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다다랐을 때, 손 내민 건 공감과 연대”

4·16재단은 뭘 하는 곳이죠? 라는 물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재단일까?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어떤 차별성을 갖고 걸어가야 할까? 그 물음 속에 우린 답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안전 사회로 나가기 위해 작지만 부지런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접한 비보들이 있었습니다. 수해는 물론, 화재, 가스 폭발, 그리고 코로나 19. 연이은 악재 속에 힘든 이들이 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부 지원이 안 닿는 곳이 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복지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를 최대한 걸러내야 하는 게 정부의 일입니다. 그렇기에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그 사각지대에 불을 밝히자! 이 한마디로 ‘재난피해긴급지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재난피해긴급지원사업은 공공부문에서 소외된 사각지대를 비추는 등불로써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재난 피해자와 재난피해 현장 활동가를 지원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어려움에 손 내미는 이들의 손을 잡는 ‘재난피해긴급지원사업’이 벌써 2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6일, ‘펑’ 소리와 함께 75명의 보금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정릉동 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로 75명이 사는 37가구의 집이 말 그대로 날아가 버린 사고였습니다. 그 현장에는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성북구청, 그리고 정릉4동 주민센터(동장 이계웅) 공용차량이 나와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였지만, 주민들의 삶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노력하고 있는 송선영 계장·전지연·김민아·신윤경 주무관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냥, 제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사고가 발생하고 정릉4동 소속 이계웅 동장을 필두로 송선영 계장·전지연·김민아·신윤경 주무관은 현장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주민들의 안전과 동 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정도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사실, 공공부문에서 더구나 주민센터에서 피해 구제를 위해 지원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우리 어떻게 하지?”라는 막막한 물음에 보건복지 지원팀은 한마음 한 뜻으로  “우리 피해자만 보자. 우리 정말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해보자.”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정릉4동 주민센터는 피해 주민들의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할 수 있는 일, 피해 주민들을 직접 만나 들어주는 것, 그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레 보금자리가 사라져버린 이들의 고통과 허망함을 공감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묵묵히 경청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나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고통을 그대로 전달받는 느낌에 함께 울었고, 아파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견뎠냐는 물음에 그들은 답했습니다.

“그냥, 제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현장에서 실무를 뛰는 이들을 위해 이계웅 동장님과 송선영 계장님은 지지와 응원 그리고 책상 위에 간식을 올려놓으며 격려했습니다. 우리 팀 뿐만 아니라, 다른 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동료 분들도 잘하고 있다며 힘 내라는 응원의 메세지도 보내줬어요.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사람이 힘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정말 막막했어요. 정말 한계를 느끼는 그 순간 전화가 왔어요.”

피해회복을 위해 주민센터로 기부되는 현물을 분배해 피해 주민들에게 배분하고 제도를 찾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당장 보금자리가 사라진 이들에게 정말 절실한 건 현금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죠. 그런데 쉽지 않았어요. 한계라는 게 존재하니까. 이걸 우리도 그냥 받아드려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정말 절망스럽더라고요. 피해 규모가 정말 우리가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컸으니까요. 그런데 전화가 온 거예요. 4·16재단이라고, 도와줄 수 있다고. 그래서 한참을 수화기를 붙잡고 울었어요. 그때의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한계에 다다랐을 때 손 내밀어준 곳이 4·16재단이라고 하니까 참 오만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옆에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 말들로 상황이 이해되는데, 우리 팀 전부가 숙연해졌어요.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 마음들이 한데 뒤엉켜 한동안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지 못 했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피해자가 피해자를 돕는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아리지만, 정말 따뜻해서 위로가 되는 거에요. 자신들이 받은 상처를 이렇게 승화시켰구나. 라는 놀라움도 생기고…

이런 부분들 덕분에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이 손을 먼저 내밀었다는 건 ‘공감’과 ‘연대’라는 가치를 실현시킨 거니까요. 감동의 울림이 배가 될 수 박에 없었어요.

“세월호참사 이후 대한민국이 성숙했구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말 느낀 건 대한민국이 성숙했구나를 정말 많이 느꼈어요. 어느 재해 피해자를 두고 그렇듯 일부 여론이 피해자들이 많은 걸 바란다는 식으로 표현한 걸 간접적으로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더라고요. 현장에서 우린 직접 만나고 대면했잖아요. 그런데 그러시지 않았어요. 그 힘든 상황에서도 더 힘든 사람이 누구니까 저 집 먼저 도와주라고, 그 집 먼저 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던 분들이에요. 피해 회복을 위해 그냥 제도 같은 걸 우리한테 물어본 거예요. 절대 어떤 거 이상으로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서로서로 돕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받았고요. 안전이 성숙했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이런 사건을 대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성숙했구나. 이런 걸 느꼈어요. 피해자 간의 연대부터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우리(공무원)의 시선까지도.

“트라우마를 이겨 낸 것도 사람 덕분이었죠.”

어쨌든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10가구를 제외한 분들이 보금자리를 되찾아가는데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뭐가 폭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런데 또 일을 계속 가중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 솔직히 번아웃이 왔었던 거 같아요. 왜, 왜,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까 이상한 원망도 들고… 그런데 결국 사람이 힘이 더라고요. 우리한테 상담하시던 피해자 분들이 우리를 위로하고 고맙다 말해 주시고, 곁에서 함께 힘들었으면서도 단단한 나무처럼 그늘이 돼주는 송 계장님도 계시고, 제 일을 대신 해주는 따뜻한 동료들까지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그렇게 힘들게 지나오진 않은 것 같아요.

“공동체 감수성이 향상되는 시간이었어요.”

이 일을 피해자분들과 지나오면서, 아픔을 겪고 만들어진 4·16재단에서 연락이 왔을 때, 동장님과 계장님의 독려, 팀원 간의 배려. 이 모든 게 어우러져 공동체 감수성이 향상되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우린 결국 하나구나. 결국 우리니까, 우리가 회복해나갈 수 있구나. 이런 경험들이 결국은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겨 낼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작은 독립서점에서 오가는 손님들한테 하는 인사가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인 거에요. 그 인사를 받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들 안녕을 기원하고 안녕할 거라 생각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을 만날지 모르니까, 안전을 당연히 바라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는 오늘이니까요. 그런 안전 사회를 위해 4·16재단이 활동하는 걸 보면서 조금 더 선명해지더라고요. 안전 사회 건설이 조금은 더 빨리 됐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마음 놓고 일상을 누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된다면 참사는 안 일어나지 않을까요?”

집을 지을 때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여기 살 누군가를 존중하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 토대가 된다면 대충 지을 수 있을까요? 안전 지도를 할 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오늘을 존중한다면 대충할 수 있을까요? 이번 가스 폭발 사고 현장에서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뛸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오늘을 응원하기 때문이었어요. 우리 모두 그저 타인의 오늘과 삶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그냥 할 일이니까, 내 몫이니까. 이렇게 당연해지는 내일을 바랍니다.

“공감과 연대 그리고 존중. 이 세가지의 가치가 세상에 뿌리내린다면 얼마나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우리의 삶을 지켜줄까요?”

▲맑은 날 정릉4동 풍경 사진 제공: 정릉4동 주민센터

4·16재단과 정릉4동 주민센터가 틔운 ‘연대’란 씨앗이 세상에 퍼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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