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이재국님과 오수연님의 글을 동시 기재하였음을 알립니다.
2025년 4월12일 토요일, 비바람이 내린다.


본래 세종호수공원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세월호 11주기 기억과 약속의 달 세종시민대회」가 세종시에 위치한 온빛초등학교 2층 강당에서 열리게 되었다.
강풍과 우천 예보로 인해 실내로 옮겨서 진행된 기억과 약속의 달 세종시민대회 선포를 시작으로 성황리에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11시30분 부터 시작된 선포식에서 발표된 성명서에는 ‘진실·책임이 이끄는 변화, 기억·약속이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명 존중의 사회를 향한 세종시민들의 다짐이 담겼다. 이는 남겨진 우리들에게 11년이 지나도 잊어서는 안되는 다짐 뿐이었다.


본래 율동을 한 뒤, 세종시내를 행진하려했지만 비 예보로 인해 실내에서 율동만 했는데, 참석자 모두 하나된 몸과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였다.각계각층이 신나는 율동과 함께 어우러져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차별없고 사랑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선포식 이후 4·16공동체 영화상영을 통해 「드라이브97 (2024)」이 방영되었다.
「드라이브97」은 작년에도 방영된 세월호참사 10주기 영화의 <세가지 안부> 중 한편으로, 단원고 생존학생인 애진양와 친구 혜진양이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친구 ‘민지’를 만나러 봉안당으로 가는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인터뷰 중심이지만, 감정적 동요를 유도하기보다는 생존자의 시선에서 일상을 조용히 기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카메라는 이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눈물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객이 스스로 느끼고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장애진 씨와 한혜진 씨는 민지의 생일에 맞춰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가고, 케이크를 놓으며 지난 날을 기리기도 한다.
《드라이브 97》은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날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그 안의 감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며, 진정한 ‘기억’과 ‘안부’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사회적 참사의 상처는 결코 한 시점에서 멈추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는 더 많이 조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있다.

청년 기자단 이재국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궂은 날씨에도 성황리에 진행된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문화제
2025년 4월 12일 토요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온빛초등학교 2층 강당에서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과 약속의 달 세종시민대회’가 열렸습니다. 기억과 약속의 달 세종시민대회는 4·16세종시민모임의 주최로 ‘다시 한번 국가와 사회의 책임, 그날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다양한 시민이 함께 세상의 변화를 이룩하자’는 목표를 지니고, 매년 4월마다 시민 후원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을 위한 일동 묵념
행사 순서
행사 당일의 날씨가 우천이 예상되어 전날에 장소가 급히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세종시민들이 모였습니다. 행사는 크게 4부로 나뉘어서, 1부는 기억과 약속의 달 세종시민대회 선포, 2부는 점심식사와 함께 4·16공동체상영(드라이브97), 3부는 시민 참여 부스, 4부는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문화제로 운영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순서인 4부는 이은하 리포터가 MC로 각양각색의 문화제가 전개되었습니다. 시민참여 공연으로는 이미지 선생님의 붓글씨, 가명현 선생님의 시낭송, 박나은 선생님의 노래, 홍성문화연대의 사물놀이가, 청소년참여 공연으로는 청소년밴드 온새미로, BOK태권도의 태권도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날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공연


붓글씨(이미지)
먼저, 이미지 선생님의 붓글씨 공연이 있었습니다. 앞 무대를 거의 채울 듯한 크기의 새하얀 종이를 바닥에 고정시킨 채, 이미지 선생님께서는 먹을 한껏 머금은 두꺼운 붓으로 글자를 한 자, 한 자 그려갔습니다.
기억과 책임이 이끄는 변화
기억과 약속이 만드는 내일
세월호참사11주기이미지붓
붓글씨 공연이 끝나고 이 문장이 적힌 종이를 앞에 둔 채, 세종교직원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이어졌습니다. 세종교직원오케스트라는 2022년에 창단되어 총 80명의 세종시교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종교직원오케스트라 김태성 단장님은 11주기 기억문화제에 참가한 계기로,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한 분의 참여 권유로 시작했고, 모든 단원이 동의해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합주곡으로 ‘천개의 바람이 되어(임형주)’와 ‘나는 반딧불이(중식이)’가 연주되었는데 교직원 분들의 연주는 온빛초등학교 강당 뿐만 아니라, 그 연주를 듣는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11년 전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으로 가득 메우게 했습니다.


