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언론보도/보도자료

[뉴스클리핑] 켜켜이 스며든 4월의 트라우마, “두려운 바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언론 속 4.16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3-09-08 10:15
조회
2021

[기사 바로보기]

------------

언론보도 기사 내용

 

제주도에 세월호 생존자들이 있다. 정년퇴직 후 새 삶을 꿈꾸던 부부, 평소처럼 동료와 화물차에 오른 기사, 두 자녀를 둔 아빠…. 저마다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던 이들은 2014년 4월16일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공통점이라곤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배를 탄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이들의 ‘생존’에 안도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겐 ‘생존 이후의 삶’이 남았다.

9년 하고도 넉 달, 3432일이 지나는 동안 이들 사이엔 공통점이 늘어갔다. 누구도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밤이 많았다. 약을 먹지 않으면 심장이 쿵쿵댔다. 작은 일에 화가 치밀었다. 세상 사람들이 사정을 모르고 내뱉는 말이 상처로 남았다. 관계가 하나둘 끊겼다. 다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트라우마 증상이었다.

이들은 노력했다. 살아보려고 병원을 열심히 다녔다. 다시 일하려 했다. 이를 악물고 정신의학과 약을 끊어보려고도 했다. 가정의 가장으로, 직장의 동료로 돌아가려는 시도였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억누르려 했다. 노력이 무색하게 병증은 나아질 만하면 다시 도졌다.

제주 세월호 생존자 15명은 살기 위해 소송을 시작했다. 세상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소송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살기 위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정부는 2015년 약 4년치 장애가 예상된다는 소견을 토대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4년이 두 번 지나고 2023년이 되어도 트라우마가 할퀸 일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제주지방법원에서 소송 중 진행한 이들의 신체감정 진단서에는 과거의 소견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적혔다. “향후 5년간 치료가 필요하고, 5년 뒤에도 (증상에 대한) 재판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과거 병증이 나아질 때쯤이라 내다봤던 2019년은커녕 2028년까지 트라우마가 예상되고, 그 후로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세월호 생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시간을 비껴가는 듯했다. 생존자들은 매년 4월이 다가올 때마다 힘이 든다고 말한다. “병증에 주기가 있더라고요. 4월이 저희 몸에 밴 것 같아요.” 이들이 법정에서 묻는 것은 지난 9년간 길거리에서, 국회에서 수백 번 되풀이해온 질문과 같다. 재난 상황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는 진상조사와 피해구제 대신 회피와 여론 조작으로 응답해왔다. 참사를 정쟁화해 생존자들을 손가락질 끝으로 내몰았다. 피해 회복은 고사하고 생계부터 막막했다. 법정은 이들이 내몰린 끝에 다다른 도착지였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언제쯤 몸에 밴 4월의 그 날을 씻어낼 수 있을까. 경향신문은 지난달 25일 제주도에서 세월호 생존자들을 만났다. 입수한 신체감정 결과를 토대로 현재진행형인 트라우마와 소송에 대해 들었다. (후략)

 

경향신문 / 김희진, 김혜리 기자
♥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