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3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명시된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기념관 건립”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4·16재단에서는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매월 공사가 진행되는 소식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필자는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이다. 직업이 그런 지라 공간은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좋은 공간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편을 들곤 한다.
또는 다른 한 켠에서, 장소에 고정된 공간,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의 스펙터클 등. 그런 것들이 사회적 기억의 생명력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라는 생각에도 또한 마음을 주고 싶다. 비록 공간이나 행사보다 미미하고 소박할지라도 매 해 그 날이 다가오면 SNS를 통해 자기 다짐처럼 올라오는 되새김의 피드들이 가진 힘 또한 주목한다.
아래의 내용들은 참사 이후, 필자가 수 년에 걸쳐 직간접으로 관련 활동에 참여하면서 기록한 짧은 노트들을 모아서 정리한 내용들이다. 가볍기 그지없는 글들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 참사의 기억이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비추어 우리 생각의 과정을 굴절케 하는지, 마치 매일 입는 옷과 같이 피부와 맞닿아 어떤 느낌과 감각을 전달하는지, 이를 통해 사회적 기억이 생명력을 가지며 일상에 계속 공존하는 모습을 전하고 싶다. 비록 재잘대는 소소한 글이지만 이 또한 생명력을 가진 담론의 공간으로서.
2024년 8월 7일_안산의 아이들
얼마 전, 서울의 어떤 교육청 학교 설계공모에 당선되었다.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탈락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반복된 공모로 재미와 호기심을 잃기 전 당선결과를 받아 다행이었다. 우리 제안의 조감도와 투시도 속에는 필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2015년부터 16년까지, 4.16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가라앉은 마을의 폐쇄놀이터를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 숲으로 바꾸는 일을 하면서 그리게 된 동네 아이들이다. 그 때 그린 ‘안산마을 아이들’이 가상공간 곳곳에 뛰어놀고 있다. 물론 컴퓨터 가상공간 속이지만.
<사진1> 안산사람들을 그린 필자 드로잉_안산시의 폐쇄놀이터를 설계하며 동네 곳곳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이다.
2023년 12월 21일_화랑저수지
의도치 않게 한 장소를 오래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안산 화랑저수지도 그 중 한 곳인데, 2003년 다니던 건축회사에서 참여했던 경기도 미술관 현상설계, 4.16세월호 참사 이후 15년부터 맡게 된 안산시 공동체의 숲 사업, 그리고 2020년 4.16재단 설계, 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위한 기획자문까지. 모두 화랑저수지를 중심으로 그 주변 마을과 장소에 관련된 곳들이다 보니 연도별, 계절별 사진과 기록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영화 관련된 일을 하는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또 이 곳과 연관된 흥미로운 얘기를 듣게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세번째 영화 “오! 수정(2000년)”에서 고 이은주 배우와 정보석 배우가 손 썰매를 타는 유명한 장면을 바로 그곳에서 촬영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당시 오가며 찍었던 저수지 사진과 영화 속 장면을 비교해보니 과연… 거의 같은 위치와 앵글에서 24년전 필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꽁꽁 언 저수지, 바로 뒤가 여태 지어지지 못한 4.16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인 생명안전공원 부지이다.
청춘이 아름답던 한 배우가, 봄날 새싹 같던 많은 젊은 생명들이 이제 세상에 없다. 무상함.
<사진2> 2000년 화랑저수지 / 출처 : 영화 “오! 수정” 스크린 컷
<사진3> 2003년 화랑저수지 / 출처 : 필자 개인사진
<사진4> 2015년 화랑저수지 / 출처 : 필자 개인사진
<사진5> 화랑저수지를 배경으로 영화 속 장면과 현재 사진 합성 이미지. 두 주인공 뒤편이 생명안전공원 부지이다. / 출처 : 필자 소유 이미지
2021년 4월 15일_4·16재단 리모델링 설계
세월호 참사 7주기 하루 전. 4·16재단 조성공사도 바쁘게 진행중이다. 작년(2020년)에 재단과 일정을 협의하면서 개관시점을 참사 7주기에 무리하게 맞추지 않기로 했다. 별것 아닌 것일 수 있지만 이것 만으로도 우리나라 건축 현장의 고질적인 관행-기념일에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다가 안전을 등한시하는-에서 벗어난 제법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금씩 불합리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가면 된다.
참사 이후, 2015년부터 선체조사위원회 선체처리분과에 관여할 때만해도 나(필자)는 도시/ 조경전문가 분들과 함께 조그만 법인을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공간 관련된 일을 하지만 공간을 계획하는 “설계”보다 공간 조성을 위한 참여의 과정을 계획하는 일. 그래서 정확히 하는 일을 설명하기 조금 모호한, 그리고 건축적 지식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건축설계사무소의 서비스 범주에 들어오지 않는 일들이 주로 우리의 일이었다.
그러던 2020년, 4.16재단이 재단 사무실로 쓸 건물을 매입하면서 리모델링 설계를 수행할 건축가를 알아 봐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다. 몇 군데 생각난 곳들이 있었지만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다 “차라리 직접하고 말지’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홀린 듯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있었다. 그렇게 4·16재단 건물은 회사의 첫번째 설계 및 준공작이 되었다.
