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최유정님, 이준하님, 장하엽님의 글을 동시 기재하였음을 알립니다.
4월, 기억과 연대가 피어나는 곳 : 4월 연극제 컨퍼런스 참관기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걸어가고 있습니다.”
4월 27일, 안산예술의전당에서는 특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바로 4월 연극제 컨퍼런스. 4ㆍ16재단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해마다 이어오고 있는 4월 연극제의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청년기자단으로서 이 뜻깊은 현장을 함께하며, 많은 생각을 나누고 듣고, 또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를 바탕으로, 2026년의 봄을 설계하다
컨퍼런스는 연극제를 함께 만들어온 이들의 활동보고로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어떤 발걸음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주요 논의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4월 연극제의 발전 방향과 개선 방안
2.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과 연극제의 역할
3. 시민 참여 확장을 통한 지역 문화 활성화
4. 리허설 및 공연장 운영의 원활한 소통 방안
5. 창작자 지원, 응급 상황 대응 체계 강화
6. 연극제를 통해 삶과 기억을 연결하는 기획 프로그램 필요성
듣고 있자니, 이 연극제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금 마음 깊이 느껴졌습니다.
4월 연극제는 기억하고 연대하는 모두의 약속이었고, 그 약속을 더욱 단단히 이어가기 위해 고심하는 자리였습니다.


오늘 해야 할 것들, 그리고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구체적인 과제들도 정리되었습니다. 조금만 소개해 드릴게요.
1. 관객 노쇼(No-Show) 방지 대책 마련
2. 공연시설 만족도 향상 방안 모색
3. 청소년 대상 사회 연극제 섹션 신설
4. 공연팀과 관객 간 사전 인사 계획
5.사전 지급금 50% 활용방안
6. 공연장 주변 주차 공간 확보
7. 연극제 운영을 지원할 TF팀 구성
노쇼 방지를 위한 패널티 마련이나 공연장 주차 문제 해결 같은 아주 실질적인 고민부터, 청소년을 위한 사회 연극제 섹션 신설처럼 미래 세대를 위한 아이디어까지.
참가자들의 진지한 토론 속에서 “단순히 행사만 치르는 게 아니라, 기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마음이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억은, 연극을 통해 살아 숨 쉰다
4월 연극제는 올해에도 다양한 작품과 시도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산 곳곳에서 열린 공연, 3개의 장소, 8팀이 참여해 총 16회 공연. 그리고 관객 만족도는 무려 97%를 넘겼다고 합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지요. 연극은 그냥 무대를 넘어, 함께 기억하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은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4월 연극제는 이 다짐을 연극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며, 해마다 더 깊은 고민과 따뜻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컨퍼런스를 마치며, 우리 모두는 다시 다짐했습니다. 기억은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기억은 세상을 바꿀 힘이 된다는 것. 앞으로도 계속될 4월 연극제에, 그리고 기억의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청년 기자단 최유정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지난 4월 27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4월 연극제 ‘바라, 봄’ 폐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폐막식과 더불어 극단 걸판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이 마지막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별무리극장 로비는 이번 연극제를 기념하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꾸며져, 무대 시작 전부터 많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편에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게시판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많은 관객들로 북적였던 굿즈 및 이벤트 안내 부스에서는 이번 연극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이 그림으로 담긴 스탠딩 달력과 두 가지 종류의 4.16재단 마스킹 테이프, 세월호 리본과 팔찌 등 의미 있는 기념품이 준비되어 관객들에게 배부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4월 연극제 스탬프 이벤트’를 위한 추첨함이었다. 스탬프 이벤트는 이번 연극제 기간 동안 진행된 이벤트들 중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이번 연극제 기간 동안 공연을 관람할 때마다 스탬프 1개가 주어졌고, 스탬프 개수에 따라 다양한 선물이 제공되었다. 그중에서도 5개를 모은 관객에게는 애플워치(SE2) 추첨권이 주어졌으며, 이 추첨이 마지막 공연 종료 후 폐막식에서 진행되었다.


