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원 기자
지난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가을바람이 차게 불어 기온도 뚝 떨어졌다. 그런데 오전 9시, 비가 그치는가 하더니 10시가 되자 먹구름은 사라지고 반가운 햇볕이 내리쬈다. 평일에 못 잔 잠을 몰아 잘 수도, 소파에서 주말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는 시간에 지구를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의 마음이 하늘에 전해진 걸까.
10월 21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토요일이었음에도 아침부터 북적였다. <꿈마을다운 플로깅>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이들이 한데 모인 것. <꿈마을다운 플로깅>은 지역주민, 장애인, 노인, 아동 등 다양한 시민들이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실천하는 행사다. 행사에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화랑도서관, 다운복지관, 서울정민학교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했다.
오전 10시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12시 경춘숲공원까지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풀숲에 숨겨진 쓰레기도, 잘 집히지 않는 작은 쓰레기도 지나치지 않았다. 집게와 봉투를 든 이들의 연령대와 생김새, 사는 곳은 모두 달랐지만, 이웃과 환경을 위한 마음은 한곳을 향했다.
행사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길가의 쓰레기뿐 아니라 주변의 이웃과 동물의 마음까지 헤아리게 했다. 경유지에서는 함께 플로깅하고 있는 사람 10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미션이 주어졌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던 이들이 맞부딪친 손에서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검은 종이를 붙인 선글라스를 낀 채 정해진 구간을 이동하는 시각장애인 체험과 도구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을 느껴보는 체험도 이어졌다.
걷다가 쓰레기가 보이면 멈춰 서기를 반복하며 목적지인 경춘숲공원에 다다랐다. 경춘숲공원에 모인 참가자들은 가벼운 체조와 함께 이웃과 다정히 인사 나누는 시간으로 행사 종료의 아쉬움을 달랬다. 행사는 흥겨운 노랫소리와 즐거운 웃음소리로 종료됐다.
행사에 참여한 서울태릉초등학교 학생들은 “쓰레기를 주워서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평소 함께 할 기회가 적은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하면 우리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행사에 참여했던 이들과 그것을 지켜본 이들이 ‘우리’에 가까워지는 시간이었기를. 그들이 ‘나’나 ‘너’가 아닌 ‘우리’일 때 더 자주 웃을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를.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 <꿈마을다운 플로깅>
김상범 기자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지나칠까? 얼굴도 모른 채 지나치는 인연들은 어느새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서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기에, 어쩌면 마을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번 <꿈마을다운 플로깅>은 아이, 어른, 노인, 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이웃과 함께 교류하는 플로깅(plogging,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행사였다. 참고로 행사는 공릉꿈마을협동조합의 주최로 진행되었다.
<꿈마을다운 플로깅> 참가자들은 10월 21일 오전 10시 부단히 모였고, 곧이어 공릉2동주민센터장의 짧은 인사말과 함께 순서가 진행되었다. 센터장은 “플로깅의 목표는 바로 낯설지 않은 동네 만들기”라며, “경춘선숲길을 따라 쓰레기를 주우며 지나가는 이웃들과 인사를 한다면 더욱 안전한 우리 동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 가지 미션을 내렸는데, ‘모든 사람들과 하이파이브하기’, ‘손수건 흔들고 다니기’, ‘쓰레기 줍기’가 그것이었다.
이번 <꿈마을다운 플로깅>은 다운복지관, 서울정민학교, 공릉어르신복지센터, 북부장애인복지관, 그린나래의 청소년들과 김대천 시인, 꿈마을 여행단, 마디상회, 화랑도서관 등 다양한 단체에서 참여하여 더욱 큰 물결을 일게 하기도 했다. 플로깅을 통해 사람들은 마을이 깨끗해져 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종종 교류가 부족하여 낯섦이 있었던 동네를 하나로 묶는 활동을 통해 행복을 발견하였다고도 말했다.
플로깅이 마무리될 즈음, ‘공릉동꿈마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이 새로 진행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하늘을 나는 새의 입장에서 숲을 바라보기, 안대를 착용한 뒤 줄에 의존하여 1m 전진해보기 등 제3자, 혹은 타 생물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체험들이었다.
플로깅 행사 막바지,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인근 광장에 도착했다.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꿈마을다운 플로깅> 행사를 마무리하며 오늘의 활동을 회고하기도 했는데, 하이파이브와 티셔츠의 의미, 그리고 댄스 강의 등 마을과 하나 되는 시간을 또 한 번 가질 수 있었다.
참여자들이 행사장에서 모두 하나씩 받아든 기념품 형태의 티셔츠에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에 관한 것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것은 이웃과의 소통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안전한 마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웃으며 정서적 교감을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공동체가 필요한 힘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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