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1일,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소재의 한 복합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29분의 희생과 40분의 부상이라는 대형 참사를 초래했습니다. 소방 지휘관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한 미진한 구조 작업과 경보와 구조를 위한 장비 관리 미숙 등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의 진상규명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12·21 제천화재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와 부상자대책위원회는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명확한 책임을 물어 두 번 다시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함께하고자 4·16재단은 생명안전 피해자 백서 사업을 통해 참사 피해자의 목소리와 경험을 담은 『다시 쓰는 참사 : 12·21 제천화재참사』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로 시작한 생명안전 피해자 백서의 두 번째 주제로 12·21 제천화재참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백서를 위한 인터뷰 참여와 자료 제공으로 함께해주신 참사 피해자 및 전문가분들과 5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 속 피해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은 백서의 집필을 위해 애써주신 문화사회연구소 연구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12·21 제천화재참사를 일주일 앞둔 지난 12월 14일, 제천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는 백서 발간을 위해 애써주신 참사 피해자와 관계자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다시 쓰는 참사 : 12·21 제천화재참사』 백서 북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백서 사업을 주관한 4·16재단 박성현 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북콘서트는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등 피해자 4인, 그리고 이들을 지지해온 법률 변호인과 백서 집필 연구팀 등 3인이 패널로 함께해 참사의 기억과 백서 참여 경험 등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콘서트 현장에는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와 부상자대책위원회 소속 피해자들과 제천시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으며, 4·16재단 유튜브 채널에서의 실시간 송출로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했습니다. 특히, 이번 북콘서트는 참사 발생 터를 문화공간으로 재건립한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진행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었습니다.

먼저, 참사 피해자를 대표해서 유가족대책위원회 민동일 공동대표와 부상자대책위원회 한을환 대표,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안태호 씨(故 신명남님 아들)와 이소연 씨(故 최순정님 딸)이 피해자로서 겪었던 참사 당일과 이후의 활동, 백서 참여 계기와 이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12·21 제천화재참사가 대형 참사가 되어버린 원인으로 유가족대책위원회 민동일 공동대표는 다음 세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첫째, 화재 발생 건물 전체는 불법으로 증축되어 있었으며,
둘째, 건물주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은 어떠한 대피 지시 없이 자신들의 탈출에만 급급했으며,
셋째, 참사 발생의 가장 큰 문제점인 소방의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 지휘관은 구조 전략의 수립을 위한 한 번 돌아봄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인명 구조를 위한 굴절 사다리차와 현장 상황 공유를 위한 무전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참사 당일의 경험과 관련해 부상자대책위원회 한을환 대표는 소방 사다리차가 아닌 민간사다리차에 의해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구조되었던 그날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를 통해, 12·21 제천화재참사는 “구조된 저희 3명과 구조되지 못한 29분은 못 구한 것이 아닌 소방 지휘관의 오판 또는 무능으로 인해 방치된 살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싶다”는 말로 소방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참사 이후 가족을 잃은 그리움과 외로움, 울분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4분의 유가족을 언급하며, 참사와 이들의 죽음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법원의 판결을 지적했습니다.
한순간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아픈 경험을 한 후 집행부는 유가족을 대표해 지난 7년간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왔습니다. 소방청 합동 조사 및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회의 참여와 위로금 및 손해배상 관련 소송 진행, 건물주 및 직원 처벌 형사 재판 참석, 제천화재참사 피해자 지원 결의서 발의 등의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러한 과정은 제대로 기록되어 집행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22명의 참사 피해자와 관계자가 백서 작업에 함께한 이유 또한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기반으로 왜곡 없는 참사의 진실을 기록해 후대에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날을 되새기는 과정이 아프기도 했지만 피해자 간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소감과 함께, 기존의 백서와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쓰인 백서를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며 사회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피해자 대표들은 백서를 통해 12·21 제천화재참사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과 결합을 촉구하며, 이웃과의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故 최순정 님의 딸 이소연 씨는 일선에서 애쓰는 소방대원들의 노고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닌, 훈련과 자원 마련, 지휘관의 통솔 능력 부재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음을 알리기 위해 소방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서 “일이 벌어지고 나면 시간은 돌릴 수 없으니 무전기가 잘못됐으면 상관에 즉시 보고해 미리 고쳐 놓고,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고장이 났다면 미리 고쳐 놓고, 내가 제대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가 어디인지 미리 확인하며 본인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를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모두에게 전했습니다.
