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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4.16생명안전공원] ‘다음에 또 오세요!’ 4.16생명안전공원입니다.

2025년 2월 13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명시된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기념관 건립’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4·16재단에서는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매월 공사가 진행되는 소식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4.16생명안전공원입니다.

맛집으로 추천받은 곳을 들른 방문객이 ‘한번은 와볼 만한 곳’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상찬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저 그런 곳’이라 굳이 다음에 또 올 이유가 없다는 말일 수 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한번은 와볼 만한 곳’이 아니라 ‘다음에 또 오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절경으로 추천받은 곳을 방문한 뒤 ‘지나가는 길이라 잠시 들렀다’고 후기를 남기는 방문객은 다음에 그곳에 또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아침부터 설레며 일부러 찾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홀로 왔다가 둘과 셋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둘과 셋으로 왔다가 다시 홀로 오기도 하는 곳이어야 한다. 친구들과 방문했다가 가족을 챙겨 같이 오는 곳이기도 하고, 낯선 이들과 만나 친구가 되어 ‘다음에 또 오는 곳’이어야 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니 오기도 하고, 날이 맑고 구름이 예뻐 오기도 하는 곳 말이다.

몇 년 전 나는 독일 중북부 작은 도시 에세데(Eschede)에 위치한 열차 사고 추모 공원을 방문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돌아오며 ‘여기 또 오기는 힘들겠다’고 독백했다. 1998년 6월 3일 독일 니더작센주의 에세데(Eschede)에서 발생한 열차 이탈과 전복 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고 108명이 부상당한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 공원은 기억 조형물과 희생자 기록탑 등 외관은 매우 훌륭했다. 과시적 위용과 방대한 규모로 위압하지 않고 나무와 숲으로 죽은자를 품고 산자를 달래는 소박함과 간결함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이나 쉼터도 없고 카페나 식당도 없고, 정보실이나 가게도 없어 길게 머물 수 없었고 궁금증을 해소할 길도 없었다. 에세데역에서 추모 공원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였지만 안내 표지판도 작고 적어 당혹스러웠다. 방문객은 나 혼자였고, 주민들도 무심했다. 6월 3일의 정례 추모행사를 빼면 사실 거의 방치된 곳에 가까웠고, 그 추모 공원을 아는 독일 지인을 만나지도 못했다. 나도 다음에 그곳에 다시 갈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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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에세데 열차 참사 추모공원 입구                                                    <사진2> 에세데 열차 참사 추모비

4.16생명안전공원은 에세데 참사 추모 공원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다음에 또 오는’ 기념 공원과 기억 공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방문객 지향'(visitor orientation, 또는 ‘방문객 친화’) 관점의 수용이다. 박물관학에서 주로 논의된 그 ‘방문객 관점’은 기억공간이나 공공역사 기관의 핵심 개념으로 등장했고 수용되었다. 정치 폭력이든 사회 참사든 희생자 추모 장소와 사건 기억 공간은 주로 희생자 가족이나 유관 단체 또는 그 주제 연구자나 활동가의 관점에서 조성되기 쉽다. 그들은 모두 방문객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산더미로 갖고 있다. 그것은 가장 존중받고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또 해당 사건과 공간의 로컬 행정기구나 문화기관도 공간 조성과 활용에 제 몫을 주장한다. 재정과 행정 지원에 걸맞는 책임에 기초한다면 그 요구와 견해도 완전히 무시될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다음에 또 오는’ 기억공간의 성패는 방문객 관점의 수용 정도에 달렸다. 그것은 방문객들을 정해진 형식과 내용을 받아들이는 추모와 기억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개방적 상호작용의 수행 주체로 세우고 그들의 인지와 향유, 자기화의 관점에서 추모와 기억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4.16생명안전공원도 그 관점을 적극 수용하기를 바란다.

