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서울연극센터 3층 공연장에서 4.16재단 청소년·청년 안전문화활동 지원사업 <4.16의 봄>의 6월 안전문화스쿨이 진행됐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청년 참가자 약 60명이 함께했으며, 연극 「노란 빛 사람들」 관람과 공연 이후 배우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안전문화스쿨은 <4.16의 봄> 사업에 선정된 청소년·청년들이 안전과 기억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역량을 키우고, 이후 직접 안전문화 실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6월 안전문화스쿨은 공연예술을 통해 재난과 기억,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공연에 앞서 연출가는 “이 작품은 여러분과 같은 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라며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웃고 공감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약 70분간 진행된 「노란 빛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각각 기자, 집회 봉사, 대구 시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기억을 이어온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거창한 영웅이 아닌 자신의 자리에서 진실을 기록하고, 곁을 지키며, 행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기자의 시선을 통해 시작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인의 꿈을 품게 된 한 청년이 진실을 기록하는 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극 속 인물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접했던 기억과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후 언론인이 된 그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취재하며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기자가 된 저의 보도 방향”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기사를 쓰는 사람이 아닌, 사실을 끝까지 기록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언론인의 역할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4.16 약속지킴이 도봉모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을 위해 탄핵 집회 현장에서 1,500개의 주먹밥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배우들은 실제 봉사 현장을 옮겨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와 관객 참여를 통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식구라는 건 밥을 같이 먹는 사이”라는 대사는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곁을 지키는 일이 결국 연대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주먹밥 하나를 만드는 평범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사회를 움직이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하며 공연장은 잔잔한 감동으로 채워졌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구에서 기억을 이어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는 편견 속에서도 시민들은 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노란 리본을 나누며 진실 규명을 외쳤다. 작품은 대구 시민들이 겪었던 고민과 갈등을 사투리를 활용한 대사로 현실감 있게 표현했고, 동시에 대구 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연결하며 “기억은 지역을 넘어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192명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함께 기억하자는 마지막 장면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조명이 바뀌었다. 0.5초 정도의 침묵이 있었고, 그다음 박수가 터졌다. 객석 전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립박수였다. 나도 모르게 일어서 있었다. 손이 얼얼해질 때까지 쳤는데도 멈추기가 싫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인사를 하면서 표정이 조금 상기되어 보였다. 그 반응이 진심으로 전달된 것 같았다.
커튼콜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옆자리 참석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같은 걸 느꼈다는 게 전해졌다. 좋은 공연이 끝난 직후에만 있는 그 특별한 순간이었다.
공연 직후 배우와 총감독이 직접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객석에서 손이 하나둘 올라왔다.
“이 장면을 왜 이렇게 연출하셨나요”, “이 대사를 할 때 어떤 감정이었나요”, “유족분들을 직접 만나신 적 있으신가요”
질문들이 예상보다 깊고 진지했다. 배우와 연출도 정성껏 답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무대와 객석 사이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40분이 너무 짧게 느껴졌고,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 순서는 그룹별 소감 나눔 활동이었다. 참석자들이 몇 명씩 둘러앉아 오늘 공연에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다들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장면에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안전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오길 잘했다” — 거창한 말 없이 솔직한 한 마디들이 오갔고, 그 온도가 공연의 여운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오늘 행사의 의도가 선명하게 읽혔다. 4.16의 봄이 청소년·청년에게 안전을 ‘설명’하는 대신 ‘함께 느끼게’ 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 연극이라는 매개가 단순히 색다른 포맷이어서가 아니라, 이야기 앞에 앉아야 비로소 열리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오늘 확인했다. 60명이 같은 무대를 보고, 같은 박수를 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안전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행사가 끝나고 서울연극센터를 나섰다. 혜화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손바닥을 폈다. 아직 조금 얼얼했다. 오래 친 박수의 흔적이었다.
취재를 나가면서 이렇게 오래 손바닥이 남아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좋은 공연이었고,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좋은 시간이었다. 기억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사람을 잇는 과정을 오늘 조금 가까이서 봤다.
4.16재단, 그리고 ‘노란 빛 사람들’ 무대에 서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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