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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수호자 인터뷰 #12] 김종금 SP삼화(삼화페인트) 노동조합 위원장

4·16재단은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며,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에 4·16재단은 이 길을 나란히 걸어줄 '기억의 수호자'를 찾고 있습니다.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은 재난을 겪은 청소년·청년을 응원하고, 그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이어가며 회복과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동행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한 따뜻한 연대를 소개합니다. SP 삼화(삼화페인트)의 사내 봉사활동 동아리 '이웃사랑회'4·16재단의 '기억의 수호자' 후원에 동참한 것입니다.

오랜 시간 안산 지역 곳곳에서 꾸준히 이웃에게 온정을 나눠온 '이웃사랑회'는 어떤 마음으로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에 함께하게 되었을까요. 4·16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의미를 듣기 위해 삼화페인트 노동조합 김종금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안산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 세월호참사와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삼화페인트 회사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삼화페인트는 안산에 있는 페인트 만드는 회사고요. 최근 ‘SP 삼화’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았거든요. 바뀐 지 한 달 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페인트 만드는 노동자 김종금입니다.

 

그리고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 기금에 동참해 주신 건 회사 동아리 활동 차원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관련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후원은 노동조합 차원이 아니라 회사 내 봉사동아리인 '이웃사랑회' 이름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현재 제가 이웃사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이웃사랑회는 사장님부터 사원까지 230여 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는 사내 봉사동아리입니다. 회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5천 원씩 모아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사용하고 있고, 안산희망재단을 통해 지역 단체를 지원하거나 다른 단체들과 연계한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꾸준히 활동해 온 셈이죠.

안산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 세월호참사와 관련해서도 자연스럽게 연대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특히 4·16재단이 재난 참사를 겪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미래와 진로를 응원하는 취지로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재단에서 직접 오셔서 봉사부장을 비롯한 이웃사랑회 임원진에게 캠페인 취지와 내용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고,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해 함께 결정하게 됐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삼화페인트 이웃사랑회도 이런 뜻깊은 일에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흔쾌히 동참하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안산 지역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 그동안 세월호참사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활동하신 경험이 있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실은 그동안 저희가 직접적으로 실천하거나 연대했던 경험은 많지 않았어요. 안산 지역에 있다 보니 세월호참사에 대해서는 누구나 부모의 마음으로 안타깝게 바라보고 무겁게 생각해 왔죠. 하지만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함께 연대하는 일에 있어서는 회사 차원이나 노동조합 차원 모두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도 이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느끼고요. 과거도 있지만 앞으로 더 관심 갖고, 함께 연대하며 행동해 나가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만할 수 있겠어요. 이웃으로 살아온 우리 모두 아직 그 기억 속에 살아가고 있는걸요."

 

개인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2014년 4월 16일,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가요?

그날 오전 10시쯤 아내에게 전화받았어요. (교회에 다니니까) 아내가 기도를 좀 부탁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1층에 살았고, 3층에는 수현이네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평소 가족끼리 정말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수현이가 수학여행을 가다가 배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에요. 그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하자고 해서 같이 기도했죠.

그때만 해도 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설마 큰일이 나겠나, 다 구조되겠지'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뉴스에서도 전원 구조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졌고, 결국 한 명도 제대로 구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때의 감정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너무 무겁고, 분노스러웠고, 또 너무 슬펐습니다. 무엇보다 그 상황이 순식간에 끝난 게 아니라,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배가 조금씩 가라앉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했잖아요. 며칠 동안 가슴에 돌덩이가 얹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눈앞에서 보이는데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웃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그 이후 수현이 가족들하고는 어떻게 지냈는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사실 같은 동네에 살다 보면 매일 얼굴을 마주치게 되잖아요. 수현이는 처음 마주치면 인사하고, 두 번 보면 또 인사하고, 하루 세 번도 인사했어요. 그런 아이였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사고 이후 수현이 첫 생일이 돌아왔을 때가 기억나요. 이웃들이 함께 모여 작은 생일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현 엄마가 잡채를 버무리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거에요. '정작 먹어야 할 아이는 없는데 내가 지금 이걸 하고 있다.'라는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오신 거죠. 주저앉아 우는데,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쉽게 말을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유일하게 수현 엄마를 붙잡고 말릴 수 있었던 사람은 수현이 아빠였어요. '손님들도 와 있는데 왜 그러냐'라며 겨우 다독이셨죠. 그런데 그날 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1층에 살았고 집 옆이 놀이터였는데, 새벽 시간 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낮에는 애써 참고 가족들을 다독이던 수현 아빠가 결국 혼자 나와 울고 있었던 겁니다. 그 소리를 듣는데 차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어요. 저도 집 안에서 같이 울었습니다.

 

'기억의 수호자' 후원에 동참하기까지 이웃사랑회 내부에서도 여러 고민과 논의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웃사랑회가 생각하는 '기억'과 '연대'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래 봉사동아리이다 보니 함께하는 분들 모두 기본적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그런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 실천해야 할지, 어디에 함께해야 할지는 막연했던 부분도 있었죠. 그런데 최근 4·16재단에서 직접 오셔서 캠페인의 취지와 방향을 설명해 주셨고, 저희도 '아, 이런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길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기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억의 의미는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요.

결국 사회가 비용이나 효율보다 생명과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기억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억할 때마다 마음은 아픕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이제 그만하라는 이야기도 듣지만, 어떻게 그만할 수 있겠습니까.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같은 이웃으로 살아왔던 저 역시 아직도 그 기억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삼화페인트처럼 '우리도 함께하자'라는 흐름이 기업들 사이에 퍼졌으면 좋겠어요."

 

4·16재단이 활동하면서, 그리고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을 통해 후원처를 모집하면서 기업과 함께하는 것이 참 어려워요. 사실 기업이 나서기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요. 삼화페인트가 이렇게 참여해 주셔서 더 귀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기업이라면 사회공헌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활동에는 아직 조심스러워하거나 거리감을 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거든요. 관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는 비교적 쉽게 참여하면서도, 기억과 연대의 활동에는 여전히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저는 특히 안산 지역 기업들이라면 꼭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산에서 세월호참사를 빼놓고 지역사회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기억하고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회사 안에서 계속 '이런 활동은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기업도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도 삼화페인트가 이런 뜻깊은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얘기했고요.

무엇보다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과 그 아픔을 기억하는 일이 어떻게 정치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알려야 될 것 같아요. 삼화페인트 사례가 알려져서 더 많은 기업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진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공헌의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훨씬 크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기업들도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ESG팀이나 사회공헌팀, CSR 관련 조직들은 다 갖추고 있는데도 정작 이런 활동을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감을 잘 못 잡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사례가 조금이라도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삼화페인트가 함께한 걸 보고 주변 기업들도 '우리도 같이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어요. 이런 일은 서로 좋은 자극을 받으면서 함께 확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배 아파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기억의 수호자 후원에 망설이는 분들이 있거나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창한 결심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잊지 않겠다는 마음,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거든요.

큰 기업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후원을 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동행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 '지지하고 응원한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난참사를 겪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혼자 외롭게 아픔을 감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세월호참사뿐 아니라 이후에도 많은 참사가 있었고, 그 안에는 늘 청소년과 청년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곁에 서겠다는 의미에 저 역시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뿐 아니라 SP삼화 이웃사랑회도 작은 힘이나마 함께 보태고 싶었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함께 지지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내디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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