한편, 故 신명남 님의 아들 안태호 씨는 북콘서트가 진행된 생활문화센터라는 공간을 통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일상 속 추모 문화의 형성을 희망했습니다. 제천화재참사의 터를 주민 친화 시설로 재건립한 것은 분명한 진보이지만, 센터 내에 제천화재참사 발생과 생활문화센터 건립의 취지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주민과 피해자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함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참사 이후 물심양면으로 피해자들의 곁을 지킨 이들은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소속의 변호사들이었습니다. 2017년 뉴스를 통해 참사를 접하고 바로 제천으로 향했던 홍지백 변호사는 구조적 문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천화재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겹쳐 보였다며 그날의 경험을 회상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제천화재참사 피해자와의 MOU 체결 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피해구제, 미비한 제도 보완을 목표로 7년간 피해자의 곁에서 여러 소송과 재판에 함께했습니다. 이를 통해 소방 지휘관의 미흡함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이례적 판결과 참사 이후의 화재 현장 속 적극적 소방 활동이 이뤄지는 성과가 있었음에도, 정작 제천화재참사 피해자들의 재판에서는 그 성과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홍지백 변호사는 제천화재참사 피해자들을 감정을 앞세우거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는 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분들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렇기에 소방의 과실 인정과 피해자 지원 조례안 추진 등의 좋지 않은 법적 결과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바를 온전히 담은 이번 백서를 검찰과 법원 등에서도 많이 읽고, 정부 조사 결과의 인정과 그에 대한 책임 및 후속 조치 마련에 힘쓰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참사 피해자와 법률 전문가의 지원과 더불어, 『다시 쓰는 참사 : 12·21 제천화재참사』 백서가 실제로 제작되기까지는 5개월간 피해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기 위한 인터뷰 진행과 자료 조사, 백서 집필을 위해 문화사회연구소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정원옥 연구책임자님과 김종곤 공동연구자님이 대표로 백서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백서의 구성, 이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백서의 구성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째, 기록된 제천화재참사입니다. 지난 7년간의 자료 분석을 통해 법·관의 기록 정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포함한 언론 분석, 논문과 보고서 등을 연구진의 관점에서 분석해 비판적 읽기를 진행했습니다.
둘째, 다시 쓰는 제천화재참사입니다.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 전문가 등 22명의 인터뷰를 통한 증언을 기반으로 참사의 현장과 이후의 해결 과정을 재구성하고 사건의 쟁점과 과제를 도출했습니다. 희생자 가족의 경우 다양한 세대 및 피해자와의 관계에 맞춰 분류하고, 그 안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분석했습니다.
셋째, 유가족이 쓴 희생자 이야기입니다. 희생자가 남긴 기록과 가족이 쓰는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경험이 처음인 대부분의 희생자 가족들의 그리움과 고통이 알알이 새겨져 있는 글의 모음입니다. 특히, 백서 내용 중 사람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문화사회연구소 정원옥 연구책임자는 사회적 참사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피해자를 만나고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수행하고자 백서 작업에 참여했음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참사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짧은 시간 속 피해자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백서를 집필하는 일은 분명 힘이 들었지만,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백서를 만들고자 했던 연구진들의 마음과 백서 사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증언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해주신 피해자들이 있었기에 충실한 내용의 백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백서가 피해자분들의 마음에 더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었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 백서를 바라며 집필에 임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김종곤 공동연구자는 백서 작업에서 만난 피해자들이 시민 사회 연대의 부재를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부단한 노력에도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7년의 활동 자료를 살펴보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분노를 마음 깊이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대응, 특히 법적인 측면에서 ‘합법적 과정’이라는 이름의 권력의 언어를 사용하며 법적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배제하는 경우를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백서에 담은 만큼 “실증주의적인 참사를 대하는 인식론적인 방법들, 접근방식들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이번 백서가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다시 쓰는 참사 : 12·21 제천화재참사』는 12월 21일 제천화재참사 7주기 추모식 현장에 자리해준 약 130분을 대상으로 배포되었습니다. 이후 2025년 1월 중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시민 사회 등을 포함해 백서를 함께 읽고자 하는 개인과 단체의 신청을 받아 우편 발송을 통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신청을 통해 12·21 제천화재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쓰는 참사 : 12·21 제천화재참사』의 PDF 파일 전문과 북콘서트 현장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소식들이 궁금하신가요?
