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청년 기자단 5기 정소영님, 김정현님, 이준하님의 글을 동시 기재하였음을 알립니다.
안산시의 낮 기온이 22도를 기록한 이날, 따뜻한 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가운데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이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 포근한 날씨 속에서도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가슴과 가방에 붙은 노란 나비 스티커, 그리고 곳곳에 달린 노란 리본은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려는 마음을 상징하고 있었다.

올해 기억식은 ‘진실·책임이 이끄는 변화, 기억·약속이 만드는 내일’을 주제로 열렸다. 본식에 앞서 4.16안전문화 창작곡 수상작 공연과 추모 영상이 상영되었으며, 잔잔한 음악과 영상 속 장면들은 참석자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무대 앞으로 이끌었다.

사회자의 개식 선언과 함께 전원 묵념이 이어졌고, 국회의장, 해양수산부 장관, 경기도지사, 안산시장, 4·16재단 이사장,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도사를 전하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후 상영된 영상 <10년의 세월, 그리고 다시 첫 시작>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고, 이어 무대에 오른 뮤지컬 <나, 여기 있어요>는 배우 박원상 씨를 비롯한 출연진의 진심 어린 연기를 통해 세월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공연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참사 이후의 삶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어지는 기억편지 낭독은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고, 4.16합창단의 추모 합창이 그 감정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에 맞춰 시민들이 함께 묵상하며 기억식은 마무리되었다.
추도사
기억식에서 첫 번째로 우원식 국회의장의 추도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참사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고 책임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걸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국회도서관에서 ‘세월호 특별 도서전’이 진행되고 온라인 배너로도 연결되어있음을 알리면서, 추모에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에서 이를 기억한 학생과 시민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희생자를 기억한다는 초등학생 등을 언급하면서,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5월 유가족이 세월호 유가족으로, 또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으로 연결되는 연대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별법을 제정하고 4·16 생명안전공원(이하 ‘생명안전공원’)을 만들고 있지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권고한 12개 항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음을 상기시키며, 국회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다음 추도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강 장관은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는 걸 언급하였습니다. 가족들의 기다림이 울음이 된 현실을 말하면서, 안전한 바다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생명안전공원은 2026년 12월까지 완공 예정이며, 국립세월호생명기억관이 2026년에 착공하여 2029년에 완공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또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좌측) 노란 모자를 쓴 참석자들이 앉은 채 행사를 보고 있다. (우측) 참석자들이 노란 모자를 쓴 채 노란 나비 형상의 들 것을 들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그 다음 추도사를 이어갔습니다. 김 지사는 희생자 한 분 한 분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어떤 걸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아픔과 그리움이 있는 걸 인지한다 하였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먼저 떠난 이를 만나는 게 소원이라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어본 사람만 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도서 「책임을 묻다」(김광배 외 7인 저, 2024)을 언급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진상 규명을 막았으며 이태원 참사 또한 같은 상황을 목도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그는 ‘진실을 감추는 자들이 침몰할 뿐이다.’라는 책의 문구를 인용하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단순히 대통령이 바뀌는 나라를 넘어서 참사의 아픔에 대해서 기억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온전히 책임지도록 안산마음건강센터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였다며, 생명안전공원이 제 때 완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에서 언급한 질문,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를 서로에게 물어봐야 함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회복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비어있는 가운뎃 자리인 행정부 수장이 내년에는 채워져서 국민과 함께하기를 바란다며 발언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무대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가 표시된 의자가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다음 추도사를 이어갔습니다. 이 시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지역사회가 짙은 슬픔 속에서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음을 언급하면서, 슬픔을 곁을 지키는 일이 기억을 지키는 일이라고 소견을 밝혔습니다. 또한 안산마음건강센터를 개소하여 피해자 등 예기치 못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민관경이 협력하여 안산형 시민안전 모델이 전국적 사례가 되고 있음을 밝히며, 과거를 넘어 회복과 재건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으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였습니다.

