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최유정님과 이재국님의 글을 동시 기재하였음을 알립니다.
재난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재난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포럼: 2025년 대형 산불 긴급구호의 현황과 과제’에 4.16재단 기자단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재난 복구’ 논의를 넘어서, “재난 피해자에게는 어떤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현장의 활동가, 전문가, 피해자 당사자들, 입법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재난 대응의 ‘현실’과 ‘제도의 벽’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어요.
포럼의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았어요
1. 재난 대응에 대한 국제 기준과 한국의 현실 비교
2. 피해자 관점에서의 권리 보장과 참여 보장
3. 기후위기와 산불의 연관성
4. 민간 단체와 자원봉사자의 역할
5.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형평성 문제
6. 재난 회복을 위한 공동체 기반의 접근 필요성
인상 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드릴게요!
1. 재난은 ‘수혜’가 아닌 ‘권리’의 문제입니다.
“국가는 왜 피해자들에게 시혜적 태도로 접근하는가?” 피해자들은 ‘거지가 아니다’라는 울분 섞인 목소리를 전하며, 국가는 사후 지원이 아닌 사전 예방과 권리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 한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
UN의 센다이 프레임워크 등 국제 기준에 따르면, 재난 대응에는 피해자의 참여와 정보 제공, 그리고 민간의 실질적 역할이 포함되어야 해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정부 주도’, ‘정보 비공개’라는 구조적 한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3. 기후위기와 산불,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체계는 ‘산불’을 사회재난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번 포럼에서도 ‘산불’을 “와일드파이어(wildfire)”로 보고 국제 기준에 맞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4. 지원의 형평성과 정보의 투명성 부족
같은 재난인데도 모금 규모에 따라 피해 보상 금액이 천차만별. 예를 들어, 과거 두 건의 고성 산불 사례에서 한쪽은 240만원, 다른 한쪽은 8천만원을 지원받았다는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피해자 간 갈등과 불신을 줄이기 위해 지원 기준의 통일과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5. 자원봉사의 가치, 공동체를 회복하다
자원봉사자들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마을 공동체 회복의 동력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겠네요.” 문패 하나에도 큰 위로를 받는다는 그 한 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청년 기자단 최유정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첫 번째 발제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재난인권팀 변호사 황필규 변호사가 발표를 맡았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재난 피해자를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자’로 인식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이에 재난 대응은 단순히 구호물품을 지급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이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유엔국제법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규정 초안 및 해설’과 2005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피해자의 권리 원칙’은 대표적 사례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이 재난 상황에서도 적용되며, 피해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인권에 기초한 접근으로 ‘누가 권리자인가’, ‘그 권리는 무엇인가’, ‘누가 의무자인가’, ‘그 의무는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아직도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임에도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는 구조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임을 지적했다.
이번 경북지역 산불피해 관련 법의 관할 문제 역시 지적받는 부분이다. 산불이 일어나면 산불은 산림청, 도로 재난은 국토부, 대피는 경찰청이 각각 담당한다. 이처럼 역할이 부처별로 분절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피해자에게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재난 대응 초기부터 논의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발제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김미강 팀장이 맡았다.
지난 경북 대형산불 긴급구호 활동은 크게 네 가지 차원에서 구호활동을 진행했다. 우선 구호물품 지원을 통해 이재민들을 즉시 대피시킨 곳에서 며칠간 지내야 하는 곳에서 인적 지원 및 생활물품 키트 등을 지원했다. 두 번째로 생활 편의 제공이다. 산불 피해지역에 부족한 물,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협회에서 보유한 5t짜리 특수차량을 이용해 물과 전기를 공급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협업을 통해 여러 의료지원을 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편의를 도왔다. 세 번째로 임시주거주택 지원이다. 이번 산불 피해 이재민들에게 임시주거주택 지원을 하며 현재는 입주하여 생활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불 진화 인력 지원이다. 산불 피해 이재민 뿐만 아니라 진화 기간이 길어지며 고생하는 소방관들에게도 식사제공 등 많은 지원을 통해 산불 피해 지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세 번째 발제로 재난 피해지역 주민의 회복을 위한 다시, 마을로 잇는 온기나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윤순화 사무처장이 자리했다.
재난 대응에서 ‘회복’은 단순한 복구 그 이상이다. 거버넌스 체계에 기반하여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설치 및 운영하며 대비-대응-회복-예방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윤 사무처장은 이 중에도 특히 ‘회복’단계의 실질적 출발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산불 피해지역에서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들은 대개 농업 기반이 강한 마을로, 단순한 물품 지원과 주택 복구만으로는 일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중앙자원봉사센터는 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각 주민들은 큰 틀로써 농장 복구 및 농작물 복원 지원을 요청하며 생활 기반을 복원하기를 원했고, 마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쉼 공간을 재배치하며 심리적 회복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이러한 활동은 피해 주민들에게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연결되고 있다는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봉사자로서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대화를 통해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강조되었다.
