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5월 9일, 안산의 거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일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은 <AN전도시에 SAN다> 시민대행진이 있는 날이다. 이번 시민대행진은 세월호참사 12주기 안산위원회와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가 함께 주최했으며, 4•16재단과 해양수산부가 지원했다.
매년 지역 단체와 기관들이 협력해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자리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세월호참사 12주기를 맞아 기억을 넘어 생명과 안전이 도시 운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민대행진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명안전도시 안산'을 향한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안산의 안전을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야 할 사회적 의제로 확장해가는 자리로 마련됐다. 현장에는 약 2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번 시민대행진의 초반부는 A 코스와 B 코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A 코스는 단원고등학교 앞 원고잔공원 입구에서, B코스는 중앙동 월드코아 광장에서 각각 출발해 행진을 이어간다. 이후 두 팀은 안산시청 앞에서 만나 공동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시민대회가 열리는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으로 이동한다. 청년기자단은 A 코스 행진에 합류해 시민들과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보았다.
행진을 앞두고 A 코스 집결지인 원고잔 공원 입구에는 시민대행진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시민들이 직접 준비해 온 각양각색의 깃발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전한 도시와 생명·연대를 주제로 한 깃발 공모전 ‘내 맘대로 깃발 공모전'도 함께 진행됐다. 이에 시민들은 생명안전도시 안산을 위한 생명과 연대의 마음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담아낸 깃발을 직접 만들어 가져왔다.
시민들의 정성 어린 손길로 탄생한 깃발에는 ‘혼자 말고 같이 살고 싶은 팀, 옆집과 인사하는 사람들’, ‘꽃 한 송이 친구 한 명 모두 모두 소중해요’처럼 일상의 관계를 되새길 수 있는 문장부터, '모두의 이동권, 일상은 생존 훈련이 아니다'와 같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목소리까지 담겨있었다. 또한 '안전이 최고', '머시중혀? 사는 것! 그냥 막 사는 것 아니고 건강하게 안전하게'처럼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걷는 사람, 냄새 풀풀나는 모녀모임'처럼 모임의 취지를 유쾌하게 풀어낸 것도 인상 깊었다.
깃발 없이 참여한 시민들을 위한 손피켓도 마련됐다. 알록달록한 색의 피켓에는 ‘시민이 선택한 생명안전 5대 정책’이 담겨있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생명안전 가치와 방향 담은 ‘도시비전•행정계획’수립, 생명•안전 전담부서 확대와 민관 거버넌스 운영 실질화, 취약계층을 먼저 생각하는 ‘안전영향평가’제도화, 일상은 지키는 안전 예산 적극 확대, 민관 협력 기반 실행기관 ‘시민안전센터’ 설치 등이 포함됐다.
출발 전 현장 곳곳은 시민들의 복작한 활기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함께 온 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행진할 주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덕분에 현장에는 행진이 시작되기 전부터 따뜻한 연대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졌다.
3시 20분이 되자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A팀의 시민대행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행진은 삼바밴드 '라퍼커션(Rapercussion)'의 힘찬 브라질리언 타악 연주와 함께 막을 올렸다. 이날 라퍼커션은 경쾌한 리듬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며 시민대행진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선두에 선 라퍼커션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그 뒤를 따라 걸으며 긴 행진 대열이 이어졌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다채로운 깃발과 알록달록한 손피켓, ‘함께 만드는 변화, 모두가 안전한 도시 AN전도시에 SAN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은 이번 행진의 취지를 거리 위 시민들에게 더욱 자연스럽게 전했다.
그렇게 20분가량 행진이 이어질 즈음 A팀은 시청삼거리에 도착했다. 중앙동 월드코아 광장에서 출발한 B팀 역시 안산시청 정문 앞에 도착했다. 그렇게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팀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마침내 하나가 된 A팀과 B팀은 긴 행진 대열을 이루며 정문을 지나 안산시청 앞 광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다 함께 모인 시민들은 안산시청 본관 계단 앞에 서서 생명안전도시 안산을 위한 ‘시민이 선택한 생명안전 5대 정책'을 함께 구호로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5대 정책은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 주도로 진행된 시민 1,000여 명 참여 설문조사와 500여 명이 함께한 시민 대토론회 ‘304개의 노란 테이블’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시민들이 숙의와 토론, 투표 과정에 직접 참여해 정책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현장에서는 라퍼커션의 공연도 이어지며 시민들의 구호에 활기를 더했다.
퍼포먼스가 종료된 이후 시민대회가 열리는 안산문화광장 물의 광장을 향해 다시 함께 걸음을 옮겼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행진 대열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관심을 보였다. 발걸음을 멈춘 채 현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며 행진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다.
