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박준] 일요일 일요일 밤에2

월간 십육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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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준


8월의 월간 십육일에서는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고 다양한 시집과 에세이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박준 시인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2>

 

누군가 친구의 구두을 신고 갔습니다 이번에는 면접 잘 보라고 스스로 허술하지 않아야 남들도 나를 알아주는 법이라고 친구의 어머니가 얼마 전 사주셨다는 구두입니다 볼이 조금 헐거워 오래 신던 운동화 밑창까지 깔아두었는데 새것을 탐하는 이가 신고 간 게 분명하다며 친구가 이야기합니다 사람 함부로 의심하면 안되지만 지난밤 내내 혼자 앉았다가 새벽에 비틀하며 떠난 그 사내가 수상하다고도 친구는 말합니다 이 말을 하는 동안 구두를 잃은 친구는 내내 울상이었고 이 말을 듣는 동안 상주(喪主)인 친구는 사흘 만에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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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십육일은 매월 16일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작가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주제의 에세이를 통해, 공함하고 계속 이야기해 나가자고 합니다.

*월간 십육일에서 연재되는 모든 작품들은 4·16재단 홈페이지, 블로그, 뉴스레터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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