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3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세월호 피해지원법>에 명시된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기념관 건립’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4·16재단에서는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매월 공사가 진행되는 소식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2027년 8월, 4.16생명안전공원이 완성된다. 참사 이후 12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슬픔을 견디며 마침내 아이들이 모여들 자리를 차근차근 마련해가고 있다. 올해 12주기 기억식에서 아이들과 띠동갑 차이가 나는 후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언니, 오빠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을 보며 그 세월의 무게를 깊이 느꼈다.
파리의 묘지에서 만난 일상의 다정함
참사 다음 해였던 2015년, 마음의 무게를 안고 떠났던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몽파르나스 묘지를 방문했다. 도시가 팽창하며 외곽에 있던 묘지가 삶의 공간 한가운데 들어서게 된 곳. 그곳에서 만난 풍경은 자뭇 인상적이고도 다정했다.
묘지 사이 오솔길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 벤치에 앉아 스도쿠를 푸는 노인, 묘지 바로 건너편 2층 집 창가에서 아무렇지 않게 빨래를 널고 있는 여성. 사랑하는 일상의 친구나 가족을 만나러 오듯 자연스럽게 오가는 이들을 보며, 슬픔이 격리된 어둠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았다.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풍경>
뉴욕 그라운드 제로, 치밀하게 기록된 기억들
파리를 다녀온 지 10년이 흐른 2025년, 친구들과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라운드 제로 방문을 중요 일정으로 넣었다. 정혜윤 PD의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읽으며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던 ‘유리창’을 여정 중에 직접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새 건물을 올리는 대신,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리는 두 개의 커다란 사각형 분수가 조성되어 비워진 공간 그 자체로 깊은 부재를 증언하고 있었다. 뮤지엄 내부의 기록은 지극히 상세했다. 하늘에서 일어난 폭발 직전과 그 후의 처절했던 타임라인, 땅에서 그 참담한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굴렀던 시민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든 소방관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묵직하게 구분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차분한 침묵 속에서 그 기록을 마주하는 방문객들을 보며, 아픔을 정확히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임을 느꼈다.


미국 뉴욕 <9.11 메모리얼&뮤지엄>
우리의 일상에서 나누는 새로운 희망
나는 단원고가 있는 고잔동에 살고 있다. 우리 집과 화랑유원지는 화정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집 베란다 너머로 4.16생명안전공원 공사 현장이 바로 보인다. 매일의 출퇴근길에, 그리고 화랑유원지를 산책하며 늘 그 곁을 지난다.
이 공간은 단순히 아픈 과거를 되새기는 곳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별이 된 아이들이 마침내 돌아와 하나의 따뜻한 보금자리에 머물게 되는 것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아픔을 온전히 기억하고 안전의 가치를 일상화하는 일은, 결국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지속가능한 사회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기도 하다. 파리의 공원에서 주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누렸듯, 4.16생명안전공원 역시 청소년들이 모여 미래를 꿈꾸고, 시민들이 산책하며 안부를 묻고, 찾아오는 이들이 생명과 평화의 존엄을 느끼는 일상의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간은 흘렀지만 기억은 옅어지지 않았다. 아픔을 딛고 선 그 자리에서 우리는 마침내 돌아온 아이들과 함께, 더 안전하고 다정한 내일을 향한 희망을 써 내려갈 것이다.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



4.16생명안전공원의 7월 공사 현장 (2026.7.22)
늦은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이어지는 7월입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기존 터파기 작업을 하던 ‘추모동’의 지하공간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롭게 ‘프로그램동’의 기초 터파기 작업과 흙막이 공사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마 기간에는 안전을 위해 공사를 일시 중단했으며,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날에도 작업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이 완공되는 그날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