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웨비나는 재난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공동체가 고립되거나 무너지지 않고, 서로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연대해 나가는 생생한 복구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온라인 화면 너머로 전해진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재난 기록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적 안전망과 대안적 애도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2026년 7월 2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진행된 ‘4.16 생명안전 웨비나 5차’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4·16재단이 주최하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여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웨비나의 핵심 주제는 ‘재난 이후 서로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었으며, 박성현 4·16재단 사무처장의 사회와 개회 선언, 그리고 묵념으로 엄숙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기조발제: 재난을 함께 회복하는 지역 공동체 (김동훈 대표)
첫 순서로 라이프라인코리아의 김동훈 대표가 기조발제를 진행했습니다. 김 대표는 포항지진 당시 국내 최초로 운영된 재난현장 아동돌봄쉼터, 동해안산불 현장의 노인돌봄쉼터, 그리고 영남산불 현장의 반려동물대피소 등 일상회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축적해 온 다양한 현장 실천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또한 동해안 산불피해 이재민 일상회복 지원, 대전 수해피해 정뱅이마을 공동체회복지원, 영남산불 피해 청송군 지역회복사업 등 구체적인 공동체 회복 관점의 사업들을 상세히 짚어주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초의 지역사회 재난사회복지체계 구축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재난 이후 확인되는 현장의 네거티브 흐름(고통을 말하지 못하고 낙인을 두려워하는 침묵, 피해 규모와 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신·분열, 이웃이 떠나고 기억이 지워지는 관계 단절, ‘피해자’로만 규정되어 주체성을 잃어가는 정체성 상실)을 포지티브 흐름으로 바꾸어 내는 ‘재난공동체’의 역할이었습니다. 과거에 수해 피해를 크게 입었던 대전 정뱅이마을 주민들이 이후 영남산불 현장으로 직접 내려가 수일간 구호활동을 펼치며 ‘지원자가 된 당사자들’이자 능동적인 생존자 공동체로 거듭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주민들이 주도하여 마을 다큐멘터리를 극장에 개봉하고,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마을 역사의 일부로 남기며, ‘마을감사제’라는 연결과 연대의 상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 회복의 핵심은 외부의 수동적인 수혜가 아닌 당사자들의 주체적인 참여와 ‘자기 서사’ 구축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배우면서 할 뿐, 해보면서 배울 뿐”이라는 문구가 현장의 치열함과 진정성을 대변하는 듯하여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습니다.
발제 1: 10.29이태원참사와 지역 공동체: 참사 속 애도의 공동체 구축하기 (권하늬 활동가)
이어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의 권하늬 활동가가 이태원 참사 속 애도의 공동체 구축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통해 10.29 이태원 참사가 지닌 고유성과 구조적 원인, 그리고 지역 사회에 미친 중층적인 낙인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와 관료, 경찰 등 조직의 무책임함과 안이함이 청문회 등을 통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참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지역적 관점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공식 통계상 희생자 외에도 수많은 목격자와 생존자가 존재하지만, 사회적 낙인과 혐오로 인해 이들이 공적으로 출현하여 피해자로서 정체화하기 어려웠던 현실이 참담했습니다.
KBS 추적60분 방송 내용을 인용하며 지역 상인들과 노동자들이 겪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부채감을 짚어줄 때는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놀다가 죽었다’는 식의 2차 가해와 악의적인 담론에 대항하여, 핼러윈이라는 축제의 공간을 새로운 대안적 애도의 장으로 전환하는 문화·예술적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1주기부터 3주기까지 이어온 “Remember Me, Remember Itaewon”, “멈추지 않는 노래를 해”, “나는 네게 관심이 많아”라는 슬로건 하에 핼러윈 데이를 언젠가 돌아올 생존자와 애도되지 못한 넋들을 위한 날로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참사 생존자가 거리 행진을 통해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아갈 공간”이라고 느끼고 경찰과 소방관에게 고마움의 리본을 전하는 변화의 서사는, 진정한 회복이란 고통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광장으로 끌어내어 함께 나누는 과정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경주지진과 지역공동체"
-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우리들의 이야기
발제2: 윤정임 (현관앞비상배낭 대표)
재난을 남이 겪는 일이 아닌 함께 지혜를 모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줄 다음 발제가 진행되었다.
윤정임 대표는 경주지진을 '잊혀진 재난'으로 정의하였다. 해당 참사는 재산 및 인명피해가 거의 없는 걸로 규정되어 외부에서는 잊혀졌지만, 주민에게는 1년 가까이 진행된 여진을 하루 2~3번씩 경험하는 일상이었음을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경주시는 재난대피소조차 만들지 않았고, 주민들이 공원에 자체적으로 만든 천막을 '잔디 훼손'을 이유로 계고장을 붙이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의 행동을 '유난'으로 받아들이고 관광산업에 대한 우려만 이어가는 행정의 태도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졌음을 밝혔다.
