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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리핑] 참사의 시간, 영화의 시간, ‘너와 나’

언론 속 4.16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3-11-22 20:23
조회
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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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사 내용

 

두 단짝은 매일 함께 16번 시내버스에 탔다.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끼고 피노키오의 노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듣곤 했다. 함께 있으면 즐거웠다. 그날도 함께 등교하던 중이었다. 잠깐, 오늘 미술 시간 있는데, 스케치북을 놓고 왔어. 친구를 버스에 먼저 태워보내고 준비물을 챙겨 허둥지둥 택시를 잡아탔다. 하지만 매일 오가던 한강 다리는 더이상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니었다. 수진은 그렇게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채 세상에 남았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소재로 한 정윤철 감독의 단편 <기념촬영> 이야기다. 수진이 살아남은 건 스케치북을 깜빡했다는 이유뿐이었다. 올림픽을 치르느라 무리한 기간에 완공된 성수대교는 강남 팽창에 따른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더디고 오랜 조사 끝에 당국이 밝혔다. 처벌은 공사 실무자에게만 내려졌다. 그로부터 20년 뒤. 멈추지 않은 어른들의 탐욕은 진도 앞바다에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2023년 11월2일. 대법원은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의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너와 나>에서 하은(김시은)이 살아남은 건 다리를 다쳤다는 이유뿐이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인과관계라곤 없는 우연, 무심코 내린 결정, 순간의 선택, 일상적인 자연현상, 에라 모르겠다 같은 것들이 엮이고 겹치며 작용했을 뿐이다. 하은이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ID ‘똘이아범’과 제법 가까워졌다. 반려견 집사여서 통하는 게 있었다. 원체 이성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성격이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번 만나기나 해보지 뭐. 알고 보니 남자는 비호감인 데다 질척이기까지 했다. 그를 피해 뛰다 자전거에 치였다.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됐다. 친구 세미(박혜수)는 뭔가 불길하다며 같이 가자고 성화다. 세미의 눈빛을 보니 안 가겠다고 할 수가 없다. 그래 어떻게든 가보자. 수학여행비는 캠코더를 팔면 마련할 수 있을 거야. 트위터에 매물을 내놨는데 하필이면 물건을 사겠다고 연락 온 이가 똘이아범이다. 아무래도 수학여행은 못 갈 것 같다…. 우연들이 모이고 겹쳐 하은은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 삶과 죽음이 얄궂게 엇갈렸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수많은 참사 생존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되뇌고 있다. 나는 어쩌다 살아남았을까.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었어.

“제 자신이 너무 싫고, 자책하고. 정말 죽고 싶었어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극 중 반려견 진식이(똘똘이)를 잃어버린 보호자(길해연)의 이 대사는, 참사 유족들이 수도 없이 꺼낸 말이다. 또한 그보다 몇 곱절은 더 많은 순간 목구멍 밑에 삼켜온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을 들은 생존자 하은이 눈물을 터뜨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우리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단 한순간의 과거도 자리를 내주지 않고 현재만을 비추는 거울 앞에서, 세미는 과거를 담아보겠다는 욕망이 담긴 캠코더를 돌린다. 그 거울 위에 군림하듯 붙어 있는 시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미래를 막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듯 재깍재깍 큰 소리를 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관객은 알고 있을 미래가 한 화면에 담긴다. 우리는 그렇게 <너와 나> 곳곳에서 가차 없는 시간의 불가역성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공유한다. 거울을 보겠다고 폴짝폴짝 뛰어보는 동네 꼬마들이 찰나의 현재만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베어 물었지만 아직은 갈변하지 않은 사과가 직전의 행위와 곧이어 벌어질 일을 한꺼번에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거칠게 나누자면 <너와 나>는 편집보다는 촬영을 통해 시간을 다룬다. 돌이킬 수 없어 애끊는 참사의 시간을. (후략)

 

씨네21 / 송형국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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