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식 및 개소강좌] 우리함께, 손을 잡다

‘재난참사 피해자의 희생에 빚져 우리가 오늘을 살았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들 힘을 채워갈 차례다.’

지난 1월 31일 저녁 7시, 4·16재단의 부설기관인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센터는 4·16재단 부설로 국내 최초 재난피해자들의 권리 증진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상설·전문 기관입니다. 센터의 출범을 알리며, 재난피해자 및 유관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향후 센터의 주요 사업과 새롭게 바뀐 사무·전시공간 등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센터의 첫 시작에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의 마음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발족한 재난참사피해자연대, 센터 설립과 운영 방향 등을 함께 고민해 온 설립준비위원회, 센터와 함께 협력하고 있는 유관기관 및 단체, 관련 전문가,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곁이 되어 주시는 시민 등 100여 명에 이르는 다양한 분들이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
축사를 전하고 있는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

개소식에 참여한 분들께서도 센터의 첫 출발에 응원과 격려의 한마디를 전해 주셨습니다. 고 이한빛 피디 어머니 김혜영 님은 “단 한 명이라도 재난 피해자가 생겼을 때 센터가 버팀목이 돼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센터의 개소에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격려의 한마디를 전해 주셨습니다.

격려의 한마디를 나눠주신 고 이한빛 피디 어머니 김혜영 님

앞으로 센터는 4.16긴급지원기금 운영사업을 통해 재난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의료, 심리, 법류, 진상규명 등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전문인력을 연결하고 기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난해 발족한 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함께 재난피해자들이 주체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재난 피해자를 발굴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개소식 현장 모습

센터는 개소식과 더불어 재난 피해자 권리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확산하고자 개소강좌를 진행하였습니다. 사람책 “재난을 담는 마음”으로 2월 1일부터 5일까지 총 3회에 걸쳐 강좌를 열었습니다.

 

21() 사람책 재난을 담는 마음

재난과 영상 / 김일란 영상감독

다큐멘터리리 <마마상>은 김일란 감독이 기지촌 인권실태조사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여성들의 생애와 표정, 숨결 등 글로 다 담아내기 어려워 카메라를 들고 찍은 첫 작품입니다. 김 감독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카메라를 들며 우여곡절의 시간도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카메라를 들고 있길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현장에 있는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단지 카메라로 바라봤던 ‘나’를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며 관계가 전환될 때였다며, 그 순간의 가슴 벅찬 보람을 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김일란 감독의 필모그라피 중 용산 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 <공동정범>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연출한 <공동정범>은 용산 참사를 빌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셈이기도 했다며 <공동정범>을 연출하며 가진 고민과 의미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슬픔과 고통의 무게를 재는 것에 익숙해요. 

이런 익숙함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본질적인 것이기도 해요.

서로의 슬픔과 고통의 무게를 재며 우리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걸까요? 

이러한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일란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미디어 팀장’ ‘4.16연대 미디어 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세월호 참사 현장을 기록하는 수많은 영상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4.16가족협의회와 함께 세월호 참사 10주기 영상기록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 중입니다.

“영화는 관객을 만날 때 완성됩니다. 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으로, 극장에서 관객으로 만날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 10주기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지성 아버지 문종택 감독의 그간의 10년의 기록을 담은 <바람의 세월>, 유가족의 곁을 지킨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옴니버스 단편 다큐멘터리 3편 <드라이브>·<흔적>·<타이밍>,  영화 최초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촬영한 <목화솜 피는 날>

 

22() 사람책 재난을 담는 마음

재난과 기록 / 홍은전 기록활동가

스물셋. 서울 노량진에서 국어교사가 되고자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 홍은전이 도망치듯 빠져나와 우연히 만난 곳이 <노들장애인야학>입니다. 황폐한 마음 속 아름답고 따스한 천사를 기대하며 갔지만, 그곳엔 전사들이 있었습니다.

홍작가에게 처음 주어진 임무는 휠체어 장애인의 등교를 지원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이상한 노동이라 표현한 그 시간들은,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지 않지만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과 세상에 있는 계단만큼이나 만연한 차별을 온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13년 동안 홍작가는 노들장애인야학의 활동가로, 이후 지난 10년 동안 기록활동가로 성장하고 변화해왔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을 만나며 ‘나’의 세상이 바뀐 것처럼 글을 쓰는 작업도 ‘나’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기록활동가라는 정체성을 처음 만들고 갖게 한 <금요일엔 돌아오렴>부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록집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10주기를 맞아 준비 중인 <520번의 금요일>에 참여했던 시간들을 홍작가가 시민들과 나눴습니다.

“2014년 글을 쓰면서 감각이 굉장히 예민해 졌던 그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어요.

그 전까지 나는 무고하고 세상이 잘못했으니까 세상한테 소리치는 활동을 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홍작가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록 작업의 와중에서 한겨레 칼럼 <늦은 애도>를 썼습니다. 칼럼은 ‘각자의 세월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죽지만, 우리는 죽음에 대한 엄청난 금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 그 죽음을 사회적으로 애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안간힘을 쓰는 일인지, 그는 10년도 넘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언니의 죽음을 다시 마주한 <늦은 애도>라는 칼럼으로 세상에 내보이며 온몸으로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말은 결코 울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말을 하지 않는 걸 택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죠.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울지 않는 걸 택한 것이 아니라

울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구나.”

홍작가가 동료들과 지난 2년간 작업한 4.16가족협의회 운동 10년의 기록집 <520번째 금요일>은 오는 3월 초 출간될 예정입니다.

 

25() 사람책 재난을 담는 마음

재난과 학문 /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팀 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사람책 세 번째 시간은 재난을 마주하는 마음에 대한 참석자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김승섭 교수는 참석자들의 이야기에 답변하며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들려주었습니다.

“세상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내 몸의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해요.”

“견디는 거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면 내가 즐거워야 해요. 내 안에서 사랑이 넘칠 수 있는 관계,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세상을 가장 빨리 바꾸는 길인 것 같아요.”

김 교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약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닿기 위한 연구들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개인적인 신념과 의지 또는 특별한 이유가 아닌 단지 인연이 닿은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김 교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주한 단원고 생존 학생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김교수의 연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박성현 팀장은 “어떻게 하면 생존 학생들에게 상처를 덜 주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무언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으로 그를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상하였습니다.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신뢰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연구와 프로그램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기도 했어요.”

피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정치적으로 소비해 버리는 모습을 보며 한국사회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을 대하는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김 교수는 나눠주었습니다.

또한 김 교수는 재난 피해자들은 사회운동가가 아님을 강조하였습니다. 재난 피해자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아닌 사회적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며, 재난 피해자에게 재난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쇄신하고 혁신하길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참담함에 대한 성찰도 잊지 않았습니다.

성실한 연구자로서 피해자들에게, 사회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우리 사회에 곳곳에 따뜻한 온기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한편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개소식과 개소강좌 뿐만이 아닌 개관전시도 진행 중입니다. ‘정택용 사진전-너의 기억이 나에게 닿는다면’이 2월 23일(금)까지 열립니다. 그간 참사 현장을 기록해온 작가의 시선을 따라 재난을 둘러싼 이미지들을 조명하는 자리에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람을 부탁드립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전시실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평일 오전 11시~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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