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소중한 ‘재난 현장에서의 협력’
<‘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이은영 님
저는 세종시자원봉사센터 팀장 이은영이라고 합니다. 2014년부터 활동해 올해로 10년 차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2023년 여름,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져 피해를 당한 지역이 많았어요. 수년간 큰 재해가 없었던 세종도 당시 큰 피해를 봤어요. 주말, 주야 구분 없이 자원봉사자분들과 수해 복구 현장을 지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 활동으로 재난 현장을 지킨 자원봉사자로 불러주신 것 같아요. 매우 송구스럽지만, 열정적인 세종시 자원봉사자님들을 대표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은 재난 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자원봉사센터는 피해 현장과 자원봉사자, 자원을 연결하는 허브니까요. 대형 재난 참사가 발생하면 재난 현장에 자원봉사자와 단체가 많이 몰려요. 복구 작업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봉사활동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신속해야 해요. 하지만 현장은 단체와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모이기 때문에 복잡하기 마련이었던 것 같아요.
세종시는 2020년부터 재난 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이하 통지단)을 꾸려 재난 시 대응하고 있습니다. 통지단은 재난이 일어난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자원봉사자 관리, 배치 등을 주도적으로 맡아 재난 현장을 지킵니다. 각 지역에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를 안내하고 각 현장 담당자한테 인계하고, 해당 활동에 필요한 도구도 지급하고요. 자원봉사센터가 해야 할 일은 현장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현장과 소통하면서 자원봉사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지단이 만들어진 후 현장에 필요한 자원은 신속하게 연결되고 자원봉사자분들은 더욱 안전하게 활동하실 수 있게 됐어요.
2022년 여름, 태풍으로 포항에 피해가 컸잖아요. 당시 수해가 나자마자 포항에 통지단이 바로 설치되었어요. 세종시자원봉사센터도 포항의 피해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포항 피해지역을 찾겠다고 통지단에 연락했습니다. 자원봉사 가기로 한 날 세종시에서 새벽 5시에 버스 한 대로 출발했어요. 포항시 통지단에서 미리 안내를 해주셔서 복구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분들이 드실 간식 정도만 챙겨서 출발했습니다. 통지단에서 봉사할 지역을 배정해 주시고 해당 지역 복구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다 챙겨주셨어요. 이 점이 좋았습니다. 통지단이 설치되기 이전에는 활동에 필요한 도구도 챙겨야 했거든요. 소통이 어려워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웠던 적도 많아요. 삽이 필요하다고 해서 삽을 몇십 자루를 준비해 갔다가 풀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져온 적도 있었답니다.
저희는 포항시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청소를 배정받았습니다. 8개 동 630세대 아파트 단지였는데 인근 하천이 범람해서 지하 주차장에 물이 들어찼어요.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은 모두 침수되었고 전기는 다 끊긴 상태였죠. 전기가 끊겨 칠흑같이 어두웠는데 자원봉사자분들이 헤드랜턴에 의지해 삽과 밀대로 지하 1층 주차장 바닥 토사와 오물을 지하 2층으로 쓸어내렸어요. 지하 2층에서 양수기로 물과 토사를 빼냈고요. 무더운 여름에 빛도 없는 곳에서 하려니 금방 녹초가 되었지만 힘을 합해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2년 포항에서의 수해 복구 경험이 다음 해 큰 힘이 되었어요.
복구 작업을 함께 해주신 자원봉사자분들이 기억나네요. 봉사활동 계획이 잡히면 1365 자원봉사 포털 사이트에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올려요. 포항 수해 복구 자원 활동은 세종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신청하신 분도 계셨어요. 부산에서 온 대학생도 세 분이나 계셨는데 인근에서 일어난 재난에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청년들이 함께 해서 더욱 힘이 났습니다. 워낙 이른 시간에 출발하다 보니 버스에 타지 못한 분도 계셨는데요. KTX와 택시를 이용해 포항 복구현상까지 찾아오셨어요. 복구 활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과 봉사활동을 신청했던 책임감으로 먼 길을 혼자 오셨더라고요. 복구 현장은 고되기 마련인데 기꺼이 함께 해주신 자원봉사자분들 덕분에 복구 작업을 원활하게 마칠 수 있었어요.
2023년 7월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져 수해 피해를 당한 지역이 많았어요. 그동안 재해가 없던 세종시도 집중호우로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수해가 일어나자마자 세종시자원봉사센터는 세종시 담당과와 통지단을 꾸렸습니다. 당시 제가 재난 복구 활동을 담당했습니다. 세종은 가옥보다 농지 침수 피해가 컸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농지에 쌓인 토사를 치우거나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을 주로 했어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면 지역에 집 뒤로 토사가 흘러내려 쌓인 곳이 많았는데, 집 뒤로 무너져 내린 토사는 중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워서 자원봉사자가 일일이 삽으로 치워야 했습니다. 자원봉사자분들이 무더운 여름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2021년부터 세종시자원봉사센터에 재난 담당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광역센터 재단 담당 직원은 시군구의 재난 상황을 공유하고 자원봉사자를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함께 하고 있어요.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배치된 재난 담당자들은 업무를 하면서 각 시도 재난 사례를 수집해 열심히 공유해주시더라고요. 이분들의 경험과 연구가 이후에 재난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난 담당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센터 관리자와 자원봉사자들도 재난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요.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면 재난 상황에서도 통지단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세종시자원봉사센터는 2021년부터 세종시 14개 관련 단체와 협약해서 협력 구조를 만들었어요. 통지단을 꾸리고 각 단체 담당자를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초대했어요. 담당자들과의 네트워크는 수해 복구 기간에 더욱 빛을 발했어요. 수해 복구 기간 동안 봉사활동이 접수되면 자원봉사센터 직원이 현장 답사를 가거든요. 현장을 꼼꼼히 살펴본 후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과 인력을 정리해서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어요. 자원봉사센터의 자원으로는 부족한 게 많아요. 쓰러진 나무를 자르거나 옮겨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그럴 때는 장비가 필요하거든요. 바로 카톡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할 수 있는 단체를 수소문 했습니다. 메시지를 올리면 어떻게든 자원이 연결되었어요.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와 자원봉사자가 신속하게 마련되었죠. 소통 창구가 생기니 정말 든든하더라고요. 수해복구 이후에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 하는 활동을 공유해서 공동체로서의 멤버십을 유지하면서 필요시 재난 교육도 함께 하고 있어요.
작년 7월 집중호우로 세종시 인근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출근하던 시민분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어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우리 지역도 침수 취약 지역에 더욱 신경을 쓰려고 해요. 센터에서는 통지단 협력 단체와 함께하는 재난 교육을 강화했어요. 광주 재난안전체험관에서 침수차량 탈출 체험을 할 수 있더라고요. 협력 단체 회원들과 재난안전체험관을 방문해 침수차량 탈출, 침수 공간 탈출 등 안전 체험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늘 부족한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교육과 활동으로 부족한 것들을 채우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긴밀한 네트워크와 정기적인 교육으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주관 – 4·16재단 / 협력 –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 후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글 – 홍세미 (인권기록센터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