이민근 안산시장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장의 발언이 끝나고, 민간 단체의 발언이 시작되었습니다.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은 추도사를 이어갔습니다. 박 이사장은 10년을 지나 또다시 새로운 1년을 기억하고자 한다는 말로 운을 띄었습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세월호가 인양되며 생명안전공원 건립이 착공되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피해자의 회복을 이야기하며 국가의 주인으로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거리에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활동 중 많은 것들이 부침에 있었음을 언급했습니다.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미진하였고,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미명 하에 정보들이 감춰졌으며, 법원 또한 고위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관련 기관과 책임자를 강도 높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는 또다시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것이 우려된다며, 정보가 대통령 기록물로 사라지지 않게 국회에서 입법해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진상 규명을 포함한 사참위 권고가 이행되도록 만들어야 하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도 함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들은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여전히 실천하고 있으며,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또다른 민주주의로 발전했음을 의미 깊게 보았음을 말하였습니다.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다음 추도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희생자 2학년 1반 김수진 씨 부모님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해외동포와 전국에 있는 시민, 추도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걸로 말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매우 시린 봄이라고 심경을 표현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아직 요원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11주기가 되어도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 슬프다며, 정보를 투명하게 얻고 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같은 조사를 반복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잊어버린다면 국민이 또 다른 희생을 당할 것임을 경고하며,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광주 학동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화성 아리셀 참사, 제주항공 참사 등 여러 참사를 언급하며, 반복되는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이 바뀌어야 함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생명안전공원을 통해 청소년의 문화생활과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참사는 그러하면 안 된다고 한국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였습니다.

김종기 4·16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좌측) 부스 앞 인파 속에서 거대한 노란 리본과 세월호참사 원주·횡성대책위원회 깃발이 있다. (우측) 깃발 2개가 뒷자리에 있고 무대 앞에는 다시 봄이 온다라는 글씨가 보인 채 김종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지난 10년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다짐을 담은 기억영상 <10년의 세월, 그리고 다시 첫 시작>이 상영됐다. 영상은 “온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진짜 봄”이라며, “다시 만날 세상에선 진실을 다시 조사하고, 국가기록공개로 숨겨진 비밀들이 드러나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참위 권고사항도 이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상의 말미, “10년, 그리고 다시 1년. 이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는 여전히 진실을 향한 여정이 현재진행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진상 규명의 길을 시민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아 나아가야 함을 조용히 되새기게 해주었다.
기억공연으로는 작은 뮤지컬 <나, 여기 있어요>가 무대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따뜻한 4월을 느껴보지 못한 채, 늘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는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게 만들어준 딸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한다. 그리고 단 한 번이라고 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품는다. 그런 아버지의 곁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딸이 있다. 딸은 “울지 말아요. 자꾸 울면 내가 돌아갈 수 없잖아.”라며 아버지를 다정히 위로한다. 그리곤 서로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건네며 서로에게 닿고 싶은 마음을 애틋하게 전한다. 이후 다섯 명의 배우가 등장해 유가족의 깊은 슬픔에 공감하고, 떠난 이들에게는 ‘잊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 끝으로 노래 ‘언제까지고 너희들을 멀리 보낼 수 없다’가 울려 퍼지며 뮤지컬을 마무리 된다.


기억편지 순서에서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인 단원고 2학년 1반 장애진 씨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피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장 씨는 “매년 반복되며 돌아오는 계절 속에서 그대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라며, 11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일깨워 주었다. 끝으로 그는 “안전이 기본이 되는 사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라고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장애진 씨의 낭독이 마무리될 무렵, 4시 16분을 알리는 추모의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기억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고개를 숙여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깊이 기리는 묵념에 잠겼다.

마지막 순서로는 416합창단의 기억합창이 무대가 이어졌다. 이날 416합창단은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잊지 않을게’를 노래했다. 특히 ‘잊지 않을게’를 부를 때는 노래의 가사와 ‘반드시 진상 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증인입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등 사회를 향한 메시지가 담긴 슬로건을 손에 펼치며 진실을 향한 의지를 보여줬다. 합창단은 슬로건을 든 채 세월호 모양의 대열을 이루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416합창단은 세월호참사 피해 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곳마다 달려가 ‘생명존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노래하고 있다.


폐식과 함께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 기억, 약속, 책임이 막을 내렸다. 세월이 흘렀지만, 11년 전 그날은 여전히 ‘현재’이다. 하늘의 별이 되어 어둠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환하게 밝혀준 그대들을, 우리는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한다. 기억의 힘은 강하고, 한 사람이 가져다줄 수 있는 희망의 힘은 참으로 크다. 세월호 참사가 결코 잊히지 않도록,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가 그날의 아픔과 의미를 기억하고 마음에 깊이 새겨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 연대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날의 별들에게 전한다.
진실이 인양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