활동소식
[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4월의 기억순례길
홍보 및 영상 자료 활동소식
[영상]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
월간 십육일 활동소식
[월간 십육일 – 김현] 병현에게
활동소식
[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4월 연극제 ‘바라, 봄’과 개막작 ‘별망엄마’
활동소식
[4·16재단 후원회 발족식] “안전사회를 위한 큰 걸음을 시작합니다!”
활동소식
[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4·16의 봄」 OT 및 안전 문화스쿨 1차 스케치
활동소식
[4.16가족나눔봉사단] 이주 배경 아이들과 선박 비상 체험활동에 함께했습니다
홍보 및 영상 자료 활동소식
[영상] 🎗세월호참사 11주기에 함께 해주세요!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활동소식
[🎗함께 만들어가는 4.16생명안전공원] 공감과 연대로 반환점을 돌며_김민환(4·16재단 기억과추모사업위원회 위원장)
활동소식
4.16가족나눔봉사단의 2025년 1분기 활동을 소개합니다
활동소식
[4.16별빛걷기 개막식] 4.16생명안전공원의 차질 없는 건립을 위한 시민캠페인, 혼자가 아닌 함께 걷자!
활동소식
[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처음 뵙겠습니다”
월간 십육일 활동소식
[월간 십육일 – 김금희] 아이들에게
홍보 및 영상 자료 활동소식
[2024년 4.16 안전문화 콘텐츠] ‘나의 노란 고래에게’ 뮤직비디오
홍보 및 영상 자료
[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사업을 돌아보며
월간 십육일 활동소식
[월간 십육일 – 최민석] 마음의 방
활동소식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은 안전 사회 만들겠다는 다짐과 성찰”
홍보 및 영상 자료
[재난너머, 일상이 안전한 사회만들기 프로젝트 1기 사업보고회] 스케치영상
홍보 및 영상 자료
[재난너머, 일상이 안전한 사회만들기 프로젝트 1기 사업보고회] “너머의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재난현장 자원봉사자 활동소식
[임종한님] 진실 규명,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일
활동소식
“재난피해자의 권리와 곁을 상상하며”
활동소식
“4.16생명안전공원이 첫 발을 내딛습니다”
월간 십육일 활동소식
[월간 십육일 – 오시은] 광장의 불빛이 희망이다
재난현장 자원봉사자 활동소식
[최은영님] 그날처럼 오늘도
활동소식
[생명안전학술연구지원사업 인터뷰 시리즈] 도교동 연구팀 편
활동소식
<2025년 새해 인사말> 새해에는 기쁨과 희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활동소식
[활동소식] 함께 안전한 사회 만들어요 ! <시민안전 정책제안 활동지원 공모사업> 사업결과보고회 진행
활동소식
[생명안전 피해자 백서] 『다시 쓰는 참사 : 12·21 제천화재참사』 백서가 발간되었습니다
활동소식
[기획_2024년을 말하다] “재난 프레임을 바꾸어온 10년을 돌아보며”
재난현장 자원봉사자 활동소식
[조용주님] 복구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사람
재난현장 자원봉사자 활동소식
[이은영님] 무엇보다 소중한 ‘재난 현장에서의 협력’
월간 십육일 활동소식
[월간 십육일 – 성해나]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