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조수연님의 글을 기재하였음을 알립니다.
작년 여름, 4.16공방에서는 양모펠트 만들기 수업이 한창 진행됐습니다. 4.16공방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해 온 가족들이 지치고 힘들 때,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아이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위로를 나누던 공간입니다.
2018년부터 4.16공방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세월호 가족과 함께 손으로 만들고 이야기를 나눕니다”라는 취지 아래, 공예를 통해 유가족들의 치유를 도모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확장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한으로, 지난 4월 19일 부산 효로인디아트홀에서 4.16공방의 작품 전시 및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공방에 모여 정성껏 자수를 놓고 작품을 완성해 온 어머니들의 손길이 담긴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전시와 간담회가 열린 효로인디아트홀은 2023년 4월에 개관한 대안문화 공간입니다. 해당 공간을 운영하는 ‘기억의 방’은 인디 예술집단의 활동과 대안교육 공간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억’을 함께 나누고 평화를 실천하는 문화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방’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국가폭력과 사회적 재난, 기후위기와 소수자 차별에 이르기까지 지워져서는 안 될 아픈 기억들을 함께 기억하고자 설립됐으며, 기억 갤러리·기억 소통 공간·기억 플랫폼·기억 녹음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진실을 향한 광장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4월 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예술과 기억, 행동이 만나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 기간 중인 19일에는 세월호 유가족 작가들과 함께하는 가죽 필통 만들기 공예체험과 기억 이야기 나누기 간담회도 진행됐습니다.
전시 해설은 단원고 2학년 6반 이태민 학생의 어머니인 문연옥 씨가 맡았습니다. 문 씨는 자신의 작품 ‘늘 너희들과 함께’를 소개하며, 아이들의 생일에서 착안해 만든 12개의 별자리와 탄생화를 설명했습니다. 해당 작품은 노란 리본에 수놓은 별자리와 리본 옆에 피어난 탄생화로 아이들을 기억하고자 한 작품입니다.

이어 소개된 ‘진실을 향한 광장의 빛’은 11명의 어머니가 참여한 공동작품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던 당시의 기억을 작품으로 재현했습니다.

또 다른 작품인 ‘꽃으로 다시 피어나길’은 진도 팽목항 인근 세월호 부표가 있던 장소를 배경으로, 슬픔을 넘어서 다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꽃으로 형상화해 표현했습니다. 부표를 작품에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리본의 이미지를 꽃으로 대체해 희망과 회복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의 어머니(최지영)는 아들의 꿈을 담은 ‘모델 순범’을 선보였습니다. 패션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아들의 모습을 모델로 표현한 해당 작품은, 기억 속 아들이 계속 꿈을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시된 태권도 사범의 모습을 담은 작품 역시, 아이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추모의 작업입니다.


또한, ‘이름에게: 안녕, 잘 있지?’라는 제목의 작품도 소개됐습니다. 해당 작품은 유가족들이 2014년부터 활동하며 실제로 입었던 반별 티셔츠를 1반부터 10반까지 모은 것으로, 티셔츠에는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과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한 가족들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작품 제목은 아이들에게 안부를 전하듯 마음을 담아 붙인 것입니다.

전시 관람 후에는 유가족과 함께 가죽 필통을 제작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머니들과 함께 바느질을 하며, 기억을 공유하고 위로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지나고 있지만, 4.16공방의 손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기억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머니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작품은 단지 공예품이 아니라, 기억의 증언이며 치유의 기록입니다.

이번 부산 전시는 그간 조용히 이어져 온 유가족들의 예술적 실천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으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억은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