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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수호자 인터뷰 #11]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 어머니)

4·16재단은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며,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에 4·16재단은 이 길을 나란히 걸어줄 '기억의 수호자'를 찾고 있습니다.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은 재난을 겪은 청소년·청년을 응원하고, 그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이어가며 회복과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동행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이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김순길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또한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하게 된 계기도 들어보았습니다. 참사 피해 가족으로 또 한 번 4월을 맞이하는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전합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저 역시 이런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올해 열두 번째 4월인데요. 4월을 맞이하시는 마음도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진윤희 엄마이고,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 일을 하고 있는 김순길이라고 합니다.

저는 애써 '지금이 4월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면, ', 4월이구나' 하고 지나가듯 느끼는 정도였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버텨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2주기를 앞두고는 이상하게 이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들이 올라오더라고요. 10년을 넘어 '12'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마치 1년이 12달인 것처럼 더 또렷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문득문득 밀려왔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윤희가 떠오르고, 보고 싶은 마음이 북받치고, 이유 없이 막 눈물도 나고. 그렇게, 올해의 봄은 조금 더 깊은 마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의 첫 질문이 시작되자마자, 진행을 맡은 박성현 4·16재단 사무처장도 질문에 답하던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도 모두 눈물을 보였습니다.
해마다 4월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4월은 쉽지 않다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참사를 다시 기억하고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는 조심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4월입니다. 가끔 예전 사진을 보다 보면, 그때의 젊은 '윤희 엄마'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지난 12년 동안 어떻게 이렇게 활동해 왔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원래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더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공방에서도 꾸준히 그런 마음으로 활동해 왔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사무처장이라는 자리까지 오게 됐는데, 지금도 그 과정이 잘 실감 나지 않아요. 그렇게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오며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 안에는 윤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제 마음속의 책임감도 크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갈 수 있는 만큼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고, 그때그때 주어진 일들을 마주하며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마이크를 잡아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두렵고 떨렸어요. 초창기에는 반대표를 맡기도 했지만, 다른 부모님들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게 등을 떠밀리듯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됐죠. 막상 부딪혀 보니 조금씩 해낼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한 걸음씩,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목소리도 크고 말씀도 너무 잘하시던데요. 최근 세월호참사 가족분들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시는지, 또 오랜 시간 활동해 오시며 여전히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우리가 바랐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참사를 계속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그 질문들이 쌓여야 우리가 바라는 생명 존중과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이런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재난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을 바꾸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이들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현실도 안타깝습니다. 때로는 정책이 성과 위주, 보여 주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돼요.

 

"부모의 손이 닿지 못한 자리, 누군가 함께한다는 믿음으로 망설임 없이 참여했어요."

세월호참사에 대해 우리는 '기억'을 중요하게 이야기해 왔어요. 참사의 피해 당사자로서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이 참사를 단순히 슬픔으로만 남겨두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처음에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오지만, 그 감정을 넘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계속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월호를 이야기한다면 결국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그런 질문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해 주는 것이 필요한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기억 공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잊게 되기 때문에, 재난과 참사를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공간은 단순히 기억에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교육도 이뤄지고 공감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기억이야말로, 우리가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4·16재단도 기억의 중요성을 고민하며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분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시기에 후원을 권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직접 참여해 주셨습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사자지만, 오히려 '내가 먼저 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또 저에게도 사회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다 보니, 이런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더 절실하게 느껴요. 부모가 다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누군가, 그리고 재단이 앞장서서 함께해준다는 것이 참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더 큰 금액으로 함께하지 못한 점이 죄송한 마음도 있죠. 그래도 제가 먼저 참여해야 다른 분들께도 권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함께하자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재난 이후의 긴 시간을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힘이 필요해요."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을 통해 재난을 겪은 형제자매와 생존자 등 청소년, 청년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고자 합니다. 참사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시며 느끼신 점이나, 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모든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해들은 바로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거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곤 합니다. 그런 소식은 반갑고 기쁜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함께하지 못한 아이를 떠올리게 되어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4월이나 명절과 같은 시기가 되면 심리적으로 크게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요. 그 영향이 통풍이나 탈모 같은 신체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사람들 앞에 서거나 관계를 넓혀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적인 활동은 가능하지만,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떨리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기억의 수호자'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그 기다림의 시간을 함께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속도로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일, 그것이 이 캠페인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아직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응원이나 후원을 부탁드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마음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 캠페인이 참사를 겪은 형제자매와 생존 청년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세월호참사를 겪은 아이들을 위한 지원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재난을 겪은 더 많은 청년들과, 그 곁에 있었던 이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길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재난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길고,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아요. 그 시간을 버텨내고,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마음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 마음을 조금만 나누어 주셨으면 해요. 그 따뜻한 연대가 누군가의 일상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기억이 힘이 될 수 있도록 기억의 수호자가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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