오후 2시가 되어 이번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인 극단 걸판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이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왕국을 잃고 좌절에 빠진 비극의 왕 ‘리어’와, 왕국을 찾아 방황하는 희극의 기사 ‘돈키호테’가 비바람 부는 서울역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인물은 서로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며 서로를 ‘잃어버린 반쪽’이라 여기며 함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중략)
이날 연극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극단 ‘걸판’은 2005년 3월 안산에서 창단된 극단으로,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명랑하고 명쾌한 연극 뮤지컬로 풀어내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향한 위로와 응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안산과 대학로, 그리고 전국 공연장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극단 걸판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관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2025년, 나의 소년에게 어떤 왕국을 물려줄 것인가?”
청년 기자단 이준하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두 명의 광기 어린 노인이 요란스럽게 배회한다. 하나는 자신이 권력을 잃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리어왕(리어), 하나는 모험이란 공상을 좇는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 돈키호테(돈키)다.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두 존재는 서로의 슬프고도 우스운 운명의 반쪽으로서의 면을 마주하고 함께 모험을 떠난다.

허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했던가. 두 사람이 도착한 ‘서울역’ 노숙인 거리는 두 노인이 적응하기에는 너무나도 거친 공간이다. ‘울면 배고프고 웃으면 쓸쓸해 먹을 때 빼고는 잠만 자는’ 노숙인들에게 리어와 돈키는 똑같은 약자이자 견제 대상이다. 리어의 권위도 돈키의 이상도 이 땅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런 광야에 정체불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 가장 연약하고,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소년의 등장은 두 노인을 변화시킨다. 빛바랬던 가치가 되살아난다. 리어는 왕으로서 소년을 ‘보호를 요청한 백성’으로 호명하고, 기사 돈키는 소년을 팔아먹으려는 부랑자들에게 “사람을 어찌 전리품 삼을 수 있느냐”며 꾸짖고 싸운다.
부랑자들로부터 소년과 박스 한 칸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 두 노인은 그곳을 ‘왕국’으로 부른다. 왕국의 유일한 백성에게 추위에는 옷을 벗어주고, 굶주림에는 노래로 허기를 달래준다. 작은 왕국의 노래가 거리의 사람들마저 울린다. 공정한 세상에 대한 리어의 노래에 편의점 직원도, 학생도, 가장도, 예술가도 동조하며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다. 풍요로워진 왕국임에도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고 한 부랑자가 “나도 저 나라에 살고 싶다! 나도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외친다.
다른 부랑자들은 엑스트라답게 굴라며 그를 핍박하고, 두 노인마저도 그를 외면한다. 하지만 그때 소년이 손을 내민다. 그 행동이 두 노인의 마음도 움직인다. 철없는 소년이기에 할 수 있던 행동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소년이 아직 있다면? 잠자고 있을 뿐 몸부림쳐 꺼낼 수 있는 존재라면? 각성한 두 노인은 새로운 ‘백성’을 위해 결투를 펼친다. 그리고 나머지 부랑자들마저도 자신들의 왕국으로 포섭한다. 치열한 싸움을 통해 무기력에서 벗어나 팔다리를 움직이고 호흡하고, 피와 심장과 숨결을 느끼게 된 이들은 비로소 생이 ‘좋다!’고 외친다.
그러나 왕국은 곧바로 시련을 맞는다. 두 노인의 자식들이 등장하며 노인이라는 약자에 불과한 리어와 돈키의 뼈아픈 현실이 드러난다. 리어는 연금을 탐하는 딸들에게 감금당하고, 돈키는 땅을 노리는 아들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힌다. 찰나였던 영광에 슬퍼 부랑자들은 다시 쓰러진다.
그러나 소년은 쓰러지지 않는다. 포기하라며, 원래로 돌아가자며, 네가 그러니 내가 불편하다며 누우라고 밀쳐대도 소년은 버티고 앉아선다. 부랑자들은 소년의 굳건하고 묵묵한 태도에 마음을 다잡는다. 다시 앉아 세상의 부조리를 본다. 그리고 빼앗긴 약자들을, 동지를 구하러 나선다. 그 행렬의 맨 앞에는 역시 소년이 서 있다. 과연 이들은 왕국을 무사히 되찾을 수 있을까?

