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기자단] 민들레빛_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토론회를 기록하다.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한국 사회

고광빈 기자

인권위의 올바른 결정 이행 및 정부의 2차 심해수색 및 유해 수습 촉구
“2차 심해수색을 하지 않은 국가의 조치가 인권 침해”
“우리는 과연 이 당연한 것들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를 인권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외에도 국내 법조계 전문가, 4·16재단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대책위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진정에 대한 올바른 결정 이행과 인권적 관점에 근거한 정부의 2차 심해수색 및 유해 수습을 촉구했다.

지난 21일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부대표는 “외교부와 해양수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1차 심해수색의 목적을 침몰 원인 규명과 선원 생사 확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가지 목적 모두 달성에 실패했다”며 “2차 심해수색으로 조타실 내부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블랙박스를 수거해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부대표는 또한 유해 수습에 대해 “당시 외교부는 ‘유해 수습 자체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며 “외교부의 발언은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향후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서라도 2차 심해수색을 통한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지원 변호사(생명안전시민넷 법률위원장)와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재난 실종자 가족의 인권과 국가의 책무’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과 기본권’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여전히 재난이나 참사에 대해 국가는 시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투사가 돼서 요구해야 하고, 국가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시혜적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난과 안전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과 기본권의 회복이지만 재난 상황에서 기본권은 언제나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며 한국 사회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참사 피해자 기본권의 현실을 직시했다. 또한 오 변호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에 대해 “(피해자의 유해 수습이) 4년 동안이나 방치되고 있는데, 정부가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수색은 실시하면서도 유해 수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수준의 평등권 침해”라며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상태에서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국가의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상희 교수는 “2차 심해수색을 하지 않은 국가의 조치가 인권 침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 교수는 “헌법은 국가의 존재 목적을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과 관련돼 사라져버렸다. 대한민국의 부재로 인권은 여지없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실종자에 대한 국가의 조치는 그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진지한 태도로 경청해야 한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므로 더 늦기 전에 국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근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스텔라데이지호가 3,000m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4년이 넘었다.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실종 선원 수습은 문재인 정부에 의해 거부당했다”며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 선원 가족들은 여전히 가족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견한 시신 수습조차 거부하는 것은 실종 선원 가족들을 이 사회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이라며 “인권위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가족의 죽음을 확인하고 가족의 부재를 인정하며 가족의 희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덜 미안한 재회를 꿈꾸며 여생을 사람으로서,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살아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4.16연대 시민참여위원장은 “재난은 피해자의 잘못에 따른 안타까운 상황,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 우연적인 사고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현대의 재난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와 국가에 상시로 존재해 왔던 위험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점에서 재난은 재난이 일어나기 이전의 사회가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가 재난 이후에도 지속하는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팀장은 “우리는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를 묻고, 원인 제공자를 처벌하는 등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치와 수순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에 산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매일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어야만 한다. 그렇게 해도 사회는 꿈쩍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을 마치며 박 팀장은 한국 사회를 향해 “우리는 과연 이 당연한 것들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한국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6명을 태운 채 침몰했다. 이후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나머지 22명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정부는 2019년 1차 심해수색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 2개 중 1개와 유해로 추정되는 뼈를 발견했지만, 심해수색 업체와의 계약 미비로 인해 현재까지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2차 심해수색을 통해 회수하지 못한 나머지 블랙박스 1개를 회수해 침몰 원인을 규명하고, 유해를 수습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해왔다. 하지만 매번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2차 심해수색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3월 19일 “국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유해를 수습하지 않아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이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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