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4.16재단 청년기자단 활동의 일환으로 ‘4.16가족나눔봉사단과 함께하는 안산시 이웃 여름김치 나눔 봉사활동’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 예정인 봉사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채비해 안산으로 향했는데요. 서울에서 출발해 약 두 시간 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이동해 도착한 곳은 안산시 상록구청 옆에 자리한 ‘행복나눔터’였습니다. 싱크대와 냉장고, 화구 등 김장과 요리를 위한 설비가 잘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노란 앞치마와 파란 앞치마를 입은 봉사단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열무를 다듬는 중이었습니다.
행복나눔터 전경
노란 앞치마와 위생을 위한 머리 망을 받은 저도 자연스럽게 김장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열무가 담긴 상자를 나르고, 다듬어진 열무가 가득 든 대야를 싱크대까지 옮겨 붓고, 혹여 김치에 비닐이나 상자 조각이 섞여 들어갈까 살피며 청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시키거나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각자의 일을 맡아 열중하는 참여자들을 보며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열무를 다듬고 있는 봉사단원들
이번 봉사활동에서 준비한 음식은 열무김치와 삼계탕이었습니다. 여름을 맞아 여러 회차에 걸쳐 진행될 여름김치 나눔 봉사활동 중 6월 23일 이뤄진 이번 활동에는 안산시 고잔동의 지역 봉사 단체인 ‘최고의 고잔동 이웃봉사단’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4.16가족나눔봉사단과 4·16재단, 선부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들까지 전부 스무 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한쪽에서는 닭을 다듬어 삶고, 또 한쪽에서는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다듬었는데요. 이미 여러 번 해본 듯 익숙한 솜씨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0인분의 열무김치를 담그기 위해 재료를 다듬는 일부터 열무를 굵은소금에 절이고 다시 씻고, 양념을 만들어, 무치는 일까지 전부 손수 이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함께 얘기하고 논의해 일련의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했습니다. 한 번도 김장이라는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본 적이 없었던 저는 김장이 이렇게나 모든 과정에 하나하나 사람의 손이 다 닿아야 한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그에 더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참여자들에 대한 존경심도 느꼈습니다.
절여지는 열무
저는 커다란 대야 여러 개에 열무가 소금에 절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 봉사활동이 참여자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는 마음, 그것이 조금씩 열어 보이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으로서의 길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열무가 소금의 짠맛을 머금는 데 시간이 걸리듯 4.16가족나눔봉사단이 봉사라는 이름으로 지키고 쌓아왔을 시간과 마음에 대해 궁리하기도 했습니다.
봉사단원이 열무를 씻고 있다
어느덧 점심시간 무렵인 12시가 다가왔습니다. 김장은 이제 열무가 충분히 절여지길 기다렸다 양념에 무치는 일만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이후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졌는데요. 곧바로 고춧가루, 액젓, 설탕, 소금 등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든 김치 양념에 열무와 배추를 넣고 버무렸는데요. 커다란 대야에서 맛깔나게 무쳐지는 열무를 넋 놓듯 보고 있자 열무를 무치던 봉사단원이 빙긋 웃으며 제 입에 직접 열무김치를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갓 무쳐진 열무는 시원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일품이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을 하느라 지쳐있던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그 열무김치의 맛을 잊지 못하지 않을까요.
무쳐지는 열무
그렇게 김치가 완성되고 삼계탕 조리까지 끝났습니다. 이후에는 봉사단원들과 둘러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요. 방금 손수 고아 낸 삼계탕과 따로 챙겨온 여러 반찬을 나눠 먹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봉사단원들은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는데요. 여전히 앞치마를 입고 머리 망을 쓴 모습으로 식탁에 앉아 있는 단원들을 보며 먹는 밥은 마치 뿌듯함을 함께 삼키는 듯했습니다. 문득 이 장소와 시간이 생경하다가도 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들기도 했습니다.
열무김치와 삼계탕을 담은 포장 용기 수십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봉사단원들은 다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설거지, 바닥 청소, 분리배출, 김치 포장과 스티커 붙이기에 몰두했습니다. 저도 대야 앞에서 포장 용기를 순서대로 꺼내 전달하고 열무김치를 테이블 위로 옮기는 일을 맡았는데요. 매끄럽게 이뤄진 작업은 머지않아 텅 빈 대야만을 남겨둔 채 끝이 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모두 손수 이뤄진 김장 봉사활동이 마무리되는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봉사단원들은 오늘의 시간을 기념하고 알리기 위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다들 오전 내내 일을 한 터라 조금은 고단해 보였지만 현수막 아래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들 위에는 뿌듯함과 기쁨이 은은하게 어려있었습니다.
봉사활동 기념 촬영
이날 함께 만든 김치와 삼계탕은 안산시 고잔동 내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 거주 가정과 복지시설 ‘안나의 집’을 이용하는 어르신 100분을 선정하여 전달되었습니다. 10시에 시작해 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난 봉사활동 이후 저는 이동을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 볕을 느끼며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몸에 짙게 밴 김치 양념과 삼계탕 냄새를 맡았는데요.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더운 날씨에 한 끼라도 맛나고 건강하게 밥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몸에 밴 것일지도 모른다는 과분한 마음을 느끼며 걸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4.16가족나눔봉사단이 활동 중이라는 걸 알고 계셨을까요? 더운 여름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모여 손수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또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언제나 혼자이지만은 않다는 것, 봉사활동이라는 단어 속에는 서로의 안녕과 무탈함을 함께 비는 시간이 담겨 있다는 걸 가끔 떠올려도 좋을 듯합니다.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봉사단원들이 각자 몰두하며 담아내던 그 마음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갈 수 있길, 그 하루하루가 쌓여 나만이 아닌 우리로서 함께 걸어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청년 기자단 박찬재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