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유병화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한 <재난안전전문가-고급과정> 수료생 중 4명이 ‘2023년 ESG 사회문제해결 자원봉사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에 참여해 최종 우승팀 중 하나로 당당히 선정되었습니다.
<재난안전전문가> 과정은 재난피해자들이 교육 현장(재난안전교육강사)과 재난 현장(재난현장활동가)에서 재난안전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2019년 초급과정을 시작으로 고급과정까지 진행되어 현재 10명의 수료자를 배출했습니다.
지난 4월, 재난현장활동가들은 재난현장에서의 활동을 자원봉사 영역에서도 진행하기 위해 경기도자원봉사센터와 쏘셜공작소가 공동 기획한 ‘자원봉사 아이디어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자원봉사 영역에 재난피해당사자로서 경험을 기반으로 또 다른 재난피해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본 팀의 활동을 알리면서 대회의 참가자들과 경쟁했습니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자원봉사자들과 <재난안전전문가>의 협력, 그리고 대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얻어낸 과정을 담았습니다. 본 대회에 직접 참여한 유병화 님께서 직접 글로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4·16재단에서 진행한 <재난안전전문가> 교육 중 신은경 강사(쏘셜공작소)의 제안으로 ‘2023년 ESG 사회문제해결 자원봉사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 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재난현장활동가로서 재난현장에 어떻게 진입하고, 현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본 대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해온 <재난안전전문가> 교육생들과 함께 뜻을 모았고, 또한 재난현장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과 어떤 의견을 나눌 수 있을지 기대하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본 대회에 앞서 3회에 걸친 사전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을 받을 당시, 팀이 활동하고자 하는 내용과 다소 다른 사례와 취지를 접하게 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팀이 갖춰온 정체성, 그리고 활동과는 상당히 상이하였습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무엇이든 배우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를 기다렸습니다.
대회는 1박 2일간 진행될 예정이었기에 채비를 마친 4명의 팀원들은 416가족협의회 주차장에 모여 출발하였습니다. 봄비가 하염없이 내렸는데, 우리가 대회장에 도착할 때 즈음 잦아들었습니다. 우리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올 줄 알았나 봅니다^^
행사장에 도착해 지정된 자리에 앉아 대회에 참여한 다른 팀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총 29팀이 참가했는데,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팀도 간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온 팀들이 소개되었고, 각 팀의 홍보 자료를 작성하기 위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팀명으로 참여하게 된 우리는 참여하게 된 동기, 내용, 팀의 역할 등을 작성한 대자보를 벽에 붙이고, 다른 팀들의 대자보를 둘러보았습니다.
노인, 장애인, 청년, 종교탄압을 입은 사람 등 여러 대상과 이슈들을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와 접목해 활동하고자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각 팀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드디어 팀 간 탐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본 대회는 아이디어를 경쟁하는 대회지만 관심사와 뜻이 맞는 개인 또는 팀이 서로 팀을 합치거나 팀 내 영입을 통해 새로 결성한 팀으로도 경쟁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팀의 성격상 ‘다른 팀과 같이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야’, 하는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변이 생겼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펭귄의 날개짓’이라는 팀에서 우리 팀에 관심을 갖고 다가와 주었습니다. 서로의 활동에 공감했고, 이내 팀을 합치자는 뜻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펭귄의 날개짓’은 두 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팀이었고, 경쟁주의 사회에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으로 인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하는 이들에 관심 갖는, 그러한 팀이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 또한 하고 있었고요.
이 팀을 결성한 청년들은 과거에 같은 일을 겪은 당사자였고, 바로 이 점이 우리 팀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피해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해 활동한다는 점이 일치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팀에서 준비한 내용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이내 현장에 있는 컨설팅 전문가에게 피드백 또한 받으면서 조금씩 내용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발표 자료를 만들고, 또 각자의 숙소에서 더 보충해야 하는 작업들이 이어졌습니다. 팀 구성원은 모두 밤 11시경이 되어서야 숙소로 들어와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본 대회는 ‘해커톤’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는데, 해커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말로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마라톤처럼 밤을 지새우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늦은 밤 숙소에서 희생자와 희생자 형제자매, 희생자 친구 등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우리의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1분 정도의 스토리텔링 보드를 작성하였고, 이후 몇 시간이지만 눈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모두 잠을 설쳤지만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아침 식사 후 팀원들이 모두 모였는데, 청년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한 거 같았습니다. 얼굴이 초췌해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팀의 이름은 <상처받은 자의 날개짓> 입니다. 펭귄의 날개짓과 상처받은 치유자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어떤가요?
1박 2일의 대회 일정 중 마지막 날은 최종 프리젠테이션 및 심사결과가 발표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커톤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시간이지요. 새로운 팀인 ‘상처받은 날개짓’의 최종 프리젠테이션은 박소현 팀장과 이광호 팀원이, 발표 시작 전 스토리텔링은 우리 엄마, 아빠가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각자 역할을 준비하며 발표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모두 18개 팀이 발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중 8번째 순서였지요. 모든 팀들은 첫날 진행한 발표보다 월등히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습니다. 대회 진행자는 발표내용을 들으며 감동을 받아 두 번이나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고 하고요…
최종 심사결과, 5팀이 선정되며 각 팀은 상금 100만원을 수여함과 동시에 5월부터 8월까지 활동 및 아이디어 구체화를 위한 컨설팅이 지원된다는 진행자의 말에 현장은 술렁였습니다.
모든 팀의 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심사 결과가 공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승팀으로 “상처받은 자의 날개짓”!!!!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소리 질렀습니다!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너무나 기쁘고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승하지 못한 분들과 경쟁에 찌든 사회를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이유 모를 미안함이 요동쳤습니다. 다시금 어딘가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혹은 보내고 있을 청년들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모든 행사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가볍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상처받은 자의 날개짓’ 팀은 차후에 진행될 컨설팅 과정에 뜻을 모아 함께 펼칠 활동 현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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