경주 아이쿱 생협 단체방에서 정보를 공유하던 게 재난지진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졌으며, 이들 스스로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가며 훈련하는 과정을 거쳤음을 밝혔다. 특히 원전이 가까운 곳에 있는 지역 특성상, 원전사고가 날 때 대처방안 등을 했음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특히 사람을 연결하는 재난 대응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사람을 격리하는 코로나19가 왔음을 상기하면서,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연결이 필요했음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일본에서는 따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고 비상연락망만 가지고 있음을 전하면서, 일상의 재난에 대해 공동체가 궁금해하고 서로가 연결되어야 할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애도의 공동체"
- 슬픔을 삶으로 옮겨오는 언어의 집
발제3: 이영하 (별담심리상담센터 대표, 前 치유공간 이웃 대표)
이영하 대표는 재난을 두려워하는 건 이것이 죽음을 동반할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임을 지적하였다. 죽음은 모든 걸 빼앗는 최후의 결과이고, 과학이 발전함에도 죽음은 여전히 미스테리의 영역에 머물러 있음을 설명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내 존재의 일부도 사라지는 것으로, 이러한 죽음이 필터없이 돌진하는 게 재난임을 짚었다. 이러한 재난은 우리의 믿음 – 초록불에 건너는 건 안전하다는 것과 비슷한 내용 –을 붕괴하고 세상에 대한 박탈감과 배신감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하였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건 단순히 개인을 단죄하는 걸 넘어, 자신의 세계를 재구축하는 힘임을 밝혔다. 부재라는 구멍을 메우는 게 아니라 없는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것, 그러한 힘을 공동체가 같이 쏟아부어야 재건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끝낼 수 없는 슬픔을 공동체가 인정하기」
이 씨는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는 자리에 당사자 대신 그 사람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음을 상기하였다. 모두가 고립된 상황을 벗어나는 건, 공동의 광장에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무수히 많은 이야기로 재건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 부모들이 으레 걱정하는 것처럼 – 자신이 죽을 경우 먼저 떠나간 자녀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그런 고민을 불식시킨다고 설명하였다.
<종합토론 및 참여자 질의응답>
잠깐의 휴식 이후, 지금까지 나온 발제로 인한 실질적인 답을 얻기 위한 이야기의 장이 열렸다.
진행자인 박성현 사무처장은 1인가정이 많은 시대에서 어떻게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김동훈 씨는 눈인사만 하는 사이라도 재난 시 도움을 줄 경향성이 높아진다고 말하였다.
이영하 씨는 사람들과 모여서 공동체가 무엇인지 계속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웃'이라는 범위에 타지역민도 포함될 수 있고 현대 사회의 공동체에는 SNS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4.16 가족협의회에서 나온 한 참석자는 대전 정뱅이마을 외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김동훈 씨는 항상 다양한 지역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기자는 장애인이나 이주민 등 재난 참사에서 이중적인 억압 속에 가시화 되지 않는 상황이 있었는지 질문하였다.
권하늬 씨는 이태원참사는 외국인 피해자가 많고, 이를 반영하여 특조위에서도 외국인 유가족을 초빙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권 씨는 이에 대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점을 인정하면서, 이태원 지역은 다중억압이 존재하는 곳으로, 이슬람교도 및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고유한 문화가 발전하는 게 해결방안 중에 하나라고 주장하였다. 그렇기에 2년 연속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지역 사회의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윤정임 씨는 구례 수해 구술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였다. 해당 지역은 구례5일장 중심으로 구호활동이 진행되었는데, 뒷골목에 살고 있는 어르신이 배제되어 있는 게 발견되었다. 피난소를 갈 육체적 여력이 없을뿐더러, 근현대사 맥락 속에서 피난소를 수용소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자원활동을 한 주민은 해당 사례를 듣고 사례를 듣기 위한 전단지를 붙였고, 홍수로 인해 살던 컨테이너·집주인·직업 모두를 잃어버린 이주노동자의 사례도 발견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구례 수해이야기 "속도 없이 쓰담쓰담" 링크, https://jirisaneum.org/eum_news/?bmode=view&idx=152531467, 첨부)
김동훈 씨는 돈 있는 (백인) 성인 남성 빼고 모두가 재난 약자라며 – 피해자 중에 특정한 누군가가 더 취약하다는 – 관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대피소를 금방 떠나는 이주노동자, 한국민으로 편입되어 파악이 어려운 결혼이민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청소년, 대피소 정책으로 차 안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 동거자, 농사 때문에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이동권을 침해당하는 농민 등 다양한 사례를 열거하였다.
현재 한국 사회는 평등성의 원칙에 따라 재난에 대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형평에 맞게 맞춤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재난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이영하 씨는 세월호참사를 보고 놀라운 점은 어디서 온 지 모를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데에 집중하면서, 재난이 벌어진다면 반드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강조하였다.
윤정임 씨는 구례 수해 구술 과정에서 들은 말인 '재난이 닥칠 겁니다. 준비하십시오.'라는 문구를 되뇌었다. 그는 내가 도와줘야 외부와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안팎의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할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였다.
「닥칠 겁니다. 연결하십시오」
권하늬 씨는 '내가 생존자(피해자)가 맞나'라는 질문에 오랫동안 맴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상기하면서, 그러한 질문을 멈추고 바로 도움을 청하기를 요청하였다. 이어 그는 '재난 앞에서는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것임이 자명하니, 자신의 대한 검열을 멈추고 나아가자'고 제안하였다.
김동훈 씨는 재난이라는 말이 거리감이 든다면 '위기'로 바꿔서 말할 것을 제안하면서, 위기가 나타나면 모두가 해야할 것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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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이미 겪었다. 재난참사는 먼 사회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근거리에 존재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의 일처럼 생각하는 것 그리고 모든 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그것이 재난참사를 겪은 이들, 그리고 앞으로 마주할 이들에게 큰 위로와 치유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이들이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기반을 마련하는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