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세상·억울한 사람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재난피해지원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재난참사에 대한 아픔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중인 피해 당사자들이 재난피해를 입은 또 다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재난 안전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장 지원 전문가로 양성하는 교육 사업입니다. 피해자 간 연대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치유의 경험을 위해 체계적인 전문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세상·억울한 사람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2-9반 조은정 엄마 박정화입니다. 오늘은 조은정 엄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주제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언제쯤이나?’입니다.

첫 번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 이전 나(박정화)의 삶은 어땠나를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은정이는 친구 같은, 친구였던 효녀였습니다. 엄마·아빠 생일과 엄마·아빠 기념일을 아빠보다 잘 챙기는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남편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고 수영을 좋아했습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수영장에서 살던 아이였으니까요, 그래서 물에 빠져도 큰일은 안 당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 아이는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두 번째,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일어난 직후입니다. 뉴스를 듣고 단원고로 갔습니다. 들어가는 그때 뉴스에 전원 구조라는 속보가 떴습니다. 그 뉴스를 보고 ‘그럼 그렇지.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데.’라는 안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부모님들이 팽목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옆에 앉은 친구에게 우리 딸 이름이 조은정인데 구조 명단에 있냐고 물어보니까 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그래도 믿었습니다. 진도 체육관 칠판에는 우리 아이 이름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진도에 도착했는데 우리 아이가 안 보이는 거예요. 다들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를 찾는 부모들이랑 같이 진도항으로 갔어요. 그 근방 섬에 아이들이 구조돼서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밤이 돼도 아이가 안 와요. 억울하고 화도 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 이후 나오는 뉴스는 123정 정장의 기자회견이었어요. ‘최선을 다했다. 퇴선 명령했는데 아이들이 안 나왔다.’ 그런데 그 말은 거짓말이었잖아요. 그리고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을 해경이 해경 아파트에 숨겨줬잖아요. 이후 진행된 선장 재판에 참석해서 물었어요.

“당신 아들이 타고 있었어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거냐.”

“내 아들이 타고 있었으면 퇴선 명령을 내렸을 거다.”

너무 억울했어요. 네 자식, 내 자식이 어디 있어요. 우리 아이들 생명에 경중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우린 계속 움직였어요. 안산에서 청와대, 안산에서 해양수산부 다 걸어 가보고 노숙도 삭발도. 정말 별의별 짓을 다 했는데 결국 무혐의 판결이 나왔어요.

세 번째,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얼까? 우선 전국에 흩어진 우리 아이들 생명안전공원 완공해서 한 데 모으고, 생명안전공원이 안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더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면 안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저처럼 억울한 사람이 없게 좋은 세상 만들고 싶어요. 제가 당해보니까 너무 아파요…

재난안전전문가 양성 중급 과정 수료식 발표 中

은정 엄마는 재난안전전문가 중급과정 수료 후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담담하게 참사 이전과 이후의 자신 이야기를 정리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궁극적인 삶의 계획을 말했던 은정 엄마는 이제 또 어떤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안전을 지키지 않아 난 참사가 아니에요. 사회 안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거였어요.”

우리가 안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에요. 무조건 개개인이 안전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 이런 시선이 아니에요.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입니다. 그래서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을 통해 전문가로서 사회 안전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구축과 정상적 작동에 일조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에 참여하게 됐어요.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았어요.”

꽃을 잘 피워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일조량과 거름, 그리고 물이 필요해요.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피기 위해서도 그런 것들이 필요했단 말이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 사회(어른)는 어땠나요? 방관하고 방조했어요. 저도 이 사회의 어른이죠. 처음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마주할 때는 굉장히 회의적이었어요. 이런 거 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뭐가 얼마나 바뀌겠나 싶었죠.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바뀌면 다른 사람들도 바뀌고 그렇게 사람들이 바뀌면 사회가 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엄마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힘들죠. 그런데 추후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면 느낄 죄책감이 무서워요.”

아파봤잖아요. 참사로 우리 엄마·아빠들 정말 고통스러워 봤잖아요.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진상규명 활동에 매일 밤 최소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가고 체험하러 다닌다는 게 안 힘들 수가 없죠. 그런데 사회적 재난참사가 또 안 생긴다는 확신이 없잖아요. 만약 그런 참사가 발생하면 들을 원망이 무서워요. ‘그때 잘 좀 해놓지. 왜 그때 하다 말아서 또 이렇게 내가 내 사랑을 잃어야 하나.’ 그런 원망이 안 들 수가 없어요. 사람이니까요. 그런 상황들이 불현듯 머릿속을 지나치면 포기할 수 없어요. 우린 그 고통의 무게와 크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까먹죠, 그런데 이렇게 반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어요.”

지금도 안전누리교육원에서 하는 교육을 수강 중이에요. 안전에 대한 교육들이 겹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소화기 사용기한 10년이라던지, 심폐소생술 방법이라던지. 그런 것들이 처음 배우면 금방 잊어버려요. 그런데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에서 배우고 또 배우니까 이제는 머리에 남는 거예요. 배우고 또 배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렇게 다시 또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얼굴부터 빨개지던 제가 이제는 말이 하고 싶어요.”

은정 엄마이자, 박정화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참사 이후 제 삶은 은정 엄마로서 써 내려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면서 난 은정엄마이자, 박정화였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고 있어요. 전 내 아픔은 나만 갖고 있으면 된다. 말해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사람들 눈도 잘 못 보고 얼굴부터 빨개지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정리해가는 과정, 그걸 글로 풀어내는 과정,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과정을 통해 이제는 마음을 말로 꺼내 보일 수 있겠더라고요. 말을 하고, 나를 표현하고. 그런 과정을 지나오면서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라더라고요.

“정말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별이 되고 안전의 날이 제정됐잖아요. 정말 미약하지만,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 다음 세대부터는 정말 마음껏 꿈꾸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정말 잘 다듬어져 자리 잡고 정상적으로 구동하는 사회여야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면서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게 안전인 거 같아요.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부족하지만, 어른으로서 보탬이 되고자 우리 엄마·아빠들이 재난안전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우리 ‘내 아이만! 말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요.”

사실 아이들은 잘 교육하면 돼요. 빨간불엔 건너지 말자, 도로에선 갑자기 뛰어나가지 말자. 정도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어요. 요즘도 뉴스를 보면 일하다 세상을 떠나는 우리 아이들 세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와요. 그게 그 아이들이 안전을 안 지켜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어른들이 ‘내 아이만!’이라는 생각 때문 아닐까요? 사회를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다른 아이의 목숨을 등한시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 어른들이 조금만 더 너른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4·16재단은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가는 걸음에 언제나 함께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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