 해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 보호 활동도 하고 있어요. 지역 내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일들을 일상적으로 거뜬히 해내세요. 저희 회원분들은 지역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기꺼이 손을 보태주시는 분들이시거든요.
장흥군은 읍면이 10개고, 280개 마을이 있어요. 10개의 읍면에 대표님이 계시고 그 밑에 280명의 부녀회장님이 계세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연결해 주는 사람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저는 일거리 찾아주는 사람이죠. 자원봉사센터나 군청도 수혜자를 발굴하지만, 공무원들이 가서 일하지는 않잖아요. 직원들은 발굴하지, 일하는 건 새마을회 같은 지역의 자원봉사단체죠.
새마을회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서 활동해요. 지역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새마을회 장점일 것 같아요. 새마을회는 동네마다 부녀회장과 대표님을 선출해요. 앞에서 활동을 이끄는 분들이 새마을회 읍 대표님들, 각 마을 부녀회장님들이신데요. 워낙 마을 사정을 잘 아세요. 이분들이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 다른 단체에서는 지역 내 관계가 없어서 연결이 어려워도 우리는 부녀회장님들이 있으니까 새마을회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지역 주민분들의 일상을 챙기는 일이 저희가 하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최근에 하는 일 중에 소개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저희가 할머니 개인 컵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요. 집에서 종이컵을 많이 쓰잖아요. 종이컵 대신 쓰실 수 있는 컵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과 그림에 재능이 있는 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청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실 수 있어서 할머니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신 적 없는 할머니들께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할머니들께 물감과 붓, 하얀 컵을 나누어드리고 그림을 그려보시라고 해요. 당신들만의 그림을 그려보시라고요. 곁에서 청년들이 도와드려요. 처음에는 머뭇거리시다가도 그림이 완성되어가면 아이처럼 좋아하세요. 할머니께서 그림을 그려주시면 컵을 구운 후에 갖다 드려요. 컵을 받으시면서 본인들 약 컵으로 사용하겠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할머니들은 매일 약을 드시니 약 먹을 때 쓰는 나만의 약 컵으로 쓰시겠다고요. 할머니의 그림에 할머니가 고른 색 입혀서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컵. 280개 마을 모든 할머니께 컵을 만들어드리는 게 올해 저희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새마을회는 환경 보호 활동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어요. 해양쓰레기 수거하는 활동을 주요하게 하고 있어요. 해양 정화 활동은 해뜨기 전에 모여요. 해양 정화 활동할 때는 물때가 안 맞으면 큰일 나요. 새벽 5시에 모이죠. 해가 바다 위로 떠 오르는데 햇빛이 바다에 비추면서 참 아름답더라고요. 하늘도 아름답고 바다도 아름답고 우리 회원들도 아름다웠어요. 해양쓰레기 줍기 활동은 한 달에 1번, 1시간 반 정도 해요. 길게는 안 해요. 봉사가 일이 되면 안 되거든요. 그래도 20명이 한 시간 반 정도 쓰레기를 수거하면 2톤 정도는 수거합니다.
단체 실무자로서 제가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자원봉사자분들의 안전이에요. 제가 현장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다 보니 누구보다도 현장에 대해서 잘 알아요. 자원봉사처 제안을 받으면 항상 먼저 현장을 방문합니다. 이 현장이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지, 이 정도 양의 일이면 여자 회원 몇 분, 남자 회원 몇 분이 필요한지 파악해요. 자원봉사자가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자원봉사자들 연세가 거의 60세가 넘으셨거든요.
해양쓰레기 줍는 활동이라고 해도 크고 무거운 것들은 수거하다가 다치실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은 이후에 장비를 갖고 와서 수거합니다. 활동하시면서 필요한 것들은 이후에 교육으로 진행합니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안전 교육, 환경 교육을 매년 하고 있어요. 비점오염원 예방이라는 예방 교육을 주로 합니다. 비 오기 전에 잘 치우자는 교육이에요.
회원분들 중에 정말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중에 대덕협의회 남○○ 회장님은 언제나 어느 자리나 빠지지 않고 참여해 주시는 분이세요. 이분은 저희가 전화하면 언제든지 손을 보태주세요. “회장님, 우리 ○○ 가야 해요.” 그러면 단번에 “그럽시다.” 하는 분이죠. 2021년 7월 9일 장흥에 기록적인 폭우와 만조로 대덕읍 연정천이 범람한 적이 있어요. 당신이 못하면 친구라도 데리고 와서 도와주세요. 비가 많이 와서 다리 난간 자체가 유실되었어요. 쓸려온 쓰레기가 하천을 막고 있었어요.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온종일 토사를 치워주셨어요. 남 회장님 덕분에 해당 지역 봉사가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어요.
한 분 더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강○○ 회원님이세요. 철거 봉사나 쓰레기 수거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세요. 옆에서 “아이고. 못해.” 해도 이분은 “언니들, 우리가 먼저 해야 해요.” 하면서 참여를 이끌어내요. 열혈 회원이세요. 매주 밑반찬 봉사를 도맡아 하시거든요. 저희가 지역의 저소득가정에 밑반찬을 서너 가지를 매주 보내요. 이분은 반찬통만 드리고 오지 않아요. 냉장고에 넣어드리면서 저번 주에 뭐가 맛있었는지 이번에는 뭐가 괜찮았는지 물어보세요. 이번 반찬 중에 어떤 건 좀 맵다고 냉장고에 반찬통을 직접 넣어주면서 하나하나 신경 쓰시더라고요.
강○○ 회원님은 지역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세요. 회원님 동네가 100호 정도 되는 큰 마을이에요. 바쁜 시간 쪼개서 어른들한테 식사 대접도 자주 하셔요. 마을 부녀회장이 되면서 마을을 조금씩 변화시켰어요. 이번에 새마을회에서 공동체 사업을 제안 드렸어요. 마을 입구에 마을 이름을 새긴 돌덩이 하나를 덩그러니 세워놓았어요. 그 부지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그게 쌓이면서 흉물이 되었어요. 그곳을 정비하는 일이었어요. 돌 옆에 예쁘게 정원을 만들고 의자도 갖다 놓고 마을 쉼터를 만들어놨어요. 앉아서 쉬었다 갈 수도 있어서 마을 어르신들이 좋아하세요. 강○○ 회원님 혼자 한 건 아니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낸 거죠.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죠. 일하고 상처 보듬어주고 다독여주는 일이 중요한데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우리 회원들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셨으면, 재미있게 봉사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사람들이 새마을회를 좋은 단체로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일을 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단체로요.
제가 도시 살다 와서 도시 깍쟁이였거든요. 일을 시작했을 때 생각하면 저는 조금 착해진 것 같아요. 회원들과 함께 10년을 활동하면서 이분들 삶이 더 편안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이런 마음들이 제 삶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아요. 저도 자연스럽게 회원분들께 영향을 받아요. 좋은 일 하다 보니까 내가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아요. 회원분들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주관 – 4·16재단 / 협력 –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 후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글 – 홍세미 (인권기록센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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