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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찾아온 노란 물결 | 5.18청소년문화제 & 생명안전플랫폼

1980년 5월 광주에 청소년이 있었다.

 

1980년 5월 18일 전남대 정문 앞에, 5월 21일 금남로에,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에 청소년이 있었다. 계엄군의 총알은 이들도 비껴가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민주항쟁 공식 사망자 166명 중 10대는 58명으로 전체의 34.9%에 해당한다.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광주에선 2004년부터 매해 5월 5.18 청소년 문화제를 개최한다. 청소년이 주역으로 나서는 지역사회의 큰 축제이기도 하다.

 

올해 5월 23일 금남로 일대에서 부스, 전시, 공연 등 여러 활동이 진행됐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주최하에 청소년 기관들과 학내 동아리들이 의기투합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광주의 청소년들을 만나고자 아침 일찍부터 부스를 차렸다. 행사장 한쪽에 '오월, 노란 리본과 보라 리본을 만나다'라는 테마 아래 천막 11개가 세워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나비 풍경, 기억 복조리, 안전 키링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부스 한 칸을 차지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기억 물품을 나눴다. 보라 리본, 팔찌에 더해 직접 만든 나비 브로치도 준비했다. 보라 리본 부스의 비어있던 마지막 테이블을 채운 건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었다. 파란 조끼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유가족들은 파란 리본과 뱃지를 나누며 시민들에게 분향소에 들르길 권유했다. 5월 10일 광주 YMCA 1층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시민 분향소가 개소했다. 유가족들이 매일 오전 9시 3분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들을 맞이한다.

광주 시민들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부스를 열었다. 광주 청소년 촛불모임과 광주광역시 봉선청소년문화의집은 노란 리본과 보라 리본을 넣은 PVC 키링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부스 운영을 맡은 14살 전하주 씨는 "유치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세월호 참사를) 처음 알게 됐다"며 "이전에 다른 행사에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활동에 참여했던 기억이 나 이번 부스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길 한쪽에서는 '노란 리본이 노란 리본을 만나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에 시민들이 기억 메시지를 남기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본 행사는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준비했다. 대학생 박수린 씨도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간 세월호 십자가 도보 순례가 시작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나무 십자가를 멘 유가족들과 묵묵히 길을 걸었다. 광주가 아닌 타 지역 대학에 진학해 이전만큼 자주 모임에 나가지는 못 하지만, 수린 씨는 "팽목항 순례에 참여하는 것처럼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5‧18 가짜 뉴스 팩트 체크 게임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다. 4‧16 재단 부스 옆에서 청소년 노동 인권 상담을 진행하던 광주광역시교육청 박수희 상담사를 만났다. 박 상담사는 주로 학교로 찾아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고충을 듣는다. 박 상담사는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부당 노동 행위에 노출된다"며, "근로계약서도 50% 이상이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상담사는 이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노동청 근로감독관에게 시정 요구를 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도로 일대를 뛰어다니며 바삐 체험을 즐겼다. 15살 김하율 씨는 반려견 '구름'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이름처럼 흰 털을 가진 구름의 머리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나눈 기억 물품 중 하나인 보라 나비가 달려있었다. 하율 씨가 직접 달아준 것이다. 하율 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3살이었기에,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게 된 건 한참 후다. 하율 씨는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배웠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하율 씨의 손목엔 부스를 돌며 받은 노란 팔찌와 보라 팔찌가 달랑거렸다.

 

'5‧18 정신'은 신군부의 정권 장악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고자 한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뜻한다. 불의한 국가폭력 앞에 연대로 저항하고자 한 시도는 단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들이 이어오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5‧18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 노란 리본의 뜻을 기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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