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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4.16생명안전공원] 기억이 쌓이는 땅을 빚다_정주영(안팎 소장 / 4.16생명안전공원 조경 설계)

2025년 2월 13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명시된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기념관 건립”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4·16재단에서는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매월 공사가 진행되는 소식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때 나는 회사에 입사한 지 두 달이 막 넘은 직원이었고,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날과 같이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 한 켠에 켜진 TV에서는 긴급 속보를 타전하는 자막을 여러 사람들이 밥을 먹으면서 보고 있었다. 다들 큰 사고에 의아해하면서도 대부분이 구조되어 다행이라며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점심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야 주변의 웅성거림과 TV의 자막을 보며 이 사고를 접하게 되었지만 대부분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보며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에 젖어 들었다. 이러한 일상이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은 오후 내내 들리던 직원들의 수근거림 때문이었다.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며 보고 들었던 뉴스채널들은 초기와는 다른 논조로 ‘골든 타임’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급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일그러지기 시작한 일상은 누구 때문에 이 사건이 발생했는지, 어떤 미스터리가 숨어있는지, 그래서 누구 책임인 건지 등의 가십성 뉴스기사가 공기를 가득 메우며 절정을 찍더니 헌정사상 첫 번째 탄핵이 일어나며 공기 빠진 풍선 마냥 잊혀져 갔다.

그 사이 같이 일하던 직장동료의 조카가 세월호 침몰의 희생자였으며, 그제야 나는 그가 어느 날 눈물을 흘리며 사무실을 뛰쳐나갔던 이유와 복귀한 그의 주변으로 뜻 모를 아픔이 떠돌던 것이 그 이유인 것을 알았다.

그때의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외치며 안전불감증인 사회, 가만 있으라고 했던 선장, 과적을 유도했다던 해운사의 대표를 탓하고 수많은 음모론 중에 무엇이 진실인지 진상규명을 외치며 수많은 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이후 공모전을 진행하며 그동안의 내 모습은 단순한 내 이기적인 분노의 표출이었지 이 사건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계기는 공모를 함께한 건축소장님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은 설계공모를 같이 했던 소장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때의 말씀이 이제 시간이 지나 흐릿하지만, 그 기억을 더듬어보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 중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가족을 일구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가족들, 친구들이 죽으면 그리고 4월 16일을 잊지 말자고 손을 잡았던 우리 모두가 죽으면 그들을 기억해주고 보듬어줄 사람들이 남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공간은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이 공간을 다른 추모공간과 비슷하게 만들면 안 된다. 이 공간을 찾아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이 말씀이 나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했던 많은 날들과 쉽지 않았던 설계과정에서 힘을 잃지 않고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건축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제안한 것은 그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억이 쓰여 나가는 공간이다.

‘4.16생명안전공원’의 조경공간은 크게 네 개의 공간이 있다. 각 공간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상징하며, 그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억이 쓰여 나가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진입공간이 되는 ‘기억의 숲’, 분할된 두 개의 건축물을 연결하고 공원과 유원지를 연결하는 ‘빛의 광장’, 은유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표현하고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들꽃 언덕’과 ‘대’로 이루어져 있다.

‘기억의 숲’은 해송(海松)이 심겨진 숲이다. 해송은 우리나라의 바닷가에 많이 자라는 나무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멀리서 날아오는 바닷물을 맞으면서도 그 질긴 생명력으로 장소를 지키고 주변을 바닷바람에서부터 지켜준다. 우리가 숲을 만들 수 있는 많은 식물들 중에서도 해송을 입구 숲의 수종으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였다. 기억의 숲 속 해송은 간척지였던 땅의 기억과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바다를 그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살아가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통해 고통을 극복해가며 살아가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이 해송 숲을 부드럽게 지나는 산책길을 따라가며 땅 속에서 살짝 드러난 추모관의 지붕을 보다 보면, 어두운 숲에서 햇살이 비치는 ‘빛의 광장’을 바라보며 생명안전공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기억의 숲>

‘빛의 광장’은 4.16 생명안전공원과 화랑유원지의 화랑호를 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열린 공간이자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이 광장은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기도 하지만 주변과 유기체처럼 엮여서 공간별로 나누어져 있는 공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생명안전공원의 중심 공간이다. 이 광장은 평소에는 각 공간들을 연결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열려진 공간은 좌우의 추모관을 비롯한 건축의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과거를 기억하고, 다양한 행사를 광장에서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기억을 그 위에 쌓아가게 될 것이다.

<빛의 광장>

‘들꽃 언덕’은 화랑호와 건축 동 및 빛의 광장 중간에 위치하는 작은 언덕이다. 언덕을 계획한 것은 오른다는 행위를 통해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정돈하고 다음으로 나가기 위한 신체적인 경험을 주기 위해서 였다. 이 언덕은 유원지에서 사람들이 가진 마음가짐을 언덕을 오르며 정리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생명안전공원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생명안전공원에서 가졌던 마음가짐을 정리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언덕에 세월호 사건의 추모를 위해서 사용된 노란색 꽃을 피우는 한국의 야생화를 통해서 연대의 기억을 지속적으로 상기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대(臺)’는 호수를 관조하는 일상적 공간이자, 기울어진 판과 팽나무가 사건을 은유하는 공간이다. 이 대를 통해서 우리는 호수주변을 산책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머무르고 소요하는 느린 공간으로 성격을 확장하고자 했다.

<들꽃 언덕>

‘4.16생명안전공원’이라고 하는 공간이 우리가 처음 그렸던 것처럼 화랑유원지와 하나가 되는 공간이 되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이 쓰여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위로 받고 우리가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

4.16생명안전공원은 땅의 지지력 공사를 위한 PHC 파일공사가 40%정도 완료되었으며, 약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지열공사(땅 속의 지열을 활용하여 냉난방에 사용하는 시스템)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비가 자주 내려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날이 종종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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