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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 | 재난약자 안전보장사업

때이른 더위를 식히는 비가 내린 5월 21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올 여름 역대급 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쪽방촌,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기후위기는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오늘 이곳에 모인 토론자들은 기후위기는 곧 기후 불평등 문제라며 주거 취약계층이 안전한 주거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재난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첫 발제를 맡은 김기성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재난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며 폭염과 열대야, 시간당 100mm에 육박하는 극한호우의 피해는 특히 반지하, 고시원, 비닐하우스 같은 비적정 주거로 위험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또한 주거 취약성은 집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고령자·장애인·이주노동자 등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결합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반지하와 주택 외 거처 등 비적정 주거 가구가 여전히 대규모로 존재하며, 농촌 지역에서는 노후주택과 이주노동자 컨테이너 거처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재개발과 정비사업 중심 정책만으로는 침수 위험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도시 내에서는 거처를 이동할 의향이 있는 거주민이 많지만, 농어촌의 경우 터전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거주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임차가구에는 공공임대와 재정착 지원을, 농촌 자가가구에는 집수리와 에너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지역과 계층 특성에 맞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30도일 때 쪽방촌은 65.9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열화상카메라가 감지한 아파트 외벽 온도는 약 30도였지만 쪽방촌은 65.9도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위기의 피해가 취약한 주거 공간에 훨씬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여줬다. 이 집행위원장은 자가용과 에어컨 사용으로 생긴 열섬현상을 쪽방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짚었다.

 

 

 

"에너지 바우가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이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바우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에너지 바우처를 배부해도 쪽방 자체가 적정 주거가 아니기 때문에 시원하고 따뜻한 집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주민들도 공공임대주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현행 최저주거기준의 한계도 지적했다. 현재 기준은 면적, 방 개수, 화장실 유무로 측정되고 있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구조, 성능, 환경 기준은 사실상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제도가 '주택'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같은 비주택 거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통계와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더 열악한 비주택 공간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는 게 아니라 버틴다는 개념"

 

"창문도 없는 방에서 복도 쪽 문 하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하고 처참하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오영섭 동자동사랑방 쪽방주민 활동가는 이곳에서는 "사는 게 아니라 버틴다는 개념"이라며 입을 뗐다. 현재 동자동 쪽방촌의 작은 방은 0.5평 수준에 불과하고 몸을 뒤척일 공간조차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하며 온갖 해충과 벌레로 고통스러운 여름을 날 때면 그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동자동 주민 약 800~900명 중 최근 몇 년 동안 200~300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언제 옆방 사람이 죽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지 않으면 동자동 주민들은 살아 버틸 재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1인 가구 최소 30는 돼야…"

토론 세션에서는 현장의 절박한 증언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대안이 교차했습니다. 오영섭 동자동사랑방 쪽방주민 활동가의 발언은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오 활동가는 “지구를 망가뜨린 건 차 몰고 에어컨 빵빵 튼 사람들인데, 왜 선풍기 놓을 공간도 부족한 쪽방 주민들이 피해를 당해야 하느냐”며 탄소 배출과 피해의 극심한 불일치를 토로했습니다.

 

0.5평 남짓한 쪽방은 여름철 달아오른 콘크리트가 뿜어내는 열기와 갇힌 악취, 해충으로 가마솥이 되고, 겨울이면 배관이 통째로 얼어붙어 기본적인 위생 생활조차 불가능해집니다. 그는 주거 환경 취약성이 거주민의 만성 질환 악화와 경제 활동 불능으로 이어지는 ‘약익약(弱益弱)’의 굴레를 끊으려면, 임시 보조를 넘어선 공공개발을 통한 근본적 주거권 보장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배연희 LH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장 실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건축 기준 개편안을 제시했습니다. 배 연구원은 신축과 기축 건물을 철저히 구분하여, 신축 시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예외 규정을 전면 불허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현행 주거기준에 단열(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이상 의무화), 지하 침수 방지, 냉방 설비 접속 용량 확보 등 기후 안전 항목을 필수적으로 추가하고, 1인 가구 최소 면적을 시대적 변화에 맞게 30㎡ 내외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법률적 관점에서 김윤진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최저주거기준의 강행 규정화를 주문했습니다. 현행 주거기본법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지원 조항이 존재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선언적인 ‘노력 의무’에 머물러 있어 위반 주택에 대한 실체적 강제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짓지 못하게 하고, 고치게 하며, 불량 주거지로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관련 법제를 촘촘하게 재정비할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가 내 ‘숨겨진 쪽방’과 고시원, 불법 쪼개기 지하방의 참혹한 상황을 사진과 함께 고발했습니다. 장기적인 이주 및 공공주택 공급 대책도 중요하지만, 당장 습기와 곰팡이와 사투를 벌이는 거주민들이 ‘안전하게 머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습기, 부착형 환기시스템 보급 등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환경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한, 현재 매우 제한적인 요건(특정 질환자, 노인 등)을 가진 수급자에게만 지급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의 대상을 대폭 포괄적으로 변경하여 취약계층의 냉난방비 과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거 불평등’ 문제임을 객관적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로 증명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최소한의 집’은 단순히 비바람을 막는 좁은 면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폭우와 폭염으로부터 인간의 생명과 기본적 존엄을 지켜내는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입니다.

 

실효성을 상실한 낡은 최저주거기준의 방치는 국가에 의한 폭력의 방조일 수 있습니다. 당장 다가올 극한의 여름과 겨울로부터 취약계층의 생존을 지켜낼 수 있도록, 강제성 있는 주거기준의 법제화와 즉각적인 에너지 복지 투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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