네 번째 발제로 재난현장의 공감과 연대 : 더프라미스 의성·청송 산불 긴급구호 활동 더프라미스 박성희 사무국장이 발표를 맡았다.
더프라미스는 산불 발생 직후부터 단계별 대응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초기에는 대피소에 대한 긴급 지원이 이뤄졌으며, 이후 임시주택 제공, 생활재건을 위한 물품 지원, 그리고 개별 요구에 대한 맞춤형 대응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이 제공되었다.
또한, 피해자의 심리적 회복을 위한 방문 상담과 안정화 프로그램도 병행되었으며, 현장에 투입된 스태프 역시 심리지원 대상에 포함하여 ‘돌봄의 연쇄’를 실천하였다. 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회복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의 지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주거권 보장의 제도적 한계는 특히 두드러졌는데, 임시주거의 기준과 품질, 지속성 측면에서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했다.
심리적 회복권 역시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고, 초기에는 프로그램 접근성에도 편차가 있었다. 정보 접근권의 불평등도 심각한 문제였다. 피해자들이 본인의 권리와 선택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수동적 수혜자로 머물게 되는 현실이 반복되었다. 더프라미스는 이러한 한계의 극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자원투입을 넘어 ‘섬세한 살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다섯 번째 발제로 잘못된 대응이 기준이 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바라본 권리 보장의 방향이란 주제로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이 맡았다.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은 재난 대응의 본질적 과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현장에서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토대로 피해자 권리 보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했다. ‘재난은 실험실이 아니라 축적의 장이어야 한다.’
그는 매번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대응과 그로 인한 피해자 고통의 반복을 지적하며, 재난 대응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것은 단지 일회적인 지원이 아니라, 존엄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체계적 대응이다. 재난 상황일수록 오히려 기본권이 더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피스윈즈코리아의 발표는 재난 대응의 방향이 기술과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존엄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는 경고이자 제안이다. 피해자 중심의 재난 대응은 결국 민주적 시스템의 성숙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메시지는 정책 입안자와 시민 모두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마지막 발제로 면단위 민간재난지원활동의 성과와 한계: 단촌면 사례를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김윤미 단촌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이 자리했다.
단촌면에서는 지역 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단촌역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설하였다. 이 공간은 단순한 대피소나 지원 거점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실행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기능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자치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었고, 이는 단촌면재난대책위원회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 형성은 재난 회복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제도화하려는 긍정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단촌면재난대책위원회는 재난 직후 자발적으로 구성된 민간 협의체로, 면 단위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대피소 운영, 구호물품 배분, 생계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으며, 초기 대응에서 관 중심이 아닌 주민 중심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면단위 민간조직은 한계 또한 명확히 드러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웃 면과의 연계나 협력에 있어 구호물품 공유에 인색한 태도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자원 배분의 공정성과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다양한 민간구호활동에 대해 전체적인 조율과 파악이 어려운 상태였다.
또한 단촌면재난대책위원회는 공식 행정기구가 아닌 임시 민간조직으로, 실무자들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업무를 수행할 기반이 부족했다. 특히 농번기(농사철)에는 구성원들이 농사에 집중하면서 활동이 자연스럽게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는 민간조직의 지속가능성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촌면의 사례는 지역기반의 재난대응 체계가 일정 부분 가능함을 증명하면서도, 제도적 기반 없이 민간에만 의존하는 방식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재난 대응 사례들과 발표를 통해 ‘재난 피해자는 단순한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주체’라는 문장이 얼마나 절실하고 실제적인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체감했다. 유엔 국제기준이 강조하듯,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접근과 인권 기반의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국제적 조약이나 권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법과 실천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의 참여와 권리 보장은 제도화되지 못한 상태이며, 피해자 중심 접근이 아닌 행정 편의적 분절화가 재난 대응의 효율성과 정의를 저해하고 있다. 도로는 국토부, 산은 산림청, 대피는 경찰청처럼 나누어진 관할은 정보 제공의 단절을 낳고, 피해자의 알 권리와 참여권을 박탈한다. 재난은 일상의 단절이지만, 행정은 여전히 기존의 논리로 재난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활동해 온 여러 단체들의 경험은 희망을 보여주었다. ‘더프라미스’의 맞춤형 지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농장 중심 회복 프로그램, ‘피스원즈코리아’가 제안한 분산형 대응체계 등은 제도보다 앞서 피해자와 호흡하며 회복의 길을 함께 걸어간 사례이다.
특히, 과거 수혜자가 이후 재난 대응 활동가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는, 재난 대응이 단순한 복구가 아닌 공동체 회복과 권리 실현의 과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촌면 사례 역시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재난은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처럼, 국가와 사회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실이다.
이제는 “재난 피해자 권리 보장”을 말뿐이 아닌 법제화와 체계로 구현할 때이다. 회복은 단지 물리적 복구가 아니라, 존엄의 회복이며, 삶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참여를 존중하는 대응 체계 구축이야말로, 다음 재난에서 우리가 반복하지 않아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다.
청년 기자단 이재국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