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12년의 제노사이드 다크투어, 양재화 작가의 여정과 재난의 재현’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진행했던 전시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과 연계돼 열렸는데요. 이번 북토크는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의 저자 양재화 작가와 신연선 사회자가 함께했습니다.
양재화 작가는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12년간 틈틈이 세계 제노사이드 현장을 여행하고 이후 6년간 틈틈이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2023)을 썼고, 그밖에 전자책 <다크투어>(2016)를 펴내고 몇몇 매체에 여행 관련 글을 기고한 바 있습니다.
사회자 신연선 작가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출판사 홍보 기획자, 온라인서점 MD로 일했는데요. 북칼럼, 인터뷰 기사, 콘텐츠 시나리오 등을 썼는데요,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오은의 옹기종기>의 대본 작가로, 책 소개 코너 <어떤, 책임> 패널로 활동했습니다. 책 『하필 책이 좋아서』(공저)를 쓴 바 있습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는 기획전《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기간 동안 암흑으로 상징되는 재난과 참사를 담담하게 마주하며 삶과 예술활동을 이어 온 작가를 초대,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12년 동안 제노사이드 다크투어를 진행했던 양재화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요? 지금 Q&A로 소개합니다.
Q. 다크투어, 다크투어리즘이란?
A. 다크와 투어라는 단어를 조합한 말로,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여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죽음 등 모든 형태를 의미하는데, 큰 의미의 다크투어에는 장국영, 제임스리 등 유명 연예인이 사망한 장소,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도 다녀오는데요. 흥미 위주의 여행도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이를테면, 넷플릭스의 다크투어리스트 시리즈가 있는데, 그런 시리즈나 JTBC의 세계 다크투어 예능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주로 흥미 위주의 소재를 다뤘고, 재현하는 방식도 자극적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다룬 다크투어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전쟁, 학살,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던 장소를 탐방하며 사건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교훈을 되새기는 여행을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제노사이드, 대학살의 초점을 맞춰서 이 책에서 다뤘습니다. 다크투어라는 말이 의미도 다양하게 쓰이고,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다 보니, 교훈적인 다크투어를 메모리얼 투어라고 말해요. 기억하는 여행, 기억 여행으로 바꿔 부르는 추세죠. 이 단어는 오늘 저희가 함께 나눌 이야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Q. 꾸준히 다크투어를 해나갔던 마음이 궁금해요.
A. 12년 동안 다크투어를 해왔다고 하면 거창하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아요. 비장한 마음가짐과 사명감, 의무감으로 해온 것은 아니에요. 책을 낸 작가지만, 한 사람의 여행자였고, 똑같이 여행을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다크투어는 다른 관광객처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하루나 이틀, 시간이 부족하다면 몇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의미있는 여행을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해왔어요. 요즘에는 다크투어라는 말이 TV 프로그램 제목으로 쓰일 만큼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몰랐죠. 말하자면, 어쩌다 다크투어가 된 것이지, 처음부터 다크투어를 해보자는 결심은 아닙니다.
저는 한 나라를 여행할 때,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회를 형성해온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데요. 역사에는 승자와 영광의 역사도 있지만, 패자와 가슴 아픈 역사도 있기에, 두 가지 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크투어를 꾸준히 해온 것 같아요.
Q. 다크투어를 가볍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여행이 거듭되면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A. 거창한 사명감이나 의무감으로 해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움직였던 것들은 있습니다. 제노사이드에 관심 가지고 관련 장소를 여행하며 지식과 책을 찾아보고 글로써 써내게 된 계기는 첫 다크투어 여행지였던 아우슈비츠의 경험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때였는데, 아우슈비츠에 있던 모든 것들이 큰 진폭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글로 읽었던 것, 몇 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다는 것을 숫자와 사실로만 아는 것보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말로 많은 사람이 쓰려져갔구나, 마음으로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4.3 평화공원에 있는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들의 묘비도 기억납니다. 기록된 사망자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실종자.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글로 읽는 것보다 현장에서 느낄 때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그때 느낌, 감정,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면 관심을 가지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하나둘씩 쌓이면 다른 것들, 경험한 것.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지금 시점에서 벌어지는 전쟁, 비인권적인 행위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