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4월 연극제 ‘바라, 봄’과 개막작 ‘별망엄마’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연극으로 시민과 함께해오고 있는 4월 연극제가 지난 4월 5일, 힘차게 개막했습니다. 4.16재단이 주최하는 4월 연극제 ‘바라, 봄’은 오는 27일까지 젠더·인권·사회적 재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데요.

공연 역시 다양한 곳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경기도미술관과 안산예술의 전당 별무리극장, 보노마루 소극장 등 3곳에서 열리고, 개막작인 ‘별망엄마’를 시작으로, ▶쌈 구경 가자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환생굿 ▶3인 3색 몸짓 ▶이어도 사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이 준비됐습니다.

제목만 보면, 어떤 연극일까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는데요.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는 시민이 뽑은 앵콜작이고, 환생굿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여성의 서사를 다뤘습니다. 특히, 개막작인 별망엄마는 안산의 설화로 남아 있는 ‘별망산과 어부의 아내’를 각색했습니다. 별망엄마의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요.

 

 

저는 4월 5일에 진행됐던 4월 연극제 개막식에 다녀왔습니다. 경기도미술관 1층 강당에서 진행된 개막식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습니다. 기존 100여 좌석이 부족해 양옆으로 의자를 더 준비했는데요. 좌석은 개막식과 개막작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본격적인 개막에 앞서, 내빈 소개와 인사말, 축사 등이 있었습니다. 먼저 4.16재단 박승렬 이사장이 인사를 건넸습니다. 박승렬 이사장은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문화적으로 표현하고자 연극제로 하고 있다”며 “연극을 준비한 여러 극단의 관계자 여러분과 또 실제로 연극에 나서는 배우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인권, 특별히 고난당하고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우리의 큰 사랑이 더욱 돋보이고, 길어지고, 더 커지고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으로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은 “경기도미술관에 오면서 참 많은 감정을 느꼈다”고 운을 띄었는데요. “이곳은 세월호참사 분향소가 2018년까지 있으면서, 경기도미술관에서 많은 회의와 토론을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김순길 사무처장은 “이 연극을 통해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문화로서 여러분에게 기억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준 재단과 그리고 이걸 준비한 수많은 배우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김순길 사무처장은 “저희는 아직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완전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진실을 찾는 과정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사말과 축사가 끝난 뒤, 본격적인 개막작 연극이 진행됐습니다. 개막작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별망엄마’인데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어머니가 배우가 돼 꾸려지는 극단입니다. 그렇다면, 별망엄마는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요? 그 메시지는 안산시의 설화 ‘별망산과 어부의 아내’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별망산과 어부의 아내」는 바다가 고잔동·성포동·월피동까지였던 옛날의 이야기로서 별망산의 지명유래담이다. 초지동 둔배미는 안산의 큰 포구로 봄부터 성시를 이루어 멀리는 충청남도 당진·태안·안흥 등지에서도 배가 드나들었다. 출어를 하는 배는 둔배미에서 떠나게 되어 있고, 초지동 별망뿌리를 거쳐야 뱃길이 열렸다. 별망산이란 지금의 반월열병합발전소 뒷산을 가리키는데, 여기에는 외침을 대비한 별망성(別望城)도 축조되어 있다.

옛날 아주 옛날에 어느 여인이 어린 자식을 업고 이 산등성이에 올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렸다. 그러나 한 사리[보름]가 지나도, 두 사리가 지나도, 세 사리가 지나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물로 지새우기를 몇 달, 이제는 눈물도 마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물때가 되면 산에 올라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렸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여인의 머리가 희어졌다. 그래도 여인은 한평생을 한결같이 산에 올라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산을 별망산이라 불렀다. 별망뿌리는 갯골이 깊고 구불구불하다. 고기잡이배가 돌아가는 길목이라 어부들은 바다로 나가면서 산등성이를 바라본다. 마치 두고 온 처자식을 생각하는 것처럼 애틋한 심정이 그 산등성이에 심어져 있는 것이다. 돌아올 때도 먼 곳에서부터 아련히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별망산이다.

 

 

이 별망산 설화를 담은 별망엄마는 2015년 4월에 첫 공연이 되었습니다. 이어 10년 만에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에서 엄마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게 된 셈이죠. 별망산 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각색한 부분도 많습니다. 매일 밤이면, 고기를 잡으러 떠난 아들 ‘대복’이를 위해, 조심히 돌아오길 바라며 노란 등불을 켜는 엄마.

등불을 향해 내려온 산짐승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은 ‘등불’을 꺼도 되지 않냐며 다그치기도 합니다. 대복이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갔던 동구는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대복이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요.

연극을 보면서, ‘기다림’과 함께 우리에게 주는 여운이 상당했습니다. ‘별망엄마’는 단순한 설화의 재현이 아니라,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기다리는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4월 연극제 ‘바라, 봄’은 그렇게, 봄의 시작을 기다림과 기억으로 물들이며,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문화로 기억하고 행동으로 나아가는 따뜻한 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이 기억의 연대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청년기자단 조수연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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