극단 ‘걸판’은 프로그램북 ‘관객들에게 한마디’에 ‘2025년, 소년들에게 어떤 왕국을 남겨줄 것이냐’는 질문을 남겼다. 우리 역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우리들에게 온 소년에게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소년이다. 누구인지도,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도 모른다. 핍박받고 연약한 보호의 대상이다. 하지만 각성이 필요한 순간마다 식지 않고 되살아나는 불씨처럼, 횃불처럼 일어나고 혁명을 이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만 있어야 한다는 위선에 저항하고, 다른 약자들의 손을 잡는다.
소년과 두 노인, 부랑자들은 11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우리의 기억을 되살린다. 수많은 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가버린 무책임하고 오만한 권력과,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던 이들을. <늙은 소년들의 왕국> 진정하고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과 행동하는 시민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생명안전사회여, 국민이 국가를 보호하고 책임지는 선하고 도덕적인 국가여 오라고. 소년이 여기 왔듯이.
소년은 지난 4개월의 기억을 부른다. 계엄의 기억을 간직하고 국회로 뛰쳐나간 노인들과 역사를 배운 청년들, 핍박받고 차별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응원봉을 들고 서서 빛의 혁명의 주체가 된 여성들이 떠오른다. 을 떠올리게 한다. 소년과 노인들이 모여 만든 ‘늙은, 소년의 왕국’은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격정적인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세월호 11주기 4월 연극제의 폐막식이 올랐다. 사회는 ‘늙은 소년의 왕국’에서 돈키로 분한 김태현 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기존에 안산문화예술전당 별무리극장과 상록수역 도노반 소극장 두 군데에서만 진행하던 연극제가 올해는 경기도 미술관까지 확대되었으며, 16회 8개 공연을 총 2천 명이 찾아주었다”며 성과를 알렸다.
이어 4.16재단 임주현 상임이사가 감사말씀을 올렸다. 임 이사는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연극이라는 에술 자체가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따뜻하고, 주인공들의 당당한 삶을 펼쳐 나가도록 하는 면에서 닮아 있는 것 같다”며 “연극제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보내주었던 당당함과 연대, 공감, 위로를 앞으로도 잘 담아가겠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도 연극제에 참여한 8개 극단과 관객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며, “10년이 넘어 11주기가 되어서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우리만의 11주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퇴진광장에서 청년들에게 주먹밥 나눔을 하다 받은 편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4월이 되면 너무 가슴이 아파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너무 싫었던 청년은 16년 박근혜 탄핵 광장에, 25년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엄마아빠들을 보며 잊지 않아야겠다, 함께 해야겠다, 행동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는 내용이었다”며 “따뜻한 청년들을 만나서 행복했고, 함께하는 시민들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걸어가겠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잠시 눈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늙은 소년의 왕국’의 한 장면처럼 꽃을 던져보며 즐거운 장면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후로 스탬프 이벤트 추첨 시간이 이어졌다. 총 관객수를 맞춰 당첨된 관객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울먹였고, 8개 연극의 이름을 모두 맞추는 문제에서는 어린이 관객이 상품을 탈 수 있도록 관객들이 도움을 주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어 일정 문제로 참여하지 못한 3인 3색 몸짓 팀을 제외한 극단의 대표자 모두가 인사를 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늙은 소년의 왕국’을 올린 극단 ‘걸판’의 대표 최혜미 감독의 “꽃을 던지는 장면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정신차려라, 깨어나라라는 뜻만 같았다며”, 극단의 인사는 “생명 안전 세상으로 깨어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11년을 이어온 4월 연극제에 참각한 모든 배우와 제작진,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2026년 12주기 4월 연극제를 기약하며 2025년 연극제는 막을 내렸다
청년 기자단 장하엽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
청년 기자단 최유정 기자 글(전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