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금요일 청년문화공간 JU다리소극장은 청년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2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린 이번 행사는 과 인공지능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에 대한 청년 세대의 지대한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안전한 사회를 향한 연대와 급변하는 기술 시대의 파도 속에서 청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4·16재단 임주현 상임이사와 박태웅 4·16재단 후원회 공동대표이자 녹서포럼 의장이 연단에 올랐다.
행사의 포문을 연 4.16재단 임주현 상임이사는 먼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선뜻 재능 기부에 나서준 박태웅 의장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입을 열었다. 이번 특강은 4.16재단 후원회원부터 그들의 지인,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다 함께 사회적 재난에 대비하고 안전망을 확보하는 지혜를 모으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임 상임이사는 박 의장을 최근 출간된 2026년도 AI 강의의 저자이자 자타공인 인공지능 전도사로 소개했다.
해당 저서는 3년 연속 관련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및 경제 경영 부문 12위에 오를 만큼 대중의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4.16재단 후원회 공동대표이자 녹서포럼 의장 및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그가 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도 조명되었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다는 소탈한 답변 뒤에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빚을 다 함께 덜고자 하는 진정성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임 상임이사는 현장에 참석한 청년기자단과 시민들에게 강연장을 나설 때 4.16재단을 꼭 기억해 주기를 당부했다.
귀한 강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재단과 어떤 발걸음을 함께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 달라는 마음을 전달했다.
박성현 사무처장의 소개에 이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박태웅 의장은 세월호참사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박 의장은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며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었을 때 이들을 기억해 주며 잊지 않는 것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를 충분히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태원참사를 비롯한 참사가 계속해서 반복되었음을 언급했다. 따라서 “어른들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가 잊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발전되고 있는 미디어 AI>
박태웅 의장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타나고 세상을 지배하는 데 불과 6~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이 사용자 8억 명을 확보하는 데 13년이 걸린 반면, 챗GPT는 약 2년 반 만에 같은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AI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짚었다.
그뿐만 아니라 AI 기술 발전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챗GPT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건 되지만 저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두세 달만 지나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기능들이 가능해지곤 했다”는 설명에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박 의장은’AI가 실제로 얼마나 실용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측정한 지표를 소개하며, AI가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 GDP에 큰 기여한 9개 산업군에서 경제적 중요도가 높은 지식 기반 직업 44개를 선정한 뒤, 각 분야에서 14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들이 실제 현장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바탕으로 과제를 구성해 인간 전문가와 AI를 비교한 사례를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해 3~4분기 기준 AI의 점수는 47.6점으로 인간 전문가와 동등 수준으로 평가되는 50점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과 5~6개월이 지난 최근에는 해당 수치가 83점까지 상승했다며 AI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인간은 왜 AI를 인간처럼 바라보는가>
AI 발전에 대한 대표적인 우려로 “AI가 인간을 넘어 인간을 위협하는 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자주 제기되곤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의 시나리오처럼 AI가 인간을 공격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태웅 의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인간이 AI를 계속해서 의인화하는 데서 비롯된 의인의 오류”라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AI를 (인간의 연장선 상이 아닌) 인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지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나쁜 짓(폭력성과 공격성 등)들은 사실 ‘생존 본능’과 ‘종족 보존 본능’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AI에게는 이러한 본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소비해야 하는 반면 AI는 생존이나 종족 보존을 위해 행동할 이유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능이 존재하며 AI 역시 그중 하나의 ‘디지털 지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의 의식과 자의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서서히 드리우는 AI의 그림자>
박태웅 의장은 AI 확산이 청년 일자리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약 29만 5천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청년층 일자리가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사고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 안경 기술을 예로 들며, 이 경우 사용자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AI가 동시에 인식하기 때문에 인간이 직접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장기 아동이 이러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박 의장은 “교육의 기본은 ‘이겨낼 수 있는 어려움'”이라고 말하며, “조금 어렵지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도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사고 능력이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주요 대학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AI 커닝’ 사례도 언급하며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박 의장은 대학의 본래 역할은 학생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속에서 배우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은 이러한 기능들이 약화된 채 시험과 학점, 자격증 중심의 구조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등장으로 시험 체계마저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동안 가려져 있던 교육 시스템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의장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슈퍼 엘리트들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두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OpenAI, Google, Tesla, Anthropic 등 극소수 기업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부와 권력, 지능이 동시에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문제의 핵심으로 AI 산업을 주도하는 이들의 사상적 배경을 지목하며 휴머니즘·엑스트로피아니즘·싱귤래리타리아니즘·코스미즘·합리주의·효과적 이타주의·장기주의 등의 사주를 아우르는 용어인 ‘TESCREAL(테스크리얼)’과 이를 구성하는 각 사상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피터 틸(Peter Thiel)의 ‘기술 애국주의’를 사례로 들었다. 박 의장은 “미국만이 세계의 선을 수호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기술과 무력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결국 AI 자율 살상 무기 개발까지 정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힘>
강연 말미에 박태웅 의장은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어떤 힘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박 의장은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질문할 수 있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결국 풍부한 교양이 있어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교양의 복권’을 언급했다. 이어 타인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지 못하는 사람은 AI 역시 잘 활용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집단지성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함께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현장에 참석한 시민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AI에 대해 품어왔던 고민과 질문들을 공유하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시민들이 손을 들며 적극적으로 질문에 참여했고 박 의장 역시 진솔한 조언을 전했다. 질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박 의장의 저서 『박태웅의 AI 강의 2026』이 선물로 제공되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진 시민 두 명을 만나 이날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재단이 특강을 마련한다면 어떤 주제로 다뤄주길 바라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전직 앵커이자 세월호를 1년간 기록해 책으로 엮어낸 한 시민은 4•16재단에 대해 남다른 애착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강연이 매우 유익했으며 특히 재단에서 이러한 주제의 강연을 마련했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은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지만 시간이 지나며 쉽게 잊히기도 한다”며 “결국 사회 전체의 삶과 교양의 수준이 높아져야 이러한 가치 역시 함께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는 앞으로 50년, 60년이 지나도 계속 이야기되어야 할 사건이지만 그것만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며 "(동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며 꾸준히 고민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기에 이러한 점에서 오늘 강연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사회적 현상 중 하나로 세대 간 인식 차이와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2030은 정말 다른가’와 같이 세대 간 인식 차이와 MZ 세대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주제의 강연도 재단에서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시민은, 시민사회가 AI 시대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AI 시대를 어떤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며 AI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이어 "환경 단체나 4·16재단처럼 재난·참사와 연대하는 단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이 함께 고민을 공유하며 AI 시대를 논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 역시 재단에서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AI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며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기술이라는 것은 개인의 삶 깊숙이 스며드는 만큼 시민들 역시 저마다의 고민과 우려를 안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강연은 이러한 개개인의 우려와 고민을 비춰보고 나누는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떠한 통찰을 가져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4·16재단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고민과 시대적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다양한 강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에 더욱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