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참사는 단순히 그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부분과 연결되어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유가족이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고 있다. 해당 리더십 강좌는 재난참사 유가족에게 역량을 강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밑거름을 마련되었다.
첫 회에는 노동소득만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와 경제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바라보면 자산을 대해야 하는 지에 대한 시간이다.
8월 20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강당에 모인 20여 명의 참석자 앞에 한영섭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였다.
"대안금융활동가"
한영섭 강사는 15년 동안 경제와 관련하여 내부역량 교육을 진행한 전문가로써, 대기업에 재직하다가 강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
그는 회사에 재직하던 2003년 당시, 많은 동료들이 여유시간에 주식과 재태크 이야기를 하던 것이 의아했던 과거의 경험들이 쌓였고,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며 2008년부터 학자가 아닌 현장의 언어로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일대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며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부흥과 이를 인식하기 힘든 현실의 괴리를 설명하였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굉장히 발전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좋은 나라는 내수 중심을 돌아간다'는 명제에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는 이와 대치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한국 사회의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는 것에 비해, 그 자체가 고용유발효과가, 자동화되어 있느 산업의 특성상, 자동차산업보다 낮기에 고용이 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 씨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 속에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언급하였다.
"파산하는 사람들"
그는 문재인정부의 미진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경제·제정 관리에서 빚을 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그는 청년들로부터 "임금소득으로 미래를 그리는 게 가능한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본인은 코인투자 열풍 등에 부정적임에도 이를 말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는 역설적 현실에 대해서 의견을 밝혔다.
현재 개인회생이 넘쳐나고 자영업자의 11%가 연체를 하는 상황에서, 중앙·지방정부와 개인들이 각각 어떻게 해야할 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한국사회의 상위 19%가 전체 자산의 44.4%를 가지고 있다는 점, 상위 20%의 노동자가 풍족하게 살게 되는 점을 설명하면서, 80%의 삶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 지를 언급하였다. 혹자가 한국 사회를 '불안증폭사회'로 정의하고 있음을 알렸다. 한 강사는 한국사회가 돈 안의 사람의 삶을 보지 않고 비정상에 익숙해진 '비정상 사회'로 규정하였다.
그는 대리운전노동자 및 배달노동자와 같은 플랫폼노동자의 예시로 들며,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으로 예방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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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재태크"
많은 이들이 거액의 돈을 받는다면 징역살이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근본적으로 재태크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해야 함을 알렸다.
그는 재태크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면서, 여유자금이라 함은 '잃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돈'으로 해야 하며, 그런 게 없다면 단호히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는 돈의 게임이며, 큰 돈을 가진 이는 오히려 쉽게 잃지 않는 역설을 알렸다.
정보화 사회 속에서 '너한테만 알려주는 정보'는 오히려 위험하다면서, 경제면이 아닌 사회면을 통해서 사회적 필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조언을 말하였다.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투자금의 성격이었다. 한 소장은 자신이 20년 전 500만 원을 투자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전 재산이 1000만 원이었던 그에게 500만 원은 생활을 좌우할 만큼 큰돈이었다. 반면 막대한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같은 500만 원은 잃더라도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돈일 수 있다.
그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여윳돈'이 아니라 잃어도 삶에 지장이 없는 돈, 즉 '없어도 되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금의 규모가 아니라 그 돈을 잃었을 때 자신의 삶이 흔들리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런 돈이 없잖아요. 그런 거 어디 있어? 예, 안 하는 거예요."
강의장에서 청중들이 그런 잃어도 되는 돈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한 소장이 한 말이었다. 이는 이날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를 압축한다. 투자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위협하면서까지 투자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수익률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지 여부를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소장은 "우리나라 모든 금융 상품은 다 좋다"며 "다만 그게 내 현재 상황이랑 맞느냐를 보는 게 금융 상품을 잘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률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강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 소장은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문화가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에 불안과 공포가 내면화됐고, 이것이 '각자도생'과 돈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청년층에서 유행한 '파이어족'부터 주식과 코인 투자, '영끌'과 '빚투'까지 모두 이런 사회적 불안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한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모두가 건물주가 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대기업에 갈 수 없고,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 될 수 없다"며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루저'냐고 되물었다. 한 소장이 던진 질문은 결국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의 말미에는 다시 개인의 문제로 돌아왔다. 한 소장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자신의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평등과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강의에서 한 소장이 말한 '경제'는 주식 종목이나 투자 수익률만을 뜻하지 않았다. 경제성장 뒤에 가려진 자산 격차, 빚으로 만들어진 자산, 불안정한 노동, 그리고 돈을 벌지 않으면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강의가 끝날 무렵까지도 한 소장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였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가.
한 소장은 돈벌이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삶의 필요를 해결하는 다양한 경제 방식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방식은 자급경제, 협동경제, 시장경제, 공공경제, 공유경제등 다섯 가지다.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처럼 여러 사람이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협동경제부터, 세금을 통해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는 공공경제, 개인의 것도 정부의 것도 아닌 공동의 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공유경제까지, 개인의 호주머니만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방법들이다.
투자를 잘하는 방법을 찾기 전에, 왜 우리가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느끼게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이날 경제강의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였다.
유가족들은 자녀의 용돈 관리, 소외된 이들의 공동체 편입 문제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질의했다. 쉬는 시간 없이 시간을 채운 강의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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