‘방문객 친화 관점’의 출발은 방문객을 훈육하거나 의식화하려는 어떤 종류의 위압이나 일방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인습적인 벽관 진열 방식 전시의 극복이나 장황한 교과서식 설명 전시를 그만두는 것에서 출발한다. 방문객은 그곳까지 와서 윤리나 사회 교과서를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불필요한 텍스트 설명은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영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물관학의 전문 연구에 따르면 영상관이 아닌 전시나 추모 공간의 영상의 경우에는 90초가 방문객이 인내하며 보는 최대 시간이다. 사료나 자료, 사진과 영상을 통해 방문객이 스스로 발견하고 탐색하고 질문하는 공간이 되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그것은 방문객의 감정이나 감각을 조작하는 기제나 방식을 거두어 들이는 것과 연결된다. 광주 5.18 국립묘지 정문에서 제단으로 단체 방문객이 걸어가면 나오는 웅장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지난 6월 개관한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 7층 구관의 기괴한 음악은 모두 방문객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뿐이다. 독재자들이나 하는 방식의 감정 주입과 조작을 희생자 추모와 기억의 이름으로 강제해서는 안된다.

추모와 애도, 기억은 개인적 차원의 숙연과 비장, 또는 암기나 결의에서 생겨나지도 않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방문객 스스로 사건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제 감정과 감각의 동요를 겪고 질문과 생각을 스스로 올릴 때만 가능하다. 방문객이 제 감정과 감각, 생각과 관심을 살피고 같은 공간에서 유사한 느낌과 질문을 갖는 여타 방문객들과 직간접으로 코뮤니타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카페와 식당, 자료실과 영상실 등의 서비스 공간을 통해 그들의 숙고 과정과 교호작용을 보호하고 보조해야 한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여타 어떤 종류의 기억공간보다 더 방문객과 사건의 연관성을 부각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사건 자체, 즉 제1의 역사 못지않게 그 뒤의 진실규명 투쟁과 사회적 기억화와 집단 학습의 역사, 즉 ‘제2의 역사’는 모두 한국 사회 주민들 대다수에게 깊이 영향을 미쳤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의 ‘4.16 기억’을 갖고 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바로 그것을 매개하고 연결하는 기억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 즉, ‘4.16과 나’, ‘나에게 세월호는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고 숙고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기억과 추모는 애도와 결의에 그치지 않고 생각과 숙고, 질문과 이야기로 이어진다. 기억과 추모는 과거 사건을 계기로 삼지만 사실 그것의 현재적 의미와 연관성을 찾는 것으로 귀결된다. 4.16생명안전공원은 방문객에게 그 참사를 제 삶과 연결시키며 집단적 학습과정과 소통과정을 매개하는 일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회고는 과거를 대상으로 하지만 기억은 현재와의 연관을 찾는 것이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방문객 친화 관점’은 사건의 역사적 ‘진본성(authenticity)’을 보장하는 일을 포함한다. ‘진본성’은 변조나 가공이 없는 사실 인식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건의 고유하고 특별하며,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근원적이고 순수하며, 진실하고 충실한 인지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적 가공이나 예술적 재현에 비해 실제 사건 당사자들과 가족들, 주민들의 기록이나 자료는 매우 특별한 감각과 감정을 제공한다. ‘진본성’에 기초한 기억공간은 사건의 깊이나 무게, 의미와 함의를 잘 포착하는 자료와 기록을 통해 가공과 재현, 복사와 모조가 판치는 세상에서 특별한 ‘진짜 감정’과 인식 자극을 갖도록 만든다. 4.16생명안전공원은 과도한 예술 재현과 상징 조형물을 잠시 물리고 사건의 진본성을 매개하고 전달하는 것으로 방문객을 맞도록 하자. 방문객이 안산까지 오는 이유는 여기저기 넘치는 예술 재현과 문화 가공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갖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과 감각, 질문과 생각을 갖게 되면 그 방문객은 다음에 또 온다.

사회 참사는 그 자체로 피해 집단의 집단 비극이자 회복 불가능한 고통이지만 동시에 한 사회가 긍정적 가치를 찾아 자신을 갱신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재난의 고통과 비극의 사회적 인지와 문화적 재현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정서적 유대와 감정적 결속을 경험한다. 방문객 친화 관점이 중요한 이유다. 그것이 바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하는’ 특별한 방식이기도 하다.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

4.16생명안전공원의 9월 공사 현장 (2025.9.23.)

덥기만 할 것 같던 여름이 지나고, 제법 찬기운이 도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지열공사가 마무리 되었는지, 현장에 있던 공사장비가 모두 빠져나가고 빈 부지만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추가로 진행된 지질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10월까지 설계 및 사업비 증액 협상을 마무리하고 멈춰 있던 PHC 파일공사를 재개하고자 관계부처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4·16재단도 일정에 맞춰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모니터링 진행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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