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4.16공방 취재기> 사과, 해바라기, 그리고 목단 – 유화 속에 담긴 따뜻한 시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희생자와 가족의 명예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교육, 기록 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심리정서지원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바로 그중 하나가 ‘4.16공방’이다.

6월 27일 금요일 오후,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4.16공방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매주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참여한 날은 그중 유화 수업이 열리는 20주차 수업으로, 어머님들이 지난 몇 주간 천천히 이어온 그림을 완성해가는 시간이었다.

 

 

공방 안은 조용하지만 생기가 돌았다. 익숙하게 붓을 드는 손길, 말없이 집중하는 시선들, 그리고 가끔씩 들리는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4호 사이즈의 캔버스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이후에는 8호, 10호 등의 사이즈로도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담당 선생님에 따르면 첫 수업은 소묘부터 시작해, 기본기를 다지고 나서 유화로 들어간다고 한다. “2주 전부터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바로 유화를 시작하진 않아요.” 탄탄하게 다져진 과정만큼, 그림에는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림의 소재도 인상 깊었다. 해바라기와 사과를 그리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참 따뜻했다. “해바라기와 사과가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 준대요~” 한 어머님이 웃으며 이야기해주셨다. 실내 가득 노란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그림들이 펼쳐졌고, 각각의 그림마다 그리는 이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특히 직접 화단에서 키운 목단을 그리고 있다는 한 어머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에서 키운 꽃인데 너무 예쁘게 피었거든요. 이걸 꼭 그리고 싶었어요.” 그 말처럼, 그림 속 목단은 실제보다 더 생생하고 따뜻해 보였다.

 

 

작년에는 안산예술의전당에서 전시도 열었지만, 올해는 별도 전시 없이 개인 소장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참여라 그런지 이번엔 좀 더 여유가 생겼어요. 즐기면서 그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과제도, 연습도 스스로 해내고 있었고, 수업 분위기 역시 화기애애했다. 각자의 그림을 서로 보여주며 “색감이 너무 예쁘다”, “진짜 잘 그리셨어요”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잘 그리고 싶은 마음, 열심히 배우고 싶은 열정이 교실 안 가득 느껴졌다.

 

 

유화 수업은 단순히 그림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붓질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잡고, 함께 웃고 칭찬하며 서로의 일상을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4.16공방의 이 따뜻한 풍경은, 예술이 지닌 위로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며 웃는 모습 속에서 어머님들만의 단단한 연대와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유화 속에 담긴 건 단지 색과 선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응원과 따뜻함이었다.

 

청년 기자단 최유정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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