<사진6> 화랑저수지 너머에서 본 4.16재단. 노란색 외벽은 참사 후 전국을 뒤덮은 노란색 메모들처럼 보인다. / 출처 : 필자사진
2020년 4월 16일_세월호2
재난이 소환하는 공동체의 특별함은 지역이라는 닫힌 공간의 굴레를 극복하거나 조잡한 이해타산을 넘어서기도 한다. 우리 시민사회의 기반이 약하다고 하소연하지만 재난상황에서는 언제나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잠재력이 발현되어왔다. 이전에 존재했던 많은 재난들에서부터 세월호 참사, 그리고 지금의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현상처럼.
선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보여주는 지역별 결과만 보다 보면 한반도는 영락없이 동서남북으로 분열된 공동체이지만 이슈를 좀 돌려서 지금의 여러 위기에 대처하는 협력의 연결망을 그린다면 (좀 동화 같은 얘기지만) 결과분포 따위로 특정 지역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하는 얘기,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층위들 중에 하나에 대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말인데,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막말을 일삼는 모 정치인은 자기가 뱉은 막말이 출마한 지역구를 넘어서 얼마나 거대한 다층적 공동체를 분노케했는지 영원히 모르겠지.
몇 년 전 선체활용방안 연구를 위해 세월호 선체를 답사했을 때, 배 안에는 참 많은 안전구호와 사인들이 붙어있었다. 정치인들의 현란한 수사처럼.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어쨌든 선거는 흘러가고 또 참사를 새겨야 하는 날은 이렇게 다시 찾아왔다.
<사진7> 참사가 각인된 공간과 사물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에 몸서리쳤던 기억들. “안전제일”이 적혀 있던 세월호 조타실 벽면 / 출처 : 필자 사진
<사진8> 비상탈출지시 버튼이 있던 조작패널 / 출처 : 필자 사진
2019년 4월 16일_세월호
세월호와 관련된 개인적 인연은 이야기가 제법 길다. 4년 전, 다니던 회사를 나와 막 독립했을 때, 남원에서 농사짓는 후배 한 명이 세월호 참사에 가슴이 너무 아픈데 먼 데 살아서 직접 도움을 못 준다며 도울 일이 있으면 자기 대신이라도 함께 하라고 유기농 쌀 한 가마니를 보내주었다. 마침, 안산시 세월호 피해지역 폐쇄 놀이터를 공동체 숲으로 조성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지역 공동체 분들에게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방향을 찾기 위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같이 고민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쌀 한 가마니 값어치는 하게 된 셈이다.
그러던 재작년 겨울, 선조위 활동을 하면서 한번도 목포에 내려간 적이 없다는 것에 적잖이 마음이 불편해 무턱대고 목포신항에 전화를 걸어 선체를 볼 수 있는지 문의했고 허락이 떨어져 직접 선체 내외부를 견학할 수 있었다. 처음 목포신항 선조위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어느 부서의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이런저런 건축가의 작품집이었다. 의아해하는 나에게 담당 조사관은 선조위 업무 중 선체활용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과업이 있어 선박엔지니어링 전문가가 대부분인 이 곳 사람들이 각종 건축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고 있노라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무턱대고 건 전화 한 통의 인연으로 세월호 선체활용방안 연구까지 하게 되었다. 가볍지 않은 일을 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방향에 대한 자문부터 연구 결과물인 조감도를 그리는 CG회사까지,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한 적이 없었노라며 마음을 다해 주셨다.
이렇게 선체활용방안에 대한 초기연구는 이미 작년에 첫 발을 떼었지만, 아직도 침몰원인에 대한 ‘그날의 진실’은 미궁에 갇힌 채, 선체에 대한 사회적 상상이 도래할 시기 또한 계속 늦춰지고 있다.
2018년 6월 29일_세월호 선체보존처리 국민공청회
오늘 열렸던 세월호 선체 보존처리 국민공청회가 기사가 되어 나갔다. 무심코 댓글들을 좀 살펴봤는데 줄줄이 달린 현란한 악플들을 보니 힘이 번쩍 난다. 계속 떠들렴. 우린 더 집요할 거야.
2017년 6월 2일_4.16생명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간 조성을 위한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 발제 차 안산에 왔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생각보다 거세고 태도가 거칠어서 결국 준비된 대강당을 포기하고 경기도미술관 한 켠의 회의실에서 유가족분들, 관련자분들과 조촐하게 심포지엄을 가졌다. 예상은 했지만 추모공원에 대한 오해가 휠씬 심각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헤쳐 나가야 할 과제를 명확히 알게 되었으니 그것마저도 가치 있는 시작인 것 같다고 참석하신 분들과 행사를 긍정으로 마무리…
다만, 내 뒤에서 반대 고함을 지르던 아주머니에게 발언을 막지 말라고 얘기했다가 ‘돼지같이 생긴 게 어디서 입을 열어’란 막말을 들었다. 워낙 경황이 없어 그 당시는 그냥 흘려버렸는데, 집에서 문득 그 말이 다시 떠올라 거울에 얼굴을 한번 비춰보며 아내에게 물었다. “나 살 쪘어?”하고. 오늘 상황을 설명하니 혀를 차다가 박장대소를 한다. 그래, 진지하되 심각하지 않기로 하자.
<사진9>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된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
4.16생명안전공원의 7월 공사 현장 (2025.7.22.)
폭우와 폭염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날이 많은 이번 달에는 6월부터 시작한 지열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40% 정도 완료된 PHC 파일 공사 도중 지반의 깊이가 기본정보와 다른 부분이 확인되어 추가로 지반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관련된 설계변경 및 예산 조정을 안산시와 해수부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 기간이 최대 3개월 정도 늘어날 예정으로 공원의 개관 시기도 조금 늦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