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다녀오겠습니다’가 ‘잘 다녀왔습니다’로 돌아오는 사회 | 의정부 공동체 상영 <주희에게>

우리 사회에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확인받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주희에게」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여정이다.

 

이 영화는 2026년 4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신작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와중 생긴 백혈병을 회복한 장주희 감독이 장애인생활자립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정폭력과 투병 생활을 경험한 장주희 씨가 다큐 감독 부성필, 외상장애인 선철규,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전인숙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장애인 이동권·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제주4·3항쟁 등의 한국 사회의 현실을 마주한다.

4·16재단 기억과약속 공모사업으로 진행된 의정부 공동체 상영회는 6월 8일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약 100여 명의 시민들이 방문하여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100여 분 간 진행되었던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관람객은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심연을 돌아보며 서로를 위로하는 침묵이 짧게 흘렀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관객과 호흡하는 GV가 진행되었다. 해당 자리에는 영화에서 직접 출연한 '경빈엄마' 전인숙 씨(고 임경빈 씨의 어머니)와 공동감독인 장주희 씨가 자리를 함께하였다.

시민들은 출연진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현장을 채우고 있었다.

 

한 관객은 영화에서 주요한 이야기로 나오는 철규 씨의 번지점프 여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주희 씨는 한국사회에서는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등이 찾을 수 없었다는 걸 설명하면서, 철규 씨는 자신만 큰 규모의 후원을 받아 하는 건 의미가 없으며 장애인이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해당 여정은 마무리했음을 알렸다.

이어 다음 버킷리스트인 차량이 아닌 '휠체어로 전국 일주'를 할 거라는 포부를 듣고 있다는 점을 알렸고, 이에 관객들의 그의 다음 여정을 응원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하여 영화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의정부시의회 의원 당선자인 이규헌 씨는 세월호의 쌍둥이 배라고 불리는 오하마다호를 타고 제주를 갔었던 기억을 회상하였다. 그는 세상이 거대 담론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본인과 주변의 친구들은 그저 촛불을 들고 나갔음을 알렸다. 이어 때때로 이런 활동에서 전망이 흐려지기도 선명해지기도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 관객은 지금까지 견뎌줘서 고맙고, 지금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다른 관객은 '여러 경험을 겪다보면 세상에 대한 울분이 생긴다'면서, 이를 어떻게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에 주희 씨는 한 사례를 언급하였다. 해당 영화는 관객추진단을 통해 각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데, 인천 초등학생들이 이를 추진한 바가 있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세월호참사 후 도입된 생존수영을 가르치고 있는데, 당사자이기도 한 초등학생들은 그저 '노는 시간'에 불과했던 해당 수업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물론 해당 영화를 지루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무언가를 더 알고 싶어했다면서, 간단하게 듣기만 했던 '생존수영이 생기게 된 이유'를 흥미로워했음을 밝혔다.

인숙 씨는 관객 중 한 명이 중간에 졸았었다는 표현을 다시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조는 것은 그만큼 수많은 활동과 연대로 바쁜 와중에 영화를 보러왔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렇게 바쁨에도 세월호 참사와 함께하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먼저 밝혔다. 이어 진실을 담은 기록을 가족들만 보는 건 의미없다는 판단 아래, 전문가 등과 함께 이를 살펴보고 있음을 첨언하였다.

현재 세월호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고, 이것이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데에 다들 공감하고 있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음을 밝혔다.

 

의정부에서 거주하는 두 명의 세월호 유가족 중 한 분이 참석하여, 힘을 얻고 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하였다.

 

각자가 생각하는 현장에서 배우는 '안전'이라는 키워드는 무엇인지 묻기도 하였다. 참석자들은 어려운 질문이 나왔다 살짝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숙 씨는 안전 교육이라는 게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서, 어딜 가나 조금이라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무탈하는 사는 것이 안전사회라고 정의하였다.

 

"해양경찰 번호는 122,

구명조끼를 들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주희 씨는 운전면허가 있으나 운전을 못한다고 밝히면서, 아프고 보니 지하철 사이는 넓고, 밤길은 무서웠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발 딛기 편한 곳을 안전으로 정의하였다.

 

철규 씨와 함께한 여행이 어땠는지 인숙 씨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는 철규 씨와 함께한 모든 나날이 에피소드였음을 밝혔다. 처음에는 그를 대하는 게 조심스럽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족 아버지가 그에게 놀면서 '찐따'라고 부르자 말렸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다리에 심이 밝혀있는 본인도 '찐따'라고 밝히면서 그게 무엇이 문제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서로가 형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다며, 편안한 관계가 되었음을 밝혔다.

이날 GV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전인숙 씨는 단원고 2학년 4반 학생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로, 현재까지도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 씨는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록을 찾고 있고 계속 읽고 있다”며 “가족들만 기록을 보는 것으로는 놓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함께 기록을 읽고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실 해설사 활동을 하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세월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직접 와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모습을 볼 때 힘을 얻는다”며 “고등학생들이 교실에 와서 울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학생들에게 안전 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전달해야 할 게 많다 보니 안전 교육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배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산에 가든 상황별 안전 교육은 꼭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한 사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전한 사회는 거창한 게 아니에요.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을 때 ‘잘 다녀왔습니다’ 하고 돌아오는 사회예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특별한 사고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저는 그게 안전이라고 생각해요."

 

장 감독 역시 질문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였다. 그는 “몸이 아프고 휠체어 이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위험을 발견하게 됐다”며 “인도를 걷는 것조차 쉽지 않고, 지하철의 틈도 누군가에게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모두가 발 딛기 편한 곳이라면 그곳이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함께 떠났던 여행에 대해 질문했다.

전인숙 씨는 처음에는 여행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규 씨와 주변 사람들의 설득 끝에 함께 길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생각 안에서 살아가기도 한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GV는 관객들과 감독, 출연진의 기념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철규 씨에게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전인숙 씨에게 안전이란 아무 일 없이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주희에게>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이루어야 할 바람일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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