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저는 중학생 2학년이었어요'
세월호에서 언니오빠들이 잘못되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 느꼈던 그 마음을 많이들 잊어가는 것 같다며,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416기자단에 신청한 대학생이 있었다. 2000일을 맞이해 세월호를 다룬 영화 ‘생일’을 본 이 학생은, 기억하는 행동이 그저 각자의 안타까움으로 끝나는 것을 넘어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컨텐츠는 4.16기자단 서진주 기자가 작성한 글의 일부입니다
어제는 2019년 10월 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000일이 되던 날입니다.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영화 ‘생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적을 수 없는 관계로 일부만 다룹니다.
‘생일’은 세월호 사건 이후, 유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날 이후 가족들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부분의 미디어가 당일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가족들의 일상을 들을 기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제작자인 이종언 감독은 눈물을 유발시키거나, 일상을 과장하는 내용 대신 일상에서 느껴지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습니다. 매우 어려운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고, 소원 하나 들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저는 이 대사 하나에서 유가족의 슬픔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저 대사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국가와 정부가 만들어내지 못한 어떤 높은 가치를 영화 하나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 덕분에 세월호의 가족들이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의 표면 위로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느낍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영화 ‘생일’의 마지막 생일파티 장면에서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왜 그동안 이 날을 잊고 살았을까. 후회와 반성과 공감 등의 감정이 복합되어 저절로 흘렀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여전히 괜찮지 않은 유가족들의 모습과 우리는 너무나도 무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현실을 느끼게 되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사건이 크던 작던, 시간이 흐면서 잊혀지는게 정말 쉽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이런 현실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제가 중학교 2학년일 때 발생한 사건입니다. 저는 그 날 과학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을 통해 들었습니다. 당시엔 어린 나이이기도 했고, 그저 단순히 배가 침몰하는 사고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그 뉴스를 보고 계셨어요. 큰 일이라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됐어요.
저는 뉴스를 통해서는 유가족들과 언니오빠들의 안타까움에 크게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대통령의 늦장 대처, 해경, 선장의 잘못을 중점으로 뉴스가 나왔거든요. 사건에 공감하기 전에 ‘아, 정부에서 또 일을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네’ 하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았었습니다. 이게 당사자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방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출처 :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329
5년이나 지나 제가 대학생이 된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 그 안타까운 상황에 추모보다 비판이 주가 되었던 당시 상황이 화도 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희 같은 학생들은 수학여행 같은 학교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세월호 때문이야“라는 표현을 많이 썼거든요.
성인이 된 지금은 피해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이걸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416기자단 활동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 한 명이 말하고 기억한다고 해서 위로가 되고 기억에 남겠어?'
'내가 감히 저 아픔에 끼어들어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일까?'
사실은 그동안 고민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조심스럽다보니 혼자만의 고민이 되고, 그러다보니 이 슬픔을 제가 마주하는 것도 점점 두려워졌습니다. 영화 ‘생일’을 보는 건 제 나름대로의 용기가 필요했고, 이걸 시발점으로 이제 더 용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의 공감과 위로, 의사 표현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자 원동력이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아버렸거든요.
그동안 두려워하고 피하기만 했던 이 슬픔에 마주서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혼자 기억하는 것보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이런 움직임이 피해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더 안전하고 밝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느낍니다.
작은 용기를 내는 것. 그게 사회를 바꾸는 첫 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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