이전에는 안전한 사회, 생명에 대한 존중을 그렇게 깊이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곡을 준비하면서 ‘내 마음 속에 잊혀졌구나’, ‘다시 한번 마음을 새롭게 해야겠구나’라고 느꼈어요.
또 요즘 다른 일들도 많았잖아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이다보니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에 더욱 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세종교직원오케스트라 김태성 단장님 인터뷰 중
다음으로는 가명현 선생님의 시 낭송이 있었습니다. 11년 전 그날 이후로 어김없이 맞이한 열한 번째 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풍경을 함께 보지 못해 사무치는 남은 사람들의 심정을 표현한 시였습니다.

또 봄꽃들은 피어나는데
침몰, 사천십오일 내내
어둠 세력 더욱 벽 두껍게
침을 뱉으며 진실을 덮고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 한다
가명현 – 꽃들의 소망 중
이어서, 청소년 밴드 ‘온새미로’와 박나은 선생님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밴드 ‘온새미로’의 이름은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라는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중학교 동창 관계의 친구들로 구성되어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오고 있는 청소년 밴드입니다. 박나은 선생님은 4·16재단의 회원이자, 온새미로 구성원 중 한 청소년의 학부모입니다.
온새미로와 박나은 선생님은 4·16 9주기 추모공연을 시작으로 후쿠시마 방류 반대 집회, 이태원 주모 집회 때도 공연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4·16 11주기 추모공연 무대에서 온새미로는 ‘우르릉 쾅쾅쾅(스텔라장)’, ‘Butterfly(러브홀릭스)’를 연주했고, 박나은 선생님은 이한열 열사의 추모곡이기도 한 ‘마른 잎 다시 살아나(안치환)’를 노래했습니다.


노래(박나은) & 청소년 밴드(온새미로)
“11년 전 세월호 아이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잖아요. 지금 여기 온새미로 아이들이 딱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그래서 같은 나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까 그 마음이 정말 어떠셨을까? 하는 마음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제 딸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그 엄마 마음에 공감이 돼? 나는 그 세월호에 탔던 언니, 오빠들 마음에 공감이 돼.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박나은 선생님 공연 전 말씀 중
그리고 이어지는 순서에서 밴드 ‘프리버드’가 신의 아픔과 우리 시대의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프리버드는 2013년에 결성되어 올해로 12년차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밴드로, 특히 세월호참사 진도 가족버스팀과 거리 공연을 이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밴드(프리버드)
다음으로, 세종시교육청 장애인예술단 ‘어울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어울림은 2022년 3월에 창단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순간을 만들어 나가는 문화예술 공연을 해왔습니다. 특히, 정기공연 이외에도 세종시 관내의 초·중·고등학교로 활발히 외부공연을 해왔습니다. 문화제에서 준비해주신 곡은 가시리(은희지), 바람의 노래(소향), 내 나라 대한(송소희)이었습니다.


밴드(세종시교육청 장애인예술단 어울림)
다음 공연은 홍성문화연대의 사물놀이와 BOK태권도 청소년들의 멋진 태권도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홍성문화연대는 충남 홍성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로, 퓨전국악, 사물놀이 등의 공연을 통해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켜 왔습니다. 특히, 매년 세월호 추모제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춤 공연, 광복절 통일 예술제 등 시대의 아픔을 문화로 함께 승화시키려는 뜻을 가진 팀입니다.

사물놀이(홍성문화연대)
BOK태권도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퍼포먼스 태권도를 대중가요 APT.(로제&브루노마스)에 녹여냈습니다. 날렵한 발차기에는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 이해할 수 없는 책임의 결과, 국가와 사회로부터 계속해서 방치되는 시민의 안전에 대한 한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유쾌한 안무에서 청소년들의 밝은 표정들은 이러한 사회 속에서도 꿈꾸고 싶고, 꿈꿔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세상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희망을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청소년 태권도(BOK태권도)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기억공동체
세월호참사는 한국사회의 시민들에게 국가의 외면, 진실의 은폐, 위험사회로부터의 방치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남겨줍니다. 더불어, 세상의 변화를 위해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인식도 안겨줍니다.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과 약속의 달 세종시민대회는 그러한 인식들이 세대가 전승되어서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기억문화제에 나오는 자녀들에게도 공유되게 합니다. 연령대나 지역 상관없이, 장애인의 인권을 외치던 사람도, 아동의 인권을 외치던 사람도, 평범한 직장인, 학생들도 한 목소리를 내게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기억공동체가 되어 진실과 책임이 이끄는 변화, 기억과 약속이 만드는 내일을 향해 함께 걸어갑니다.

청년 기자단 오수연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청년 기자단 이재국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