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은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며,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에 4·16재단은 재난을 겪은 청소년·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이어가며 회복과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수호자‘는 기억을 넘어 연대로, 공감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지는 동행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소중한 연대를 소개합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4·16재단의 ‘기억의 수호자‘ 후원에 동참하며,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뜻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의미, 그리고 노동조합이 생각하는 기억과 연대의 가치에 대해 전국금속노동조합 박상만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세월호참사는 결국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된 구조적 문제였어요.”
금속노조에서 마음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서 세월호참사 당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4월 16일 그날의 기억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기억납니다. 참사 열흘 전,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지부 상근 간부로 활동하던 저는 동지 70여 명과 함께 4·3항쟁 관련 일정이 있어서 갔었어요.
4월 16일 당일에는 금속노조 정치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TV 뉴스에서 세월호가 기울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승객들이 모두 구조됐다는 보도가 나와서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어떻게 저런 일이 발생할 수 있냐고 놀랐습니다.
특히 저는 고향이 섬이라 어린 시절부터 배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객선 선장은 마을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존재였어요. 그만큼 선장은 배를 가장 잘 알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선장이 오랫동안 배를 운항해 온 사람이 아니라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된 인력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배의 특성과 운항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임시 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안전보다 비용과 효율이 우선된 현실의 문제를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그런 중요한 역할이니 더 와닿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지금까지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중 하나입니다. 세월호 참사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작 선장이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먼저 탈출하는 그 행동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주변에서 봐 온 선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선원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구조를 돕거나 상황을 수습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거든요.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보다도 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선장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상상이 안 되는 거죠.
네,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진상 규명과 연대의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여러 현장에서 함께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속노조에 세월호참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역할을 해왔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때가 벌써 12년 전이네요. 당시 저는 현대자동차지부 상근 간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도 세월호참사 현장을 돕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습니다.
일단 팽목항에 자원봉사자들과 유가족들이 임시로 머물 수 있도록 컨테이너를 기부했던 기억이 떠올라요. 저도 역시 팽목항을 여러 차례 찾으며 현장의 아픔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보면서 가장 크게 든 고민은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된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사용 연한이 지난 선박을 들여와 운항하고, 더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으려고 무리한 증개축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저와 주변 노동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한민국이 이제 선진국이라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는 문제의식을 자주 공유하곤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과 제도를 마련해야 함에도, “이번에는 괜찮겠지“, “설마 또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안일한 인식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참사를 경험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용기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죠. 안전 문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금속노조에서도 4·16재단의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셨을 텐데요. 참사 피해 가족인 형제자매, 그리고 생존 학생들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12년이 지난 지금도 더 큰 어려움과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4·16재단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억의 수호자’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노조 내부에서는 이러한 활동과 연대의 의미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4·16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에는 참여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참사에 대한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저 역시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시절은 고등학교 때의 추억들이었어요. 좋았던 일도, 슬펐던 일도 그 시기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참사를 겪은 생존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해요. 성인이 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가장 오래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들 역시 그날의 시간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참사뿐만 아니라 이태원참사 등 많은 재난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참사 공화국‘, ‘재해 공화국‘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분들이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또 결국 살아가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사회가 함께 손을 내밀고 곁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청년들에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살아 나가야겠죠. 살아가면서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엄청난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 “이제 다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라.”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분들이 겪은 상황은 우리가 감히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배 안에서 같은 반 친구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 배가 기울고 물이 차오르는 절박한 순간을 직접 겪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용기이고 노력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왜 계속 기억해야 하는지 조합원들과 꾸준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렇게 함께 해주시는 마음 덕분에 그분들도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16재단에서는 노동조합에도 ‘기억의 수호자’ 후원 참여를 제안하고 있는데요. 다른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금속노조 차원에서는 우선 위원장으로서 핵심 간부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안건으로 상정해서 노동조합 차원으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또는 조합원들이 개인 후원회원으로 함께할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내용을 안건으로 올려 함께 논의하고, 그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공유한 뒤 조합원들의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세월호참사에서도 비정규직 이슈를 볼 수 있었는데요. 금속노조 활동을 하시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함께 이야기해 주실 이슈들이 있다면 나눠주셔도 좋겠습니다.
현재 노동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간접고용의 확대입니다.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기업들은 비정규직 제도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피해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선업을 예로 들면, 지금은 호황기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보다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어요. 또 과거에는 일부 직종에 국한됐던 특수고용과 간접고용이 이제는 생산 현장과 방송, 서비스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질수록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조직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AI와 자동화 확산에 따른 변화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과 일자리 변화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함께 책임 있는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애써주시고 또 계속해서 목소리 전해주시면 저희도 함께 할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기억의 수호자’에도 함께 해주셔서 다시 감사드립니다. 더 넓은 참여가 노동조합 차원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논의해 보시고 가능한 만큼 또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활동이 계속 알려지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도 이런 활동이 있다는 사실, 지금도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왜 계속 기억해야 하는지를 꾸준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기억하고 연대하는 일이 결국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이 힘이 될 수 있도록 기억의 수호자가 되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