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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리핑] 또 무죄... 혹시 우리 법이 잘못됐나?
언론 속 4.16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3-12-04 11:25
조회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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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사 내용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 활동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흡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월, 대법원은 책임져야 할 해경 지휘부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에는 당시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지휘부가 현장의 급박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며 이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지휘부의 책임은 묻지 않은 겁니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은 책임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형법이 직접적 과실에만 책임을 물어온 탓에, 사전 예방시스템의 미비와 불완전한 작동에 책임져야 할 조직의 최고책임자들은 법적 처벌을 피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번 대법원 판결, 최정학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가 비평했습니다.
3심 : 대법원 제2부 권영준(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대법관 2023.11.2 선고 2023도2364
2심 :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 이원범(재판장), 한기수, 남우현 판사 2023.2.7 선고 2021노453
1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 양철한(재판장), 구현정, 김재호 판사 2021.2.15 선고 2020고합128
지난 11월 2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 지휘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결과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과실치상에 대해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경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 등 피고인 전원에 대해서 무죄가 인정됐다. 다만 김문홍 목포서장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그리고 조형곤 목포서 상황담당관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유죄로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원심, 즉 제2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제2심은 제1심의 판결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은 2021년 2월 15일 이루어진 제1심 판결에서 이미 그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이러한 결과 – 해경 지휘부 전원에 대한 무죄 – 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특히 이 사건의 사회적 무게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인의 법감정과는 상당히 괴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죄 판단에 대한 법원의 설명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해양경찰(의 지휘부)에게는 해양 재난상황에서 국민을 구조할 엄격한 법령상‧직무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당시 구체적 상황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최선을 다해 적절한 조치를 하였으며, 구조활동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이를 사후적 판단에 기대어 형법적인 책임이 발생하는 업무상 과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이러한 판단에 대한 모든 쟁점을 상세히 검토해 볼 수는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만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어처구니없는 해경의 구조 활동, 지휘부는 몰랐다?
맨 먼저 법원도 인정하고 있듯이 당시 해경의 구조 활동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완벽한 것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흡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재난에 대한 신고가 경찰에 최초로 접수된 당일 9시경부터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했다고 (사후에) 판단된 9시 50분까지 해경과 세월호 사이에 교신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관련 법령이나 재난 대응 매뉴얼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급박한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사항일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상황 파악의 부족에 해경 각 단위 – 중앙, 광역, 지역 – 의 구조 상황실과 현장에 출동한 구조 세력들 사이의 원활하지 못했던 통신이 더해져 지휘부로 하여금 전체적인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였다.*
*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당시 맨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511 헬기의 보고나 세월호 여객부 직원의 신고, 나아가 진도 VTS의 교신 내용 그리고 123정의 보고 내용 등에 의해 해경 지휘부가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월호에 대한 몇 차례 교신의 시도가 있었고 또 이 같은 교신의 미흡이 사건의 결과를 뒤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며, 지휘부로서는 다른 구조자가 충분한 교신 노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예상하여 조치할 의무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들의 과실을 부정한다.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앞으로 '효율적인 교신을 위한 기술적 수단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경찰의 중요한 임무라면, 평소에 이를 위한 효율적인 통신체계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에게 주어진 50분 동안 교신의 미흡으로 끝내 마지막까지 지휘부가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면, 이것은 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현장 상황 몰랐다면, 지휘부 책임은 없는 걸까?
비슷한 의문은 해경의 구조 조치, 즉 끝까지 퇴선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일어난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해경인 123정 정장 김경일에 대한 앞선 재판에서 법원은 당시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퇴선 조치만이 유효적절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같은 책임이 지휘부에는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위에서 본대로 이들이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침몰하는 선박과 교신을 하지 않았고 또 일종의 거짓 보고 – 구조 도중 김경일은 '승조원을 승선시켜서 퇴선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하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를 하였다는 점에서, 현장에 있던 123정 정장의 책임은 매우 크다.
그러나 이 말만을 믿고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채 결국 마지막까지 퇴선 명령을 내리지 못한 지휘부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위의 통신 문제와 비슷하게 법원은 '구조 세력들이 현장에서 구조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한 데에는 평소 해경에서 대형 선박의 조난 사고에 대비한 교육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침몰하는 선박에 진입하여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해 본 경험이 없었으며 이에 필요한 구조 장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점 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대형인명사고에 대비한 물적‧인적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 역량의 부족과 지휘 시스템의 미비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후략)
오마이뉴스 / 최정학 시민기자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