행진의 종착지인 안산문화광장 물의 광장에 도착하자 공연팀 ‘살판’의 대북 공연이 시민대회의 시작을 힘차게 알렸다. 시민들은 웅장한 북소리에 압도된 듯 공연에 시선을 집중했다.
다음으로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 김은호 공동추진위원장의 개회사가 이어졌다. 김은호 위원장은 "끝까지 함께 걸어주신 여러분의 모습 속에서 안산 시민들의 깊은 연대와 공동체의 힘을 다시 보았다"며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의미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거리를 지켜온 416가족과 시민들의 눈물 어린 인내가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시민의 생명을 지킬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제는 사람의 안전이 예산보다 먼저인 도시, 생명이 개발과 속도보다 우선시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전은 일부 시민만의 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먼저 위험에 내몰리는 사회에서는 결국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수많은 재난 속에서 배웠다"며 "이주민과 장애인, 여성과 노인, 청소년과 청년까지 그 누구도 위험 앞에 홀로 남겨두지 않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전달될 정책 제안서에 대해서는 "수많은 시민 이 직접 묻고 듣고 토론하며 만들어낸 약속"이라며 "경쟁과 구호를 넘어 누가 더 시민의 생명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정책과 공약, 실천으로 답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오늘의 대행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천천히 가더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기억을 희망으로 바꾸어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안산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며 개회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 윤명숙 공동실행위원장은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이하 시민추진위)가 추진해온 활동 경과와 이날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전달될 정책 제안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시민추진위는 2025년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통해 생명안전도시 전환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2025년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안산생명안전포럼에서는 학습과 토론을 바탕으로 시민을 생명안전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2025년 11월과 2026년 1월에는 100명의 시민이 참여한 비전 수립 워크숍을 통해 생명안전도시 안산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실행 과제를 구체화했다. 같은 시기 진행된 부문별 워크숍에서는 노동·여성·장애·이주민·청년·청소년·마을 등 7개 분야의 안전 의제를 확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둔 접근 방식을 논의했다.
이후 2026년 3월부터 4월까지는 시민추진위 출범과 시민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130개 지역 주체가 참여한 시민추진위가 공식 출범했으며 약 1,000명의 시민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어 4월 11일 열린 '304개의 노란 테이블' 공론장에서는 500여 명의 시민이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해 5대 핵심 의제를 도출했다. 이후 시민추진위 회의를 통해 시민 핵심 정책 과제를 확정했고 해당 과제를 각 정당 시장 후보자들에게 질의서 형태로 전달했다.
윤 위원장은 “시민대행진까지 함께해준 시민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며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길을 걸어온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시민대회의 주요 순서였던 정책 전달 시간에는 시민들의 오랜 논의와 염원을 담아 마련된 생명안전도시 안산을 위한 시민정책과제 제안서가 안산시장 후보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천영미 안산시장 후보, 국민의힘 이민근 안산시장 후보, 조국혁신당 조안호 안산시장 후보, 진보당 홍연아 안산시장 후보가 참석했다.
정책 전달은 안전취약계층을 대표하는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장애 분야의 이은수 씨, 여성 분야의 고명선 씨, 이주민 분야의 하리 씨, 노동 분야의 이재철 씨가 각 영역을 대표해 후보자들에게 정책을 전달했다. 이후 각 후보는 2분 내외의 발언을 통해 ‘생명안전도시 안산’ 실현을 위한 방안과 추진 의지를 밝혔다.
다음으로 참가자들이 가장 기다렸을 ‘내 맘대로 깃발 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됐다. 참가자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한껏 담아 하나의 작품처럼 깃발을 제작해 온 만큼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보였다. 심사 위원들의 고심 끝에 기억상은 여성단체 '울림'과 조정미 님이, 안전상은 청소년 단체 '들꽃청소년세상'이 수상했으며, 생명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 참가자에게 돌아갔다.
이날 안전상을 수상한 청소년 단체 '들꽃청소년세상'은 깃발에 "왜 저항 안 했냐 묻지 말고, 왜 범죄했냐 물어봐라"라는 문구를 담았다. 이들은 “안산에서 발생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 수사로 인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해 왔다”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시민들의 깃발 하나하나에 담긴 생명안전도시 안산을 향한 마음은 안산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변화, 모두가 안전한 도시 AN전도시에 SAN다’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시민대행진의 막을 내렸다.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는 현장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제공돼 오랜 시간 걷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주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행사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꼬박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무도 외롭지 않게 기억하겠다는 그 다짐이 이제는 안산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오직 시민의 목소리와 참여로 우리 삶의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어가는 움직임은 앞으로 안산을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확장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시민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오늘 안산 도심에 울려 퍼진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기를 기대해 본다.
안전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 4·16재단 후원으로 시작하세요.
국민 226401-04-346585
(예금주: 재단법인 416재단)
#25404160
(한 건당 3,000원)
060-70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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