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을 지울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버릴 수 있어요.”
일한 지 10년 차인 배테랑 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 22일 인터뷰가 시작되자 꺼낸 첫 마디는 “작년 11월을 인생에서 지워준다면 나는 이 목숨도 버릴 거 같아…”였다.
A씨는 지난 11월에 자신에게 있던 일을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악몽의 첫 시작은 전화 한통이었다. 발신자는 A씨가 일하고 있는 요양원이었다.
“이번에는 3일 근무할 준비를 해오세요.”
통상 하루 근무인데 이틀 더 근무하니 그에 맞는 짐을 싸오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요양원 내에는 이미 코로나19가 퍼졌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코로나19 확진을 줄줄이 받는 상황에서 확진자와 확진자가 아닌 환자들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다.
요양원은 A씨에게 방호복을 건넸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방호복을 입고 확진자와 확진자가 아닌 환자들을 구분해 그들의 침대를 끌고 병실을 옮겨야 했다. ‘이러다 나도 확진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방호복과 마스크를 믿었다.
그렇게 지옥 불을 끄고 내 안식처인 집으로 돌아가기 전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병원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곧 걸려온 전화는 A씨의 11월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니 거기 가만히 계세요. 어디 움직이시면 안 돼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어떨떨함도 잠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코로나 확진됐대. 엄마 짐 좀 챙겨줘, 그리고 통장은 장롱에 있고 통장 비밀번호는 1234야. 엄마 잘못되면 잘 챙겨.”
당시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때문이었을까? A씨는 코로나에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런 병에 걸린거지? 내가 전생에 도대체…’라는 자책과 자괴감을 안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까슬까슬한 일회용 병원복, 청소는커녕 악취가 올라오는 화장실. 그러나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열심히 약을 먹고 밥을 먹고 잠을 잤다. 그렇게 두 달.
“음성입니다.”
그렇게 한줄기의 빛이 내렸다. ‘아, 이제 끝이구나.’ 그러나 그 코로나19는 주홍글씨처럼 A씨를 따라왔다.
코로나 확진자였다는 기록이 이름처럼 따라붙었고 산재 신청을 해놓은 터라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소통하고 지내던 이들은 코로나 확진자였다는 걸 알자, 얼굴이나 보자 나중에. 라는 말로 기약없는 약속만 남발했다. 그렇게 위축됐다. 점점 곁에 사람은 없어지고, 숨 가쁨과 기억력 감퇴 등 후유증만이 A씨에게 남았다.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도대체,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길래 내가…”
그렇게 가슴 한가운데가 묵직하고 답답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런 그가 다른 묵직함이 또 나를 덮쳐왔다고 토로했다.
“4·16재단에서 나를 도와준다고, 그 큰돈을 나에게 준다고… 세월호참사 때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기억은 하고 있지. 그런데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런 곳에서 죄 많은 나를 또 도와준다고 하니까 가슴이 얼마나 무거워. 먹먹해 죽겠어. 그 돈을 어떻게 써.”
작년 12월 이후 재취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실직 상태로 홀로 노령연금으로 근근이 살아오고 있었다. 잘 살아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도 추운 날 보일러 켜는 것도 멈칫거렸다는 A씨.
받은 돈을 어떻게 쓸 거냐는 물음에 A씨는 “이 돈 어떻게 써요… 못 써… 써도 좋은 일에 써야지. 우리 요양보호사협회 사단법인 만들 때 조금 출연하고 그리고 나 맛있는 거 조금만 사 먹을게,”
A씨 그렇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A씨는 “고마워요… 그렇게 힘든 일 겪은 사람들이 만든 곳에서 이런 나를 봐줘서, 정말 보잘것없는 나한테 선뜻 손 내밀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엄마·아빠들 내가 진짜 고마워. 노란색만 보면 이제 마음이 더 아련할 것 같아. 힘든 곳에서 핀 꽃이 날 웃게 만드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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