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어 가는 공간, 동네책방 숨.
첫번째 북콘서트는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북콘서트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책 동네책방 숨’에서 진행됐습니다. 곳곳에 자연스레 피어있는 꽃들, 웅장함보단 따뜻함을 간직한 이곳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은 어땠을까요?
잠시 쉬었다가요, 모두.
책방에 들어서기 전 모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물그릇과 밥그릇이었습니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이 두 그릇은 마치 “네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을게. 그저 잠시나마 쉬었다가렴.”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된 하루를 토해내는 쉼을 쉬는 공간에서 세월호참사 의인 김상우·한재명 민간 잠수사 그리고 시연 엄마가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자들을 만나기 앞서
독자들을 만나기 두시간 전, 오늘 북 콘서트 사회를 진행해주실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님과 잠수사님 그리고 나는 세월호 잠수사다 작가로 참여한 안덕훈 작가님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떻게 우리는 슬픔만이 아니라 진실과 연대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서로의 말을 다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에게 그곳은 ‘구조’ 현장이었어요.
아픈 이야기를, 트라우마를 다시 꺼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 일을 글로 정리하고 책을 발행해 다른 이들 앞에서 다시 또 되새기며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또 이런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치유해 나가고 진상규명을 왜해야 하냐는 질문에 답이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에 한재명 잠수사님은 그날을 이야기 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결혼식장을 잡으러 갔던 새신랑 한재명 잠수사의 이야기는 모두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처음엔 다 구조했다는 오보에 안심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대한민국이야. 그런데 그것이 결국 오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보는 반복되고 결국 그 곳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해내는 사람들이 잠수사입니다.
잠수사라 하면 많은 분들은 맑은 물을 헤엄치며 바다 경관을 즐기는 레포츠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잠수사라 말하는 분들은 뿌옇디 뿌연 바다 속에서 수중 토목을 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들입니다.
“물 속 일이 다치는 건 없습니다.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 역시 600명이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제 잠수가 가능한 사람을 얼마 없다는 걸 이미 직감했습니다. 레포츠 잠수를 하시는 분들이 시야 확보도 제대로 안되는 바다속에서 커터칼 날에도 짤리는 공기 호스 하나 안면 마스크에 연결해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11분의 잠수사들이 입을 모아하는 말, “가고 싶지 않지만, 가있겠죠.”
이번 책이 발간되는데 큰 힘을 보태주신 안덕훈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필을 하시면서 느꼈던 점, 제 3자이자, 가장 가까이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으로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11분의 잠수사들이 입을 모아 말해요. 또 갈 꺼냐는 물음에 가고 싶지는 않지만,가 있겠죠.라고. 처음에 세월호 현장에 가신 계기가 정말 무의식적으로 어? 내가 가야되는데. 라는 마음들 이었더라구요.”
팽목항에서 계속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잠수사들에 대한 첫 기억은 팽목항에서 하염없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였어요. 그런데 어떤 남자 분들이 우리한테 오더니 “우리 잠수사인데 뉴스를 보고 왔다. 우리가 잠수를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은데 못 들어가게 한다. 들어 오려면 너네 장비 너네가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장비를 내려서 배에 싣는 걸 도와 달라.”는 거예요.
그때는 말도 못했어요. 경황도 없고. 그렇게 아이를 수습하고 있는데 양대형 사무장이라고 그 분 형이 오셔서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더니, 잠수사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같이 끼니 챙겨주러 가자는 거예요.
그렇게 현장에 갔는데 비가 와서 뵙지를 못했는데, 민간 잠수사 분들 생각하면 같이 배에 잠수 장비를 옮겨준 거…
고마운 마음은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전할 기회가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관홍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함께 연대를 시작했어요.
“죄송하고 고마워요.”
이어지는 질문, 소통, 그리고 연대
간단한 책 소개가 끝나고 사전 신청으로 모신 몇 분의 독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물었습니다. 왜 아직도, 당신들이 아파야 하는 것입니까? 잠수사 지원법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 물음